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다 당리당략에 함몰 잇단 파행에 부실논란까지교과위 '6년 연속 파행' 오명… 자정 넘기는 심야 국감도 빈번과다 '기업 증인'에 '한 말씀 국감'도 국감 종료됐지만 향후 후속조치 감시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가 여야간 이견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시작된 2013년도 국정감사가 11월 2일부로 종료됐다. 약 20일간 진행된 올해 국감은 박근혜 정부의 첫 국감이었다. 지난해 국감이 대선으로 인해 별 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올해 국감은 사실상 19대 국회의 첫 시험대기도 했다. 매년 반복되는 국감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과 화제를 낳았던 이유다.

국정원 대선개입, MB정부 4대강 사업, 박근혜 정부 인사파동, 동양그룹 사태 등 민감한 사회적 현안도 산재했던 만큼 열기 또한 뜨거웠다. 그렇다면 올해 국감은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매년 국감을 평가해온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의 올해 중간평가 보고서를 통해 2013년 국정감사 총평과 이슈, 특징들을 되짚어 봤다.

올해 국감은 C학점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최근 발표한 2013년도 국정감사 중간평가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감을 C학점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평가한 점수 D학점보다 한 단계 도약했지만, 여전히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감에 대한 의원들의 참여도와 성실도가 증가했고, 과거 보여주기식 국감에서 탈피해 정책국감화 경향으로 나아가는 등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증인신문 부실, 거듭된 파행, 예산낭비 및 비효율 감사 등 숱한 문제점도 드러났다는 평가다.

우선 올해 국감에서는 진행과정상 노출된 몇 가지 특징들이 존재했다. 진행 과정상 파행국감은 올해에도 여전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과위)의 경우 6년 연속 파행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교과위는 교과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감 첫날부터 교과서 논쟁과 관련해 여야가 부딪히면서 파행을 거듭했다. 이밖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5일, 김민배 TV조선 보도본부장 불출석으로 인해 파행이 발생했으며, 지난 22일에는 서울시의 무상보육 문제로 안전행정위원회에서 파행이 발생하는 등 거의 대부분 상임위에서 최소 한 차례 이상 파행을 기록했다.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동양그룹 현재현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파행 국감 여전히

이러한 파행 국감이 진행됨에 따라 이른바 심야 국감이 올해 유행이었다. 대표 불량 상임위원회로 뽑힌 교과위의 경우 교과부를 대상으로 한 첫날부터 파행을 거듭하며 자정을 넘기는 심야 국감이 이틀 연속으로 진행됐다. 심지어 지난 18일, 동북아역사재단을 대상으로 한 국감은 새벽 1시를 넘기기도 했다.

628개 기관으로 역대 피감기관 최대 규모를 자랑한 올해 매머드급 국감 규모 탓에 진행 과정상 많은 폐해를 낳기도 했다. 과다한 피감기관 선정과 함께 '묻지마 증인출석요구'가 거듭됨에 따라 정작 꼭 말을 들어봐야 할 피감기관장들 일부가 질의 조차 못 받는 일이 허다했다. 지난 17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삼성떡값과 국정원 댓글 수사와 관련한 얘기만 오가다 정작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의 질의를 받지 못했다. 지난 21일, 교과위 국감에 선 윤석용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심야까지 기다리다 결국 2분간 본인 신상과 관련한 답변을 한 것으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기업국감 오명에 증인만 남발

특히 '기업국감'으로 지칭될 만큼 과도하게 남발된 기업증인 출석은 올해 국감 진행 상 최대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각 상임위에서 200여명 넘는 기업증인이 출석했지만, 일정 정도 성과를 낸 동양그룹 증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대로 된 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 15일,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기업형수퍼마켓(SSM) 문제를 따지기 위해 허인철 이마트 대표를 증인으로 출석시켰지만, 정작 이마트 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 대표는 따로 있었다. 번지수를 아예 잘못 찾은 셈이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 대학생 모니터 요원.
올해 국감은 반복 국감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국감의 각 기관 지적 사항 중 대다수가 올해에도 반복됐다는 평가다. 제대로 시정되지 않은 사안이 올해에도 반복됨에 따라 참신성 면에서 매우 부족했다는 얘기다. 여전히 피감기관 대다수가 '국감 기간만 참으면 된다' 의식이 팽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정원, 4대강 주요이슈 부각

올해 국감에서는 산재해 있는 사회적 이슈들이 국감 주제로 자주 오르내렸다. 정무위 국감은 동양그룹 부실 사태가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그룹사 관계자들이 직접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과를 표명했으며, 사태에 대한 원인규명 및 감독기관에 대한 책임자 질책이 나름대로 잘 이뤄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4대강 사업논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 등 이슈들은 각 상임위에서 여야가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했다는 지적이다.

4대강 사업을 놓고 야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고, 법사위의 감사원 국감에서는 사무총장이 이 전 대통령의 '도덕적 챔임'을 언급해 논란이 커졌다. 특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국군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의혹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국감 기간 내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법사위에서는 국정원 수사팀장(윤석열 여주지청장)의 인사 조치가 국감 중반 이슈거리로 부각되면서 여야가 극하게 대립했다. 새누리당은 검찰청법을 무시하고 독단적 수사를 진행해온 윤 팀장에 대한 인사 조치는 당연한 것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에 이어 '검찰 길들이기'가 재연됐다고 주장했다.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서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두고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 이뤄졌다. 안전행정위원회에서는 사초 실종 사태에 대한 국가기록원 국감이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을 이끌고 있는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사회적 이슈들만 국감에서 주요 감사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민생문제, 복지공약 등은 뒷전이었다"며 "이미 오랫동안 끌고 오고 있는 사회 현안들은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것들이었다"고 질책했다.

후속조치 과정도 감시 대상

국정감사 일정은 끝났지만, 국감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매년 문제점으로 부각되어온 부실한 후속조치 과정에 대해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중요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엄포한 상황이다.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지난 국감 결과에 따른 시정조치 사안을 제대로 점검하고 검토한 의원들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며 "국감이 끝난 후에도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의 활동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일선 의원들과 피감기관들이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정당 별 국감 성적표는


한병관 기자


새누리 "열의 부족"… 민주당 "구태 매몰"
통합진보당 등 소수정당은 존재감 사라져

여야 각 정당의 올해 국정감사 성적표는 어떻게 나왔을까. 전체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올해 국감에서 여야 모두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NGO모니터단은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해 "기초연금, 세금논란,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 중소기업 살리기, 원전불안 등 국민적 관심사항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 개발을 못했다"며 "집권여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상실했다"고 촌평했다.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평가에 대해 "여당은 국민의 대표로 국감장에 나가는 것이지 정부의 하수인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말 가까운 사람의 옷에 오물이 묻었다면 당연히 털어주지 모른 척하지 않는다. 피감기관이 잘못하면 얼른 고쳐줘야 하는데 올해 국감에 새누리당은 열의가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NGO모니터단은 제1 야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창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국정원 댓글사건과 사초폐기논란 등 이전 이슈에 매몰되어 새로운 이슈를 개발하지 못하고 날카로움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증인채택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 없이 마구잡이로 증인을 신청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경우, 오랜기간 장외투쟁에 집중한터라 전체적으로 국감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올해 국감에서는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 소수정당의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다는 평가다.

NGO모니터단 자원봉사 대학생들 감시자 역할 톡톡


한병관 기자

올해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의 활동 속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NGO모니터단에는 500여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해, 각 상임위 현장에 투입됐다. 대학생 봉사자들은 국감기간 동안 일선 의원들의 출석 및 이석 상황을 체크하고 국감현장에서 쏟아내는 의원들의 질의 및 답변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국감 현장 내 옴부즈맨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10월 29일, 국회 본청에서 만난 유규비 학생(연세대 정치외교학과)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가라고 한다. 그는 "수업시간에 국회의 정책결정 시스템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었지만 이론으로 공부하기보다 직접 보고 느끼며 배워보고 싶었다"며 참가 이유를 밝혔다. 특히 그는 국감 현장에서 바라본 의원들의 모습에 대해"몇몇 의원들이 미디어를 너무 의식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언론에 한번이라도 더 노출되려 부러 언성을 높이는 듯한 의원들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을 수 없다"며 매서운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법률가가 꿈이라는 김민선 학생(중앙대 정책학과)은 "준비가 소홀해 시간을 낭비하고 특정 문제만을 반복적으로 질타하시는 국회의원들도 있지만, 실제로 발로 뛰면서 피감기관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책도 생각해보는 의원들도 볼 수 있었다"며 "학생으로서 공부할 때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민주주의가 현장에서는 정말 중요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병관 기자 wlimodu@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