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삼성그룹과 CJ그룹이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상속주식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상대를 음해하는 괴문서 혹은 괴소문이 급속도로 시중에 유포되고 있다.

법조 안팎에서는 이같은 괴소문이 양측의 법정공방을 측면 지원하는 여론전의 일환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월 중순쯤 국회에서는 "방송법 개정은 CJ 특혜"라는 내용의 괴문서가 나돌아 논란을 불렀다. 당시 CJ 내부에서는 삼성 측의 공작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이재현 CJ회장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술자리 회동 보도와 관련, '삼성 음모론'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고 재계에서는 CJ 관련설이 회자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조준웅 전 삼성특검 아들이 삼성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이를 특검 수사와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삼성 측은 그러한 소문의 진원지로 CJ 측을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CJ 측은 "터무니없는 억측"이라며 펄쩍 뛰었다.

이맹희 전 회장
최대 수조원대의 유산 소송에 직면한 양 그룹의 치열한 정보전과 신경전이 재계를 후끈 달구고 있는 것이다.

"조씨 특혜입사는 오해"

<주간한국>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조 전 특검의 아들 조모씨가 삼성에 근무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 특검 당시 일부 언론이 부실수사 논란을 제기했던 것과 관련, 삼성이 조 전 특별검사에 대해 보은을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삼성 측 관계자는 "시중에 알려진 내용과 사실은 다르다"며 "조씨가 특혜입사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삼성 측에 따르면 조씨는 중국에서 유학중이던 2010년 현지 채용된 뒤 중국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왔다. 조씨가 채용된 시기는 삼성특검 수사 기간은 물론, 특검이 고법의 파기환송심에 대해 상고를 하지 않으면서 재판에서도 완전히 손을 뗀 2009년 8월과도 시차가 많이 난다는 게 삼성 측의 입장이다.

삼성 측 관계자는 "조씨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유학중이었다"며 "현지 채용 면접에서 중국 경제 및 지역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노동법 시행으로 현지 노사 인력 수요가 급증해 현지사정을 잘 알고 법률 지식을 갖춘 인력을 찾고 있던 중 마침 중국에 머물던 조씨가 채용에 지원하면서 자연스럽게 입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삼성 측 관계자는 또한 "현지 채용 면접 당시 조씨가 조준웅 전 삼성특검의 아들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면서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씨와 관련한 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삼성 측은 조씨의 근무 정보가 새나간 정황을 되짚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채용은 조 전 특검과 아무 관련 없이 이뤄진 것이지만,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를 빼내 악의적으로 이용하려 할 경우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 관계자는 "언론사 취재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조과장의 개인 이메일이 일부 언론사에 통째로 입수된 사실을 알게 됐다. 개인 비밀정보가 어떻게 외부에 유출된 건지 충격적이다" 라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조씨의 이메일 등 개인 정보가 유출되었다면 그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정보 유출자는 물론 정보를 활용한 쪽도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조씨의 특혜 입사 의혹은 누군가가 삼성을 음해할 목적을 갖고 개인 비밀 정보를 입수해 고의로 유포한 것으로 추측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맹희-간 소송전 뒤에 있는 CJ의 관련성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삼성과 CJ 간에는 '미행 사건'이 있었고, '국회 괴문서'건이 터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맹희 회장 측은 향후 삼성과의 소송전에서 과거 삼성특검의 부실수사와 함께, 조씨의 삼성전자 입사를 문제 삼을 계획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상속 주식 소송과 관련, 이맹희 회장 측은 과거 삼성특검(2007년 12월~2008년 4월) 수사자료 제출을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공식 요청한 상태다. 삼성 특검을 통해 차명계좌 존재를 이맹희 회장 측이 알고 있었다는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삼성 측은 이맹희 회장 측이 조씨의 특혜입사 의혹을 단순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특검과 관계된 보은성 특혜 입사에 초점이 맞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CJ 측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법 시행령 개정 추진의 문제점'이란 제목을 단 출처 불명의 문건을 삼성 측에서 유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 조씨 입사 문제가 불거진 것을 CJ 측의 반격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맹희 회장측이 삼성특검 문제를 향후 재판에서 거론할 계획인데, 공교롭게도 조 전 특검의 아들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유산 소송 변호인단이 삼성특검 자료를 열람한 직후 특검 아들 문제가 불거진 것도 이런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