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선수 적응 어렵다’ 속설 깬 마라도나 사위이자 메시의 절친

맨체스터 시티의 세르히오 아게로(가운데)가 지난 14일(한국시간) 이티하드스타디움에서 열린 퀸스파크레인저스(QPR)와의 홈 경기에서 2-2로 맞선 후반 추가 시간 역전골을 터뜨리며 팀 우승을 이끈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아게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 첫 해 맹활약으로'남미 선수는 잉글랜드 적응이 쉽지 않다'는 속설을 깨트렸다. 맨체스터(영국)=AP 연합뉴스
남미 선수 가운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아르헨티나의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에스투디안테스)은 AS 로마(이탈리아) 시절 세계 최고 미드필더로 각광 받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는 '최악의 영입'이라는 오명을 썼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골든볼에 빛나는 우루과이의 디에고 포를란(인터 밀란)도 맨유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봤고, 브라질의 호비뉴(AC 밀란)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입단 두 시즌 만에 귀국 보따리를 싸야 했다. 카를로스 테베스(맨시티)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서 데뷔전을 치른 뒤 첫 골이 터지기까지 20경기 연속 무득점의 부진을 겪었다.

팀 우승 일등공신

그러나 세르히오 아게로(24ㆍ맨시티)는 EPL 첫 시즌 맹활약으로 '남미 선수는 잉글랜드 적응이 쉽지 않다'는 속설을 깨뜨렸다.

특히 시작과 끝이 그야말로 눈부셨다. 지난해 8월 3,500만 파운드(약 647억원)의 이적료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로부터 영입된 아게로는 스완지시티와의 2011~12 EPL 개막전에 후반 교체 출전, 30분 만에 2골 1도움을 수확하는 '폭풍 활약'으로 4-0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 1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열린 EPL 최종 라운드의 주인공도 아게로였다. 이티하드스타디움에서 열린 퀸스파크레인저스(QPR)와의 홈 경기에서 2-2로 맞선 후반 추가 시간 그림 같은 오른발 슛으로 골 네트를 가르며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맨시티는 이날 경기에서 비겼다면 맨유에 승점 2점 차로 뒤지며 2위에 머물러야 했다.

장인은 마라도나

아게로는 아르헨티나에서 신처럼 추앙 받는 디에고 마라도나의 사위로 유명하다. 마라도나의 막내 딸 히아니나와 결혼했다. 마라도나는 막내 사위를 보기 위해 지난 1일 열린 '맨체스터 더비'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게로는 장인의 강인함과 승부사 기질을 빼다 박았다. 173cm의 작달막한 키지만 전차처럼 적진을 누빈다. 큰 경기에 강하다. 체코와의 2007년 캐나다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 결승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동점골을 뽑아내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는 숙적 브라질을 상대로 2골을 터트려 3-0 완승을 주도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몸 담았던 2009~10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피리그 결승전(2-1)에서는 풀럼(잉글랜드)를 상대로 2도움을 기록하며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아게로는 리오넬 메시(25ㆍ바르셀로나)의 '절친'이기도 하다. 2004년 남미 청소년 선수권(19세 이하)에서 처음 만나 2005년 네덜란드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 베이징 올림픽 우승을 합작했다. 아게로는 지난 3월 스위스와의 대표팀 친선 경기(3-1)에서는 그림 같은 힐 패스로 메시의 선제 골을 어시스트하며 절친과의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메시는 3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 친구이자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고 칭하며 아게로와의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남미 선수는 EPL에서 고전한다는 속설을 보기 좋게 깨뜨렸지만 아게로가 잉글랜드에 오래 머물지는 확실하지 않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거함 레알 마드리드가 아게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게로는 맨시티로 이적할 때부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거함 레알 마드리드행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EPL 데뷔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자 레알 마드리드가 아게로를 원한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주위에서도 레알 마드리드행을 강력히 추천하는 분위기다. 장인 마라도나는 맨시티로 이적할 때부터 "레알 마드리드로 갔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난 3월 메시는 "아게로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서 맞대결을 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정민기자 goavs@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