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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백선
호랑나비 홀리는 특별한 향



지난 주에 경상도의 한 야산에 올랐다가 백선이 핀 한 무리를 보았다. 만지송(萬枝松)라고 불리울 정도로 많고 아름다운 가지를 사방에 펼쳐내며 한 마을의 작은 산꼭대기에 올라 앉은 오래된 소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이어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지만 아주 독특한 자태로, 느낌으로 자라고 있는 백선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백선을 보니 이젠 여름인가 싶었다.

풀이든 나무든 혹은 사람이든, 그 이름을 불렀을 때 떠오르는 느낌이 있다. 실제 모습을 보았을 때, 그리고 좀 더 깊이 알았을 때의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을 터이다. 백선이 바로 그 경우가 아닐까? 백선이라고 하면 모두 버즘처럼 머리에 나는 별로 유쾌하고 깨끗하지 못한 병증을 생각하는 이가 많을 터이지만, 산자락에 피어나는 백선의 자태는 여간 곱지 않다. 반질한 잎새들도 적당히 줄지어 달려 한 포기를 이루고, 그 사이에서 올라온 자루에 달리는 여러 송이의 꽃들은 그 하나 하나가 너무 작지도 지나치게 크지도 않다. 꽃잎은 날갯짓하는 새처럼 자유로와 보이고 그 사이로 드러나는 길게 늘어진 수술들은 그럭저럭 꽃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냄새를 맡기 전까지는 감탄스러울 만큼 멋지다.

백선은 운향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운향과에는 선점이 있어 향기를 분비하니 특히 생육이 왕성한 어린 식물체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같은 과에 귤이나 탱자나무 혹은 산초나무 같은 향기처럼 특별하다. 그러나 상큼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냄새를 분비한다. 자신을 특별한 해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단일 터인데, 유독 산호랑나비에게는 좋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백선은 바로 이 고운 나비의 숙주식물이기도 한 것이다.

백선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도 더러 있다. 여러 해전, 이 식물이 무더기로 출현했는데 처음 보는 무척 귀한 식물이라고 언론이 떠들썩 한 적이 있어서 아주 이상했었다. 흔치는 않아도 아주 귀한 식물도 아니고, 처음 발견된 것은 더 더욱 아니어서 말이다. 알고 보니 이 식물의 별명에서 유래된 사건이었다. 백선은 뿌리가 아주 멋지게 잘 발달한다. 사람들은 산삼을 닮았다 하여 반기는데, 한술 더 떠 멋진 봉황을 닮았다 해 봉삼 또는 봉황삼이라고 부른다. 백선은 산삼의 일종이 아니라 산삼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식물이다. 백선은 약용 식물이기는 하지만 독이 있는 알칼로이드·사포닌·정유 등을 포함하여 한방에서는 황달, 습진과 같은 피부질환, 다른 약제와 함께 풍을 치료하는데 쓰이며 진통, 해독, 해열의 효과도 있으며 최근에는 알레르기성 천식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성이 있는 까닭에 함부로 먹는 일은 위험한데, 한때 일부에서는 잘못 알고 아주 아주 비싼 값으로 거래되고 소개되었으니 참으로 웃을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교수님 한 분이 백선이나, 사람이나, 제자나 깊이 알아서 실망하기 보다는 한 걸을 떨어져 바라볼 때가 좋은 경우가 많다고 하셨지만, 우리 산자락에 자라고 있는 여러 얼굴의 백선이 꼭 그런 경우 같다. 백선은 지금 우리가 자신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해주길 바라고 있지는 않을까. 깊지 않은 고향집 뒷산 즈음에서 백선 한 무리 만나는 일은 행복한 조우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연구관 ymlee99@foa.go.kr


입력시간 : 2004-06-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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