장근석, 드라마 속 캐릭터 변천사

배우 장근석은 올해 데뷔 20주년이다. 팬들을 위한 디너쇼를 구상중인 장근석은 기간으로만 따지만 중견 연기자. 그 동안 장근석을 스쳐간 캐릭터들을 분석해봤다.

이통사 CF서 소년의 밝고 유쾌한 이미지
# 귀엽기만 한 줄 알았지….

귀여운 아역배우였다. 큰 눈에 순한 인상. 아동복 모델로 시작해 어린이 드라마 '요정 컴미'에서 남자 주인공의 형으로 나왔다. 어린 나이였지만 발군의 '미모'를 보여줬다. 이후 10대를 타깃으로 한 이동통신사 광고로 얼굴을 알렸다. 장근석은 이 CF에서 소년의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보여줬다. MBC 시트콤 '논스톱4'이나 SBS '프라하의 연인' 등에 출연하며 이를 이어갔다. 당시 장근석은 주인공의 '귀여운 동생' 정도의 느낌이었다.

20세때 8세 연상 하지원과 호흡 베스트커플상
# 너…남자였구나?

장근석은 갓 스무 살이 되던 해 상대역으로 하지원을 만났다. 바로 KBS 2TV '황진이'. 당시 8세 차이 연상연하 커플로, 최근 종방한 MBC '해를 품은 달'의 한가인ㆍ김수현 커플만큼 말이 많았다. 장근석에게 아역배우 느낌이 남아 있었기 때문. 하지만 장근석은 은호도령으로 분해 사랑을 위해 신분은 물론 목숨까지 거는 조선의 로맨티스트를 연기했다. 장근석은 극중 하지원의 첫사랑으로 끝났지만 연말 시상식에서 하지원과 베스트 커플상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일본 공연 때.
뒤이은 KBS 2TV '쾌도 홍길동'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 창휘가 돼 어두운 이면을 보여줬다. 장근석은 이마와 한쪽 눈을 가리는 치렁치렁한 앞머리를 했지만, 눈빛 하나로 인물의 깊이를 표현했다. 숱한 여성들이 '창휘앓이'를 했다. 안정된 연기력과 성인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미남이시네요' 日서 인기 '아시아 프린스'로
# 장근석=강건우=황태경

외모와 인기, 연기력. 삼박자를 고루 지닌 20대 남자 배우는 꽤 있다. 장근석이 음악과 만나면 대체불가가 된다. 과거 장근석이 미니홈피에 남긴 글귀들은 민망함을 줬지만, 한편으론 그만의 예술적 감수성이었다. 장근석은 영화 '즐거운 인생' 등 출연작 OST 등에 적극 참여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건우와 SBS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은 이런 장근석의 이미지와 재능을 십분 활용했다. 트럼펫 연주가이자 지휘자인 강건우와 천재적인 작곡 실력을 지닌 아이돌 가수 황태경은 장근석의 이미지와 '찰떡궁합'이었다. 여기에 장근석은 연기실력을 발휘해 몰입도 강한 캐릭터를 만들었다.'빙의'한 것은 아닌지 싶을 정도다. 극중 캐릭터가 지닌 성격적 결함으로 친근함을 더했다. 정용화 이홍기 등 꽃미남이 대거 출연한 '미남이시네요'는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끌며 장근석을 '아시아의 프린스'로 만들었다.

윤아와 호흡 '사랑비'서 나쁜남자 시도
# '프린스'에서 '킹'으로 나아갈 때

KBS2 '매리는 외박 중', 영화 '너는 펫'. 장근석의 최근 타율은 그다지 좋지 않다. 문근영과 김하늘. 톱여배우들과 출연했지만 대중적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매리는 외박 중'에서 장근석은 강무결로 스타성과 음악성을 지닌 캐릭터를 이어갔고, '너는 펫'에선 특유의 '조조조조증'이 극대화된 발랄한 펫 강인호를 연기했다.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들이었지만 작품 전반에 인물이 녹아 들지 못했다.

2010년 9월 5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2010 장근석 ASIA TOUR THE LAST in SEOUL'에서 은호도령 역으로 반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소녀시대 윤아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KBS2 '사랑비' 역시 훌륭한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시대적 배경에 맞춰 '고맙습니다'를 '고맙읍니다'로 표기하는 등 섬세한 표현으로 사랑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장근석은 극 초반 수줍음 많은 1970년 대 서인하에서 현대로 넘어오며 '나쁜 남자' 캐릭터로 반전을 꾀했다. 한 관계자는 "강건우 황태경 등 앞서 장근석을 빛나게 해준 캐릭터들과 접점이 많다는 점에서 기대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2010년 11월 3일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매리는 외박 중' 제작발표회에서 문근영과 함께.

김윤지기자 jay@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