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무기를 운반하는 소련 선박을 해상 봉쇄한다."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F 케네디는 1962년 10월 22일 TV와 라디오를 통해"소련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기지를 쿠바에 건설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서방 세계 안전을 위해 쿠바 해상을 봉쇄한다"고 발표했다.

소련은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주 밑에 있는 쿠바에 미국 몰래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었다. 미국은 1961년 쿠바 해안을 침공한 반혁명군을 지원했기에 쿠바 리델 카스트로 총리가 미국에 이를 갈던 시절이었다. 미사일 기지가 완성되면 소련은 6분 이내에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를 갖고 있었기에 자칫 잘못하면 핵전쟁이 벌어질 위기였다.

미국 정부는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쿠바 해상을 봉쇄하자는 봉쇄론자로 나뉘었다.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자니 핵전쟁이 일어날까 두렵지만 소련과 타협하면 자존심과 함께 안보까지 무너질 상황이었다. 케네디 대통령 지시를 받은 미국 함선 19척은 10월 24일 쿠바 동쪽 해상을 둘러쌌고, 해병 2만명이 탑승한 함선 42척으로 제2의 포위망을 구축했다.

핵전쟁이 벌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미국 구축함은 소련 잠수함을 추적하다 폭뢰를 투하했다. 핵무기를 탑재했던 소련 잠수함은 전쟁 상태로 오해해 대응 태세를 갖췄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강하게 나가자 소련 니키타 흐루시초프 수상은 10월28일 미사일 철거를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도 터키에 배치된 중거리 미사일을 철수한데다 소련과 손잡은 쿠바 공산주의 정권을 묵인했기에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볼 순 없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는 올해 10월11일 쿠바 해상 봉쇄 당시 이미 쿠바에 소련 핵무기 100기가 옮겨졌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공개했다. 소련은 핵무기 작동법을 쿠바에 알려줄 계획이었지만 카스트로 총리를 믿지 못해 핵무기를 철수시켰다는 정보도 드러났다. 쿠바 해상 봉쇄는 당시 이역만리 한반도에도 영향을 끼쳤고 북한은 자주국방을 부르짖으며 군사력 증강에 나섰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