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귀향객은 고향 선물뿐 아니라 민심을 안고 간다. 자잘한 이야기부터 커다란 이슈까지 민심에 오르내릴 터, 내년 지방선거에 내 고장에 누가 나올 지도 주요 관심 대상이다.

내년 6월 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는 전국단위 선거로 정국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띠고 있고, 2017년 차기 대선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17개 관역단체장 선거는 박근혜정부의 향후 국정운영과 정국 주도권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여야는 명운을 건 승부를 펼칠 것이 예상된다. 이미 여야는 원외 지역구 감사에 착수하고, 지방선거기획단을 결성하는 등 벌써 결전의지를 다지고 있다.

여기에 정당공천제 폐지와 안철수 신당 등의 변수도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내년 6ㆍ4 지방선거는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에 <주간한국>은 17개 광역단체를 대상으로 유력 후보와 정세를 분석해 2014년 지방선거의 윤곽을 그려봤다.

수도권

수도권은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로 정권의 중간평가, 나아가 2017년 차기 대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지점이다. 때문에 여야는 수도권 승부에 당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현재 구도는 서울에서 야권이 우세한 가운데 경기도와 인천은 변수가 많아 안갯속이다.

<서울시장>

서울시장 선거는 새누리당에서 누가 후보로 나서느냐와 박원순 시장의 재선을 막을 수 있느냐가 이슈다.

박원순 시장이 일찌감치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힌데다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반면, 새누리당은 박 시장에 필적할만한 후보가 아직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박 시장의 인기를 덮을만한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 것은 여권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런 가운데 새누리당에선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자천타천 여러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다. 이명박정부 최장수(2년5개월) 총리로 재임기간 국민과 소통도 잘했고 대과없이 임기를 마무리한 국정경험과 원만한 대(對) 여야 관계, 그리고 호남 출신(전남 장성)이란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새누리당과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가 나선다면 박 시장과 맞붙어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실제 지방선거를 1년가량 앞둔 지난 6월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결과 김 전 총리는 여권 후보 중 박 시장과의 경쟁에서 지지율이 뒤지지만 여타 후보들에 비해 격차가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김 전 총리는 서울시장 선거에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서는 여권의 서울시장 출마 권유를 고사했다는 말도 들린다.

반면 김 전 총리가 주변의 시장 출마 권유에 대해 지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어봤다는 것을 근거로 출마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 경력이 있는 나경원 전 의원과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던 원희룡 전 의원, 18대 노원병 국회의원을 지냈던 홍정욱 전 의원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다.

나 전 의원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과 접전을 벌였다는 점에서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지난 선거에서 낙마한 핸디캡을 극복하는 게 과제다.

원희룡 전 의원은 지난해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유학길에 올라 1년여만인 지난달 31일 귀국, 정치 재개가 점쳐지면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출마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관심이 없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원 전 의원이 당장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기보다 숨고르기를 하고 난뒤 정치 재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상황 변화에 따라 서울시장 출마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홍정욱 전 의원 측은 “출마 생각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2006년 오세훈 전 시장이 전격 등판한 것처럼 그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친박(친 박근혜)계 장관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진영 장관은 “계획이 없다”며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용산개발부도 책임을 오세훈 전 시장에 떠넘기며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조윤선 장관은 깨끗한 대중적 이미지와 함께 여성부 장관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하면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조 장관은 “여성부 일에 전념하겠다”며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오세훈 전 시장은 ‘무상급식’ 문제로 물러났지만 보수층의 지지가 있는 만큼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반대 장벽을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이다.

야권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일찍이 재출마를 선언하고 재선 플랜을 본격 가동중이다.

민주당에선 박영선 의원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재선의 이인영 의원이 386세대를 대표해 도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 의원은 지난 2011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돼 박원순 후보와 야권단일화 경선을 치른 적이 있어 박 시장과의 재경선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차차기 도전을 위한 전략적 무대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출마에 무게가 주어진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서울시장이 국내 정치구도에서 갖는 중요성에 비춰 야권 후보의 승리를 위해 민주당과 박 시장이 사전 조율을 거쳐 박 시장을 야권 단일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한다.

진보계열에서는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출마설이 나오지만 대법원 판결로 피선거권이 박탈된 터라 사면ㆍ복권이 전제되야 한다. 당과 진보정치 살리기 차원에서 노 대표의 출마가 점쳐지지만 최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태의 여파가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내년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안철수 신당’ 창당과 이에 따른 서울시장 후보도 관심 대상이다. 더욱이 안철수 의원은 최근 “민주당과의 연대는 없다”고 밝혀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면승부를 선언한 터라 누가 안 의원 측의 후보가 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 측이 후보를 내 박원순 시장의 안정적인 입지를 뒤흔들기보다는 오히려 힘을 실어주면서 차기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기지사>

경기지사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김문수 지사의 3선 도전 여부다. 김 지사의 도전 여부에 따라 여권 후보 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김 지사는 3선 도전이나 차기를 위한 당권 도전 여부에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김 지사는 얼마전 한 중앙일간지가 ‘경기지사 출마 안하고 대선 도전하겠다“는 보도 내용을 부인하며 “도민의 여론을 수렴한 후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 표면상 3선 도전과 당권 도전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다.

그러나 상당수 측근들은 김 지사가 3선 도전보다는 여의도 입성을 통해 당권에 도전한 뒤 대선의 기반을 다지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 측근은 “차기가 김 지사에겐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경기지사보다는 당에서 대권을 모색하는 게 현실적이고 김 지사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반면 당과 청와대에서는 김 지사가 경기지사에 출마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여권에 김 지사만큼 경쟁력을 한 갖춘 후보가 없는데다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할 경우 서울, 경기를 내주게 되면 인근 인천 뿐만 아니라 충청ㆍ강원지사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정치평론가는 “김 지사가 당권에 도전한 뒤 대권을 모색한다고 하는데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불투명하므로 오히려 경기지사에 출마해 당과 박근혜정부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 뒤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순리적이고 더 나은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친박계 핵심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유 장관은 지방선거 출마설에 대해 “전혀 관련 생각이 없다. 장관으로서 주어진 소임을 다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불출마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경기도의 중요성을 감안해 정권 차원에서 출마 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일부에서 유 장관이 몇몇 행정 조직과 안행부 산하기관에 입김을 넣고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경기지사 출마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소장개혁파로 차세대 리더로 부각되고 있는 5선의 남경필 의원(수원 병)과 정무부지사와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4선의 원유철 의원(평택 갑), 문화체육부 장관 출신의 4선인 정병국 의원(여주ㆍ양평ㆍ가평) 등 중진의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최고위원인 심재철 의원(안양동안을), 김영선, 이범관 전 의원 등도 후보군이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유시민 전 의원에게 패한 김진표 의원(수원 정)과 민주통합당 대표를 역임한 원혜영 의원(부천 오정)이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물밑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고등학교 선후배인 김 의원과 원 의원이 돈독한 관계를 감안할 때 만일 경선이 실시될 경우 한 명이 양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

조직력에서 강점이 있는 박기춘 사무총장(남양주을)과 4선의 이종걸 의원(안양만안)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 출현할 경우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성식 전 의원과 지난 19대 총선에 불출마한 민주당 정장선(평택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반면, 김 전 의원은 안철수 의원의 고향인 부산시장 출마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정 전 의원은 평택을 재보선 출마가 유동적인데다 안 의원의 동행 요청에 아직 침묵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인천시장>

송영길 현 시장이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가운데 여권에서 누가 도전할 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학재 의원(서구강화군갑)과 박상은 의원(중구동구옹진군)이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남구을), 안상수 전 시장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특히 민선 3, 4대 인천 서구청장을 지낸 이학재 의원은 송 시장과의 여론조사를 통한 가상대결에서 박빙의 승부를 보여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윤상현 의원은 친박 핵심이란 점에서, 안상수 전 시장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점이 평가받고 있다.

민주당은 송 시장이 이미 재선 도전을 선언한 상태이고 성공할 경우 잠재적 대선 주자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재임 기간 인천 지역 불경기가 심화됐고,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여론을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당 정책위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는 재선의 문병호(부평 갑) 의원이 도전장을 낸 상태이고, 국회 교과위원장인 3선의 신학용 의원(계양 갑)이 송 시장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박우섭 인천남구청장도 후보군이다.

안철수 진영에서는 아직 후보가 뚜렷하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꽤 높은 상황이어서 인천시장 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인천지지모임 공동대표를 맡았던 박영복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과연 여론조사 만큼의 파괴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