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자녀는 안전합니까?"

청소년 관련 사건ㆍ사고가 터질 때마다 학부모는 불안하다. 학교폭력 등을 이유로 목숨을 끊는 중고생이 속출하는가 하면 부모가 아동을 학대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신문이 생산하는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확대ㆍ재생산되면 '혹시 우리 아이도…'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청소년이 위험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위험에 노출되는 피해자이기도 한 셈이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2년 청소년 통계를 통해 청소년의 현실을 살펴보자.

청소년 사망 원인 1위?

안타깝게도 자살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소년(15~24세)은 인구 10만명당 13.0명(2010년 기준)이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청소년(8.3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 2010년 청소년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교통사고(19.3명)가 1위였고, 자살(8.7명)은 2위였다. 청소년 자살률이 10년 만에 50% 정도 늘어난 셈이다.

총 자살자는 무려 1만 5,566명이었다. 34분마다 한 명꼴, 인구 10만명당 31.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은 200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09년 자살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비용 손실을 계산한 결과 2조 4,149억~4조 9,663억원이나 됐다.

그렇다면 자살을 생각해본 청소년은 얼마나 될까?

열 명 가운데 한 명은 자살에 대한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청소년(15~19세) 10.1%가 1년 동안 한 번 이상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이유로는 성적 및 진학 문제(53.4%), 가정불화(12.6%), 외로움(11.2%), 경제적 어려움(10.5%) 등을 꼽았다.

학교 폭력을 꼽은 청소년이 많지는 않았지만 학교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목숨을 끊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에선 여교사가 여학생에게 복장 불량을 지적하다 머리를 얻어맞아 실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교사조차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될 정도니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이 느낄 공포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대구시 우동기 교육감은 지난달 30일 학부모와 언론에 "모방 자살 신드롬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대구에선 최근 다섯 달 동안 중고생 9명이 학교폭력과 성적부진, 가정문제 등을 이유로 투신자살했고, 이 가운데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 교육감은 "자살 사건이 여과 없이 청소년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인터넷 중독 10.4%

하루에 1회 이상 인터넷을 이용한 10대 청소년은 무려 97.8%였고, 인터넷중독 실태 조사 결과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은 10.4%였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여부를 실태 조사한 결과 중고생 47.4%가 청소년 이용불가 인터넷 게임을 즐겼다. 폭력성이 강한 인터넷 게임에서 시비가 붙으면 실제 만나 싸우는 '현피 현상'은 당면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현피는 현실과 PK(player kill)에서 첫 글자를 딴 합성어다.

신촌 대학생 살인 사건은 현피 현상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고교생 이모(16)군과 홍모(15)양 등은 인터넷과 카카오톡으로 싸웠던 대학생 김모(20)씨를 지난달 30일 칼로 난도질했다. 이군 등은 경찰 조사에서 "죽으려고 시도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우린 죽지 말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가정에서 학대당한 경험 때문인지 김씨를 살해한 동기에 대해 "돕고 싶었다", "지켜주고 싶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씨를 여대생 박모(21)씨에게서 떼어내겠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셈이다.

아동(0~17세) 학대는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보건복지부가 2010년 조사한 전국아동학대현황 보고서를 보면 아동 학대 사례는 5,657건이었고 이 가운데 가해자가 친부모인 경우가 79.6%였다.

일명 '찐빵탈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학교폭력이 확대ㆍ재생산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찐빵탈은 '찐따 빵셔틀 탈출구'의 준말. 찐따는 '진짜 왕따'에서 처음과 마지막 글자를 된소리로 줄인 말이고, 빵셔틀은 힘센 학생이 강요하면 빵을 사다 바치는 약한 학생을 뜻하는 은어다. 찐빵탈 운영자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찐따와 빵셔틀에게 싸움 기술을 가르치겠다며 길거리 싸움을 주선하고 돈을 걸고 싸워도 된다고 부추겼다.

현피 현상은 한때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몇몇 게임 중독자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게임이 보편화하면서 현피 현상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신촌 대학생 살인사건과 찐빵탈 사건은 학교와 가정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청소년(15~24세)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역시 공부였다.

통계청은 2010년 사회조사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청소년 응답자 가운데 38.6%가 공부를 꼽았고, 직업을 선택한 청소년은 22.9%였다. 2002년 조사에선 공부(39.8%)가 1위, 외모ㆍ건강(19.7%)이 2위였다.

연령대를 구분하면 중고생(15~19세) 고민 1위는 공부와 성적이었고, 대학생(20~24세) 고민 1위는 직업이었다. 20~24세는 2002년 조사에서 직업 때문에 고민한 비중이 8.6%에 불과했지만 2010년엔 38.5%로 높아졌다.

실업난 앞에서 이성 교제는 사치일 수 있다. 2002년엔 이성 교제를 고민으로 꼽은 20~24세가 7.8%였지만 2010년엔 1.7%로 줄었다. 청년 실업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월에 발표한 2012 글로벌 고용동향 보고서에서 세계 청소년(15~24세) 가운데 약 12.7%가 실업 상태라고 발표했다.

SBS '세대공감 1억 퀴즈쇼'는 지난 3월 9일 방송에서 '초등학생이 꿈꾸는 최고의 직업은 무엇이냐'는 문제를 냈다. 답은 공무원이었다. 연예인과 운동선수를 예상했던 출연진은 깜짝 놀랐다. 제작진은 1980년대 장래희망 1위는 대통령이었고 1990년대에는 의사였는데, 2012년엔 공무원이었다고 밝혔다. 아이들 희망이 아니라 부모 희망일 거라는 푸념도 있었지만 공무원을 꿈꾸는 초등학생이 많았다는 사실에 놀란 시청자가 꽤 많았다.

청소년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은 국기기관(28.3%)이었고, 대기업(22.9%)과 공기업(13.1%)이 뒤를 이었다. 중고생은 국가기관과 대기업에 이어 전문직 기업(11.4%)를 꼽았지만 대학생은 안정적인 공기업(18.1%)를 선택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