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을 이어주는 들녘의 노란 꽃이 송골송골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에 서면 산과 들에 나가도 어여쁜 들꽃 구경이 쉽지 않다. 여름꽃은 이미 져버리거나 혹 남아도 제 빛을 잃었고 가을꽃을 보기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밖으로 나선 길목에 마타리가 있어 반갑고 좋다. 깊고 깊은 백두산 자락에서 척박한 산자락 혹은 들판에서 여름내 그리고 이제 가을의 문턱까지 우리의 눈길을 기다리며 피어나는 노란마타리.

어른의 허리쯤까지 꽃대를 높이 올리고 비록 하나하나는 작은 꽃이나 무리지어 피어나 마음을 잡을 줄 아는 마타리. 이들이 파란 가을하늘을 이고 바람에 살랑이며 여름과 가을을 완벽하게 이어준다.

마타리의 매력은 이 말고도 여럿이다.

가녀린 줄기를 가졌으면서도 질긴 생명력을 가진다. 그저 노랗다라는 느낌을 주는 꽃들을 자세히 보면 꽃차례가 아주 독특한데 아래에 달리는 꽃자루는 길고 위쪽으로 갈수록 짧아지며 그 끝에 매달린 꽃송이들은 일직선을 이룬다.

이런꽃차례를 산방(繖房花序)라고 하는데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노란 역삼각형이 수없이 반복되는 기하학적인 모양이다. 마타리를 보는 느낌이 소박하면서도 현대적이며 개성있게 생각되는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 아닐까.

마타리는 마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평상시엔 다른 풀과 섞여 잘 보이지 않다가 늦여름 ??올라와 단연 돋보이는 존재가 된다. 꿀도 많아 우리 뿐 아니라 곤충들도 즐겨 찾는다. 깃털처럼 많이 갈라지는 잎은 서로 마주 달리고 그 사이에서 꽃자루가 나온다.

마타리란 이름도 독특하다. 하지만 아직은 그 연유를 찾을 길이 없다. 한자로는 뿌리에서 콩??는 냄새가 난다하여 패장(敗醬)이라고 하고 들판에 피는 노란꽃이라하여 야황화, 야근, 여랑화등의 이름이 있다. 우리말로는 강양취, 가양취, 미역취라고도 한다.

마타리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어린 싹을 나물로 무쳐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쌀과 섞어 나물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 약간 있는 쓴 맛은 우려내면 된다. 꽃이 피었을 때 조차 그 밑에는 다음해 커갈 어린 싹이 미리 나와 있어 이 역시 좋은 산채가 된다.

약으로도 이용되는데 간을 보호해주고 진통, 해독, 배농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관상용으로도 이용되지만 너무 야성적이어서 조밀한 정원엔 어울리지 않는다. 이 땐 비슷하지만 오양이 아담한 금마타리나 돌마타리가 좋은데 옮겨 심을 때 뿌리에서 나는 나쁜 냄새를 주의해야 한다.

마타리가 피워낸 황금물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가을이 우리 곁에 다가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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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