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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당선이 안에겐 더 낫다?

박 대통령땐 선명성 부각
문 당선땐 입지 오히려 축소
새정치 구상에도 걸림돌
지지층 추스르며 문 지원 수위·속도 조절할 듯
  •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에서 인부들이 대형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의 사퇴에 따라 향후 대선 정국은 물론 대선 이후 그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 전 후보는 11월23일 후보직 사퇴 선언 당시 "야권 단일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라고 밝혔고, 11월28일 유민영 대변인을 통해 "문 후보 지지는 개인이 아닌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따라 안 전 후보가 대선 기간 문 후보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면서 일정 부분 지원 유세에도 나설 것으로 여겨진다. 문 후보 선거 지원을 아예 모른 척 하다가는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 지원과 소극적 지원의 중간 수준의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측근은 "안 전 후보의 발언은 어떤 방식이든 문 후보를 돕겠다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일까지의 안 전 후보 행보는 어느 정도 예측이 되지만 그 이후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섣불리 점치기 어렵다. 일단 정치 개혁과 쇄신을 부르짖으며 정계에 입문한 만큼 안 전 후보는 어떤 식으로라도 내년 새 정부 출범 이후부터는 현실 정치에 다가서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신당을 창당하고 나설 수 있으며, 자신이 직접 내년 하반기쯤에 특정 지역에서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통해 정치 쇄신의 기치를 세우며 차차기 선거인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향해 한발씩 다가설 것이란 시나리오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30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방문, 시장상인이 주는 굴쌈을 보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서 그의 정치적 운명이 크게 달라지게 돼 있다. 먼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안 전 후보는 자신이 주장해온 정권 교체를 계속 주장하면서 반여(反與) 행보를 지속할 게 분명하다. 기성 정당에 대한 폐해를 거듭 지적하는 동시에 진정한 정치 쇄신이 필요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정치적 공간을 넓혀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문 후보가 아니라 자신이 이번 대선에 나섰다면 정권 교체가 이뤄졌을 것임을 주장하면서 다음 번에는 확실히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강조할 수 있다.

반면 문 후보가 당선된다면 안 전 후보의 정치적 스탠스가 좀 애매해진다. 정권 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에 또다시 정권 교체를 부르짖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기성 정당을 싸잡아 구태 정치로 매도하기에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안 전 후보 지지층의 상당 부분은 민주당 지지층이다. 때문에 이들을 적으로 돌려세울 위험 부담을 감안하면 대놓고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을 공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정 부분 민주당 정권과 거리를 두면서 서서히 정치 재개의 틈을 찾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후보의 정치적 운명은 이렇듯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판도가 크게 바뀐다. 다만 그에 대한 지지층의 기대감이 여전한 만큼 이를 여하히 다음 정권 출범 이후에도 가져가느냐 하는 부분에 안 전 후보의 고민이 있다.

安, 文 후보 측면 지원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30일 울산대 앞 유세에서 울산대 수화동아리 학생들로부터 목도리와 귀마개 선물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까지 안 전 후보는 거주지인 서울이나 고향인 부산 지역, 또 처가가 있는 전남 여수 지역 등을 방문하면서 그간 자신을 위해 힘썼던 지지층에 대한 답례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문 후보에 대한 지원을 당부하면서 선거를 측면 지원할 태세다.

물론 문 후보 캠프에서는 안 전 후보가 10년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이후 정 후보가 보여줬던 것처럼 노 후보와 함께 손잡고 전국을 누볐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반대로 박근혜 후보 측에서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의 불쏘시개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식으로 은근히 문 후보와 안 전 후보의 간극 벌리기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에 대해 구체적인 지원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본인의 사퇴 선언으로 당황한 지지층을 추스르며 지원 수위와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태세다.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은 스스로 규정했듯이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으로서 중도ㆍ무당파층, 야권 지지층이 섞여 있다. 때문에 안 전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한 만큼 정권교체의 중요성과 의미를 강조하고 새 정치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 흩어진 지지층을 결집, 정권교체에 기여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유세차를 타고 골목골목 누비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안철수식'의 새로운 정치에 걸맞은 지원 유세에 나서는 것이 자신의 이미지에 부합하는데다 후일을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안 전 후보 측 관계자는 29일 "대선 이후의 스케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정치를 위해 주어진 여러 화두를 지지자들과 함께 준비해나간다는 점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공간을 활용해 지원하거나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선거 지원 서신을 보내는 방법, 이전에 자신이 해왔던 청춘콘서트 등을 재개하면서 이 과정에서 문 후보 지원을 우회적으로 밝히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궁금한 것은 안 전 후보가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고 과연 문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서겠느냐 하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 이후 상황을 고려해 또다시 자신의 '이미지 정치'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에서 문 후보에 대한 상징적 지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자신의 미래를 감안하면 대선 과정은 물론 대선 결과와 그 이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文 도와도 得보다는 失' 주장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전문가들은 "안 전 후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대선 이후 자신의 향후 정치적 입지가 축소되는 것과 새정치 구상이 흐트러지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선 이후에도 자신의 영향력이 유지되려면 새정치 관련 행보가 계속 국민의 관심을 얻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전 후보에게 미래 새정치 구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안 전 후보 진영은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도와 대선에서 승리해도 얻을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를 빛나게 해주는 조연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데다 공동정부가 아닌 이상 2인자의 지위도 제대로 구가하기 어렵다. 우리 정치 현실상 전리품의 대부분은 문 후보와 친노진영이 가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야권의 선거 승리 이후 정계재편 과정 등에서 문 후보가 기성정치의 맥락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새정치를 부르짖으면 안 전 후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돼 있다.

안 전 후보가 구상하는 신당 창당 등도 진척이 쉽지 않다. 민주당으로 권력 중심이 모아지게 돼 상대적으로 제3세력에게 쏠릴 힘은 줄어든다. 야당이 된 새누리당은 반여(反與) 행보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이 자명하다. 안 후보 측으로 눈을 돌릴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돕지 않아도 문제는 적지 않다. 문 후보가 박 후보에게 아깝게 패할 경우 야권 지지층에서는 적극적 지원을 하지 않은 안 전 후보를 원망할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소극적 지원에 나서더라도 야권 지지층의 생각은 비슷할 것이다. 안 전 후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가정 아래 안 전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만일 소극적 지원에 나섰는데 문 후보가 이긴다면 문제는 더 크다. 아마 문 후보 진영에서 "선거운동도 돕지 않은 안 전 후보를 더 이상 배려할 필요가 있느냐"는 기류가 강하게 흐를 공산이 크다. 안 전 후보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문 후보를 지원해서 이겨도 안 전 후보에게 돌아오는 파이는 극히 한정돼 있고, 돕지 않거나 소극적 지원에 그쳤는데 문 후보가 이기면 아예 정치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朴 당선이 더 유리' 주장 제기

이 같은 정치공학적 이유를 감안한다면 안 전 후보 입장에서 겉으로는 문 후보를 측면 지원하면서 정권교체를 외칠 수는 있지만, 속마음은 박 후보의 당선을 바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안 전 후보는 상대적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가져갈 수 있다. 일단 문 후보 측을 향해 야권 단일 후보가 자신이었으면 이길 수 있었을 것이란 논리로 압박할 수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룰 협상을 했으면 누가 돼도 '아름다운 경선'을 이끌어냈을텐데 결과적으로 문 후보를 비롯한 친노진영의 패권주의가 일을 그르쳤다고 공격할 수 있다.

안 전 후보는 박 후보의 당선 시 곧바로 정치재개를 선언할 여지가 크다. 민주당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지도부 재구성 등 내부 추스리기에 여념이 없을 때다. 이에 야권 지지층은 다시 안 전 후보를 정치 현장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할 수 있고 민주당 내 비문(非文ㆍ비문재인)진영 일부 현역 의원들이 안 전 후보 옹립에 무게를 두는 행보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안 전 후보는 새누리당 정권 출범을 현정부 2기로 규정하면서 초반부터 강도 높은 비판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에 떨어져 나오는 이탈 세력을 흡수하고 새누리당에서 지난 총선 당시 공천을 받지 못한 일부 친이계 인사들이나 박 후보와 뜻을 같이하기 힘든 보수 인사들을 포용할 수 있다. '안철수 신당'의 모양새가 이렇게 자연스레 그려지는 것이다.

물론 이는 대선 이후의 상황을 가정한 상상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 전 후보가 향후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두면서 신당 창당에 이어 5년 뒤인 19대 대선 출마까지 고려하고 있다면 아무래도 문 후보보다 박 후보의 당선이 더 용이하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문재인 대 안철수'의 구도보다는 '박근혜 대 안철수'의 구도로 향후 5년이 흘러가는 것이 안 전 후보에게는 보다 선명한 정치 구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 역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다시 내일의 적으로 바뀌는 것이 정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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