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숙 연출 ‘세일즈맨의 죽음’…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5월 8일까지

현대 극의 고전이 된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대표작 ‘세일즈맨의 죽음’이 또 다른 울림으로 무대에 오른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첫 막을 올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한국만 해도 수차례 공연됐다. 이는 작품이 1949년 뉴욕 초연 당시 퓰리처상 극본상, 뉴욕드라마 비평가협회 최우수작품상, 토니상 등을 휩쓴 명작이라는 화려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의 손을 거치고 배우들의 연기에 따라 늘 다르게 변주되고 울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평생을 세일즈맨으로 살며 실적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주인공(윌리 로먼)의 물신주의적 가치관으로 인해 개인과 가족이 붕괴되는 과정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아서 밀러는 작품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잔인함과 사회 속 고립된 개인이 서서히 파멸해가는 과정을 심도 있게 다뤄 당대 미국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세일즈맨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사회의 부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것을 의식하든 않든 현대인은 부조리라는 땅을 딛고 있고, 틀에 갖혀 살아가며 몸부림친다.

한태숙 연출은 그런 현대인의 몸부림, 어둡고 추악한 내면을 파헤쳐 적나라하게 내보인다. 그간 ‘단테의 신곡’ ‘안티고네’ ‘장화홍련’ ‘오이디푸스’ 등 다양한 동서양 고전을 재해석해 무대화한 내공이 이번 작품에 무게를 더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세일즈맨의 죽음’ 프레스콜에서 한 연출은 “무거운 연극을 보느라 애쓰셨다”는 말로 연출 의도와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했다. 매번 공연을 통해 ‘어둠의 미학’을 구축한다는 평을 받아 온 그가 이번 작품에도 특유의 인간에 대한 해석을 드러내고 있다.

한 연출은 “이번 ‘세일즈맨의 죽음’은 전형적인 가족의 비극 이외에 ‘윌리 로먼의 머릿속에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심리를 포착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 연출은 “인간이 내면에 가지고 있는 갈등과 분열을 강조해 차별화를 시도했으며, 그 부분을 시청각적으로 강조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함께 자리한 배우 손진환(윌리 로먼 역)과 이승주(비프 로먼 역)도 이번 공연에 임하는 진지함을 보여줬다. 손진환은 “작품 속 가장에게서 나의 아버지,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을 생각했다”며 “삶의 끝자락에서 고민하는 윌리 로먼의 모습은 삶의 무게를 지고 오늘을 살아가는 일반 가장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이를 풀어가는데 중압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승주는 “극 중 인물들에게 모두 결함이 있는 점이 좋았다. 이런 인물들이 많이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어떻게 비춰질까 많이 고민하면서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5월 8일까지 CJ토월극장에서 이어지며, 작품의 더 나은 이해를 위해 이 극의 드라마터그를 담당한 강태경 이화여대 영문과 교수가 28일 공연 전 극장 건물 3층에서 작품에 대한 해설을 진행한다. 02-580-1300

박종진 기자

*사진 캡션

-메인 :배우 이승주와 손진환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린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프레스콜에서 열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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