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비노' vs '친노' 주도권 잡기… 안철수 vs 문재인 '대권 전초전''安-비노' 신당 주도권 공조에 최대 세력 '친노' 경계 분위기손학규·박원순·안희정 잠룡들 겉으론 환영 속 지형변화 촉각
민주당은 3일 긴급의원 총회를 열고 새정치연합과의 통합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의총에는 통합신당에 대한 관심으로 평소보다 많은 100명 이상의 의원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통합 합의 배경을 설명하고 결정 과정을 알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통합선언이 새로운 민주당, 더 큰 민주당을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통합에 대한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기는 했지만 김 대표 발언 때마다 박수로 지지의사를 표했다. 당 지도부를 비판해 온 정청래 의원도 "정권 독주에 제동을 걸어달라는 범야권 지지자의 여망에 부응한 큰 결단이었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대다수 의원이 양측의 통합에 찬성해 눈에 띄는 반대나 잡음은 노출되지 않았다. 문재인 의원도 이미 통합에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비친 바 있어 표면적으로는 신당 창당 움직임이 순항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여론조사 결과도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김 대표와 안 의원의 기운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미디어리서치의 4일 여론사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2.9%로 이전과 큰 변동이 없는 반면, 통합신당은 39.7%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같은 기관의 조사에 비하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1.9% 낮아진 것이고,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3.1%포인트 높아졌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에 대해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42.1%, '잘못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43.1%로 오차범위 내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또 양측의 첫 지도부 연석회의에서는 향후 통합 과정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지분 나누기 등으로 비쳐지는 일이 없도록 의견을 모았다.
김 대표 중심의 비노(비노무현)계와 안철수 의원 세력이 공조하는 모양새가 굳어지면서 향후 통합신당의 주도권마저 틀어쥘 기세를 보임에 따라 민주당 내 최대 주주인 친노(친노무현)계의 근심은 더욱 커져가게 됐다. 특히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과 안 의원 간 차기 대권경쟁도 조기 점화하는 조짐이어서 갈등의 씨앗은 외형적 성장에 비해 내부에서 소리없이 자라고 있는 형국이다.
김한길-안철수의 통합신당 순항할까
신당 창당은 그동안 정치적으로 친노 세력과 대척점에 서 온 김 대표와 안 의원의 합작품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다. 앞으로 '안철수 대권', '김한길 당권'의 역학 구도가 구축될 것이라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이는 곧 문 의원과 안 의원 간 2017년 대권 경쟁이 조기점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대표가 의총에서 "안철수라는 에너지를 새로운 기폭제로 새 정치를 국민에게 보여드려야 한다"고 치켜세운 것도 친노 입장에서는 영 못마땅하다.
실제 민주당이 창당 실무기구와 별도로 '새정치비전선포위' 설치를 긍정 검토하는 것도 안 의원을 배려한 측면이 강하다. 안 의원은 자신이 주창한 새정치의 정신이 정강정책에 많이 들어가야 한다며 이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안철수 색채'를 통합신당에 강하게 반영하겠다는 게 김 대표 측 정치적 셈법의 산물이다.
친노 입장에서는 조용히 보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창당 과정에서부터 친노를 상대로 비노 및 친안철수 세력이 한바탕 줄다리기를 벌일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창당 과정의 친노 배제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정치공학적인 생각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고만 답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문 의원의 답변 속에는 지금의 야권 통합과정을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친노계의 복잡한 심정의 일단이 엿보인다.
이러 상황에서 4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는 더욱 친노를 위축시키고 있다. 통합신당 차기 당대표 순위를 조사한 결과 안 의원이 30.8%로 1위에 올랐고 문재인 의원(21.1%), 김한길 대표(13.8%)가 2, 3위를 각각 기록했다.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의 심정이 더욱 다급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노진영의 공격은 안 의원에게 집중될 공산이 크며 그 시점을 재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양측의 충돌 시점으로 예견되는 부분은 향후 지도부나 대의원 등의 지분을 정할 때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발표대로 5대 5로 밀고나갈 때란 전망이 많다. 이의 현실화 시 현재 민주당내 60%의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친노 입장에선 앉아서 절반의 지분이 감축되는 상황이 된다. 통합 신당의 첫 난항 지점이다.
손학규는 어떻게 할까
친노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입장이 애매해진 쪽이 비노진영의 대표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이다. 손 고문은 지난 2일 이낙연 의원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신당 창당 선언과 관련, "야권 분열에 대한 유권자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통합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문 의원처럼 환영 의사를 표했으나 지난해 9월말 독일에서 귀국 후 재기의 모멘텀을 찾고 있던 손 고문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런 야권 통합으로 인해 안 위원장과 한 정당에서 잠재적 대권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대목에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친노와 대척점에 있던 손 고문이 문 의원과 함께 할 가능성은 적다. 결국 손 고문은 일단 안 위원장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우군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손 고문은 한때 안철수 신당행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올 정도로 두 사람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김 대표와 안 의원의 연합군에 손 고문이 간접적 지원 사격을 하는 모양새로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친노 및 강경파와 대치 전선을 형성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안 위원장의 등장으로 손 고문은 비노진영의 대표주자 자리를 안 위원장에게 넘겨줘야 하는 처지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손 고문은 원외인사인데다가 중도란 이념적 성향도 비슷해 움직일 공간이 더욱 좁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이다. 향후 권력지형이 '친안(親安) 대 친문(親文)' 구도로 급격히 재편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손 고문이 적절한 줄타기를 통해 입지를 어떻게 확보해 나갈지 주목된다. 이 같은 지형변화 속에 손 고문이 7월 재보선을 통해 원내 복귀를 꾀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더구나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나 원유철 의원 등이 출마할 경우 경기 수원이나 평택 등에서 보궐선거가 열린다는 점에서 경기지사 출신인 손 고문이 이 곳을 통해 여의도로 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손학규 고문의 정치인생을 건 마지막 승부도 험로가 예고돼 있다.
박원순과 안희정 등 잠룡들은?
야권의 대주주간 세력다툼이 본격 시작될 분위기가 무르익자 민주당 내 다른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단 신당이 창당되면서 가장 큰 수혜를 본 사람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란 게 대체적 분석이다. 당장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의원 측과의 경쟁을 피하게 됨에 따라 재선 가도에 큰 걸림돌이 없어졌다. 선거 결과에 따라선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군에 곧바로 올라설 수 있다. 향후 안 의원과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문재인-안철수-손학규' 라는 3강 구도에 박 시장도 당당히 한 축을 이룰 수 있게 됐다는 계기는 마련된 셈이다. 물론 박 시장의 재선 가도도 녹록한 것은 아니다.
한국리서치가 3, 4일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40.6%로 박원순 시장(36.9%)을 오차범위(±4.4% 포인트) 내인 3.7% 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시장은 정 의원에게 뒤졌지만 새누리당의 다른 후보군인 김황식 전 총리와 이혜훈 최고위원과의 양자 대결에서는 우위를 유지했다. 또 5일 한국갤럽이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시장이 46.5%, 정 의원은 45.3%로 오차범위 내 우위를 보였다.
새누리당이 정 의원-김 전 총리-이 최고위원 간 3자 경선 구도를 통해 컨벤션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릴 경우 여당 후보는 상당한 힘을 받을 수도 있다. 박 시장이 신당 통합 발표로 안심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박 시장 입장에서는 잠재적 경쟁자인 안 의원이나 문 의원 등의 정치 행보도 염두에 둬야 하지만 눈앞의 선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재선 외에 다른 정치적 흥정을 할 게재가 아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공공연히 언급한 안희정 충남지사도 야권 통합 움직임이 눈앞의 선거에는 도움이 되지만 향후 야당내 권력투쟁을 감안하면 그리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안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측근이다. 문 의원이 친노의 맏형이라면 안 지사는 친노의 적자를 자임했다. 친노 내부에서 안 지사는 문 의원과 1차 경쟁을 한 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안 의원이나 손 고문 등과 겨룰 생각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신당 통합으로 이젠 친노가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안될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서로 피를 흘려야 하는 문 의원과의 경쟁 구도 없이 바로 문 의원 중심의 친노가 돼야 할 판이다.
물론 안 지사도 박 시장과 같이 재선에 성공해야 차기를 기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은 야당발 정계개편을 염두에 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김한길-안철수 주도의 야권통합이 그리 내키는 구도는 아닌 듯하다.
최세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