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안내상 차인표 최정우. 중년 배우들의 ‘시트콤 역습’이 이덕화로 이어졌다.

배우 이덕화가 케이블채널 tvN ‘21세기가족’(극본 김현희ㆍ연출 이민철)로 연기 변신을 꾀했다. 카리스마 제왕 베테랑 등의 수식어로 연기 경력을 쌓아온 이덕화. ‘21세기가족’에서는 후배 오승현과 부부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미지 변신을 제대로 한 셈이다.

‘21세기가족’은 1970~80년대에 머문 듯한 고전적인 가족의 모습을 깨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밥 먹는 저녁식탁 풍경은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덕화는 이러한 현실적인 작품에서 돈이 많은 만큼 나이도 많은 덕화 역을 소화하고 있다. 과거 톱스타로 인기를 구가한 덕화는 강남의 빌딩소유자로 세를 받으며 부와 명예를 영위하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소신으로 어린 아내와 공중장소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과감한 ‘미(美)중년’이다.

이덕화는 “설명만 들으면 참 꼴불견처럼 느껴지는 캐릭터인데 대본을 보면 그렇지 않다”며 “실제로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부부들도 주변에서 본 터라 나도 캐릭터에 공감이 갔다”고 설명했다.

‘21세기가족’이 비록 저조한 시청률로 당초 기획된 12부에서 8부로 조기종방됐지만 이덕화의 색다른 변신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덕화는 여세를 몰아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의 코너 ‘런닝맨’에도 출연했다. 후배 박준규 박상면과 함께 ‘최고령 카리스마 특집’을 꾸몄다.

하루 종일 뜀박질에 머리까지 써야 하는 ‘런닝맨’ 미션. 최고령이라는 타이틀에 시청자의 우려도 나왔다.

이덕화는 이러한 걱정을 뒤로 모범을 보였다. “날이 쌀쌀해졌는데 털모자라도 쓰라”는 멤버들의 조언에 “이미 털모자(가발) 하나 썼으면 된 거 아니냐”고 눙치고, “강풍이 걱정되지 않냐”는 말에는 “초속 10m의 바람까진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등에 붙은 이름표를 떼면 자동 탈락되는 ‘런닝맨’ 미션의 규칙을 듣고는 “살이 뜯겨지는 한이 있어도 이름표는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미션 실패”를 외친 ‘런닝맨’ 제작진에게 “너 나이가 몇이냐” “너 우리 애 나이가 서른 넷 이라니까?” 등 장난 섞인 협박으로 마지막까지 웃음을 줬다.

3~6개월 안에 ‘런닝맨’에 출연하겠다는 ‘재도전 의사’는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이덕화의 열정을 느끼게 했다.

스포츠한국 엔터테인먼트부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