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부회장 '샐러리맨 신화'30대 그룹엔 구자열 회장·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정재봉 한섬 사장도 뱀띠·이종철 STX 부회장 등 유능한 전문경영인도 많아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았다. 임진년 흑룡띠 해였던 2012년에 이어 또다시 찾아온 흑사띠 해이니만큼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기운도 한결 들떠있다. 지난 임진년은 재계 인사들에게 만만치 않은 해였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제성장률은 하락했고 총ㆍ대선을 전후해 경제민주화 및 재벌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며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등 실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것이다. 흑룡처럼 승천하리라 꿈꿨지만 어려운 한 해를 보낸 재계 인사들로서는 계사년 새해에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자신의 해인 계사년을 맞아 재계를 이끌어갈 뱀띠 CEO들은 누가 있을까? 기업분석 전문기관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1,000대 기업 1,284명의 최고경영자 중 뱀띠 CEO는 9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3년생이 69명으로 최다였고, 65년생 16명, 41년생 10명, 77년생 1명이었다.

뱀띠 총수엔 누가?

뱀띠 CEO 중 30대 그룹에 속하는 총수는 구자열 LS 회장이 유일하다. 올해부터 LS호의 새 선장을 맡게 된 구 회장은 사촌형인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았다. LS가 2003년 LG로부터 계열분리한 이후 2대 회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꼼꼼하고 세심한 기획력을 자랑하는 뱀띠 특유의 성품을 지닌 구 회장답게 신사업 분야와 연구ㆍ개발 설비 투자,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도 뱀띠 CEO의 대표주자다. 장 회장은 전통적 '철강 종가'로 불리는 동국제강의 3대 회장이다. 부친인 고 장상태 동국제강 회장으로부터 보수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던 장 회장은 1978년 사원으로 입사해 제조, 기술개발, 관리, 마케팅, 해외지사 등 그룹의 주요 업무들을 담당하며 실력을 쌓았다. 경영권을 잡은 직후 투명경영ㆍ책임경영을 위해 달마다 개최하는 이사회를 공개하고 매달 전 임원들의 성적표를 발표하는 등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경영스타일로 동국제강을 이끌고 있다.

이종철 STX 부회장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막내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도 41년 뱀띠다. 1967년에 롯데에 입사, 그룹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영을 배웠던 신 회장은 서울 양평동의 롯데제과 부지를 둘러싸고 신 명예회장과 다툰 끝에 주요 자리에서 밀려났다. 1997년 롯데우유 지분 45%를 신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신 회장은 2007년 회사를 롯데에서 분사, 푸르밀로 사명을 바꾸고 완전히 독립했다. 부산지역 향토 소주업체인 대선주조 매매과정에서 탈법의혹을 받고 검찰에 소환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신 회장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푸르밀을 국내 대표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41년생 뱀띠 CEO인 은 '패션브랜드 히트제조기'로 불린다. 정 사장은 뚜렷한 캐릭터나 정체성 없이 브랜드를 찍어내던 국내 여성복 시장에 뛰어든 1987년 이후 꾸준히 시장을 선도해왔다. MINE, SYSTEM, TIME, SJSJ 등 인기브랜드를 연달아 출시하며 여성복 시장을 뒤흔들었던 정 사장은 지난해 1월 현대홈쇼핑에 한섬의 경영권을 매각하며 많은 입소문을 낳은 바 있다.

오너일가 CEO도 상당수

뱀띠 CEO 중 오너일가로 그룹 계열사를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을 꼽을 수 있다. 허창수 GS 회장의 둘째 동생인 허 부회장은 2005년 GS칼텍스 사장에 오른 뒤 지난해 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대표이사직을 내놓은 사촌 허동수 GS칼텍스 이사회 회장과 함께 투톱체제를 이루게 된 것이다. 1986년 GS칼텍스에 입사한 후 26년간 근무하면서 회사의 전 분야에 걸친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해 온 허 부회장은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역동적으로 GS칼텍스를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은 65년 뱀띠다. 박용만 두산 회장의 조카이자 차기 그룹 총수 1순위로 꼽히는 박정원 (주)두산 회장의 동생인 박 부회장은 2007년 두산중공업 사장에 오른 뒤 줄곧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발전 플랜트, 해수 담수화ㆍ수처리 플랜트 제작 및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상반기 1조5,000억원 내외의 부진한 수주 성적표를 받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며 호실적을 기록하며 올해 전망을 밝혔다. 신규수주의 향방에 따라 큰 변화가 있겠지만 올해도 수익개선은 계속될 전망이다.

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
경방은 고 김각중 명예회장 사후 김준 사장, 김담 부사장이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회장 직함은 고모부인 이중홍 경방 회장이 지니고 있다. 41년생 뱀띠인 이 회장은 2007년 회장으로 승진, 김 사장과 함께 경방의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뱀띠 전문경영인도 적지 않아

그룹의 총수나 오너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 중에서도 뱀띠가 상당수다. , , 김종식 LG전자 사장, ,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 등이 대표적인 53년생 뱀띠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동갑내기 뱀띠 전문경영인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들은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는 차석용 부회장과 이종철 부회장이다.

차 부회장은 '승부사', '마이다스의 손' 등 수많은 수식어를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일반사원으로 출발해 부회장까지 오르며 '샐러리맨 신화'를 만들고 있는 차 부회장은 해태제과 사장이던 2004년 LG생활건강을 맡게 됐다. 차 부회장은 업무능력과 경영능력까지 인정받으며 2011년 LG생활건강 최초의 부회장에 올랐다.

차 부회장이 이끄는 LG생활건강은 29분기 연속 매출 성장, 31분기 연속 영업이익 증가라는 성적표를 내고 있다. 코카콜라음료를 사들여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고 더페이스샵, 한국음료, 해태음료, 보브 화장품사업부 등을 잇달아 사들이며 LG생활건강을 생활용품ㆍ화장품ㆍ음료 3개의 디딤돌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 회장이 맡은 이후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은 4,287억원(2005년 1월 1일 기준)에서 9조9,956억원(2012년 12월 4일 기준) 23배나 성장하며 기염을 토했다.

정재봉 한섬 사장
(주)STX와 STX팬오션을 총괄해왔던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STX의 조선 및 해양엔진 부문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았다. 강덕수 STX 회장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이 조선 및 해양엔진 총괄 부회장으로 옮긴 이후 STX팬오션 매각이 결정되며 수많은 입소문을 낳기도 했다.

방한홍 사장은 1981년 한양화학(현 한화케미칼)에 입사해 지난해 대표이사에 취임하기까지 여천NCC 영업총괄, 한화케미칼 영업총괄 등을 거치며 원료인 나프타 분해사업부터 최종제품인 합성수지까지 경험을 두루 갖춘 영업ㆍ마케팅 전문가다. 국내 화학 산업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말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윤주화 사장은 삼성의 전형적인 관리ㆍ재무통으로 불린다. '비자금' 사건 이후 경영지원총괄본부가 해체되면서 사장급인 감사팀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고강도의 내부 감사를 벌였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말 제일모직으로 오기 전까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최고재무책임자 역할인 경영지원실장을 맡으며 '돈관리'를 해온데다 삼성의 내부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에 그룹의 핵심 실세로 분류된다.

최고령, 최연소 뱀띠 CEO 누구?

뱀띠 CEO 중 최고령은 29년생 동갑내기로 올해 83세를 맞은 박성형 신라섬유 회장과 박중흠 대륙제관 회장이다. 신라섬유 창업주인 박성형 회장은 53년 명화직물을 설립하면서 사업을 시작했고 88년에는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박중흠 회장은 지난해 장ㆍ차남인 박봉국, 박봉준 형제에게 그룹의 경영권을 사실상 넘겨주고 뒷선으로 물러났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가장 젊은 뱀띠 CEO는 류긍선 다날 사장과 김병진 라이브플렉스 사장이 꼽힌다. 2000년 개발자로 다날에 입사한 류 사장은 휴대폰 결제시스템을 개발한 장본인이다. 정보통신연구소장, 개발본부장 등을 거쳐 2011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된 스마트폰 시장 확산에 발맞춰 류 사장이 이끄는 다날 또한 급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김 사장이 이끄는 라이브플렉스는 1977년 텐트 레저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2009년부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게임 사업을 선정, 집중적인 투자와 개발을 시작했다. 라이브플렉스는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게임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전망을 밝히고 있다.

뱀띠 주식부호 1위는?


상장사 뱀띠 주식부호 1위는 누굴까? 재벌닷컴에 따르면 상장사 최고 뱀띠 주식부자는 허진수 GS칼텍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차지했다. 2012년 12월 24일 재벌닷컴이 1,789개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를 그달 21일 종가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다.

허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3,052억원에 달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이사 사장이 2,480억원으로 2위를,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의 동생인 최정운 서울대 교수가 1,978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구자열 LS 회장(1,884억원), 양용진 코미팜 회장(1,318억원), (1,293억원), 김영봉 모토닉 회장(1,03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재벌닷컴에 따르면 뱀띠 해에 태어난 억대 주식보유자는 모두 456명으로 집계됐다. 출생연도별로는 올해 환갑을 맞는 1953년생이 143명으로 전체의 31.4%를 차지했고 65년생이 125명(27.4%), 77년생이 68명(14.9%), 41년생이 62명(13.6%)의 순이었다. 20대인 89년생은 36명(7.9%), 80대인 29년생은 15명(3.3%), 10대인 2001년생은 7명(1.5%)이었다.

신준호 푸드밀 회장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