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황인혜…'가나다라' 연작, 천안세무서 로비 벽 대형작품장식

가다라다춘하추동, 190×125㎝×4 캔버스위에 혼합재료, 2015
바탕은 생존과 밀접한 자연이다. 그 위에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자를 놓음으로써 두 결합을 드러낸다. 어느 것 하나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고요함과 움직임이 공존하는, 동정(動靜)이 함축된 시절의 세계인 것이다. 작품은 오른쪽부터 춘하추동(春夏秋冬)이다. 봄은 연한 새순이 돋아나 만물이 소생하는 환희와 희망에 찬 노래로 표현했다. 화면의 문자는 ‘ㅣ’인데 한자로 내천(川)자가 되어 얼음이 녹고 물이 흐르는 봄의 형상을 나타냈다.

여름은 윤기어린 녹음사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꽃과 열매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순결한 색깔의 물이 골짝에서 흘러 모여 스스로 이뤄진 작은 웅덩이 하나 그것이 강의 시원(始原)이듯, ‘ㅇ’은 포용과 옹달샘을 떠올리게 한다. 또 풍요로운 결실을 수확하는 가을의 문자는 ‘ㅡ’가 세 개 있다. 옆으로 보면 아래 획이 잘려진 뫼산(山)자인데 봄에 천(川)이 있었듯 가을에 산이 있어서 봄과 가을이 합치면 산천(山川)이 된다. 곧 우리나라 자연을 일컫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겨울은 동면으로 편히 쉬면서 새 봄의 생명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훈민정음 옛이응 ‘ㆁ’은 마치 굴렁쇠가 굴러가면서 정체되어있지 않음으로써 다가 올 상황을 준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편 화백은 지난 1월18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청수14로 소재, 천안세무서 2층 벽 정면 및 좌우, 삼면에 이 작품을 포함하여 100호 이상 대작 8점을 장식했다. 작업은 민원이 많이 오가는 공간임을 감안해 캔버스 위에 아크릴, 돌가루, 목탄 그 외 물감 등을 혼합했다. 작가는 “1층 로비 밖에 소나무가 있는데 유리창을 통해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어우러지는 구상을 하게 되었다. 작품이 걸리는 대리석 벽의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에 온기를 주고 싶어서 파스텔 톤을 바탕으로 한철 보다는 한반도는 사계절이 순환되니 네 쪽으로 작업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화가 황인혜는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 재학 중 1966~67년 연달아 국전서예부문에 입선한 바 있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문자는 경북문화상을 받으신 부친인 서화가 희제 황기식 선생으로부터 배움의 영향이 크다. 또 지난 1994년 3월 독일 베를린기술박물관(German Museum of Technology, Berlin) 전시를 계기로 오늘날까지 22년을 한글추상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