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전 ‘칼데라의 바람’전…라 카페 갤러리, 7월 1일∼12월 28일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한국사회와 문단을 충격적 감동으로 뒤흔든 박노해 시인이 2000년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 nanum.com’를 설립하고 활동해온 여정은 ‘또 다른 새벽’을 일깨웠다. ‘저항의 상징’을 넘어 새로운 사상과 혁명의 길로 나아가는.

시인은 현장에서 그런 길을 발견했고, 오롯이 사진에 담아 신선한 새벽길을 열었다. 2003년 시인은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전세계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왔다. 두 발로 걸으며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을 모아 2010년 1월 첫사진전 ‘라 광야’전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전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유랑 길을 떠났다.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지도에도 없는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 땅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2014년 ‘다른 길’전은 시인이 가슴으로 기록하고 전하는 말이다. “사랑하다 죽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사랑 없이 사는 것은 더 두려운 일이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지요.” (2011년 아프가니스탄 국경마을에서)

오랫동안 대안 삶의 혁명을 추구하고 실험해온 시인은 지난 1일부터 ‘칼데라의 바람’전을 통해 우리를 인도네시아로 안내한다. ‘다른 길’ 전을 통해 일부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전시에선 인도네시아의 속살을 다양하게 보여줌으로써 인간을 둘러싼 역사와 그 안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고의 커피인‘아체 가요마운틴’의 향기가 흐르는 곳, 최대의 열대산림이 숨쉬는 아시아의 허파, 1만8000여 개의 섬들이 별처럼 수놓아진 나라다. 이 풍요로운 땅에 수많은 민족이 어우러져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가 살아간다.

네덜란드ㆍ영국ㆍ일본의 오랜 식민지배와 군부독재 그리고 소수민족의 독립운동까지 아픈 역사가 흘러갔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대지에 뿌리박은 야생의 힘으로 강인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 시인의 사진에는 칼데라(caldera, 화산이 폭발한 자리에 생겨난 분지)의 농부들과 수마트라 밀림의 순수 커피농가, 타와르 호수에 깃들어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저마다 고유하기에 더없이 다양한 일상이 숨쉬고 있다. 그것을 고스란히 담아낸 사진은 시인의 독백 그 자체다.

“사랑은, 나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먼 훗날 내 살아온 동안을 돌아볼 때 ‘아 내

가 진정으로 살았구나’ 생각되는 순간은 오직 사랑으로 함께한 시간이 아니겠는가. 그 시간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그의 인생이 아니겠는가.”(박노해)

시인의 글로벌 평화나눔 상설 사진전이 열리는 ‘라 카페 갤러리’에서 오는 12월 28일까지 열리는 사진전은 ‘아체 가요마운틴’ 커피를 수확하는 농부들부터 쓰나미 속에 희망의 나무를 심어온 청년들까지 칼데라의 바람 따라 인도네시아 구석구석을 누빈 시인의 고단한 발걸음이 건져 올린 ‘시간의 선물’이다. 02-379-1975

박종진 기자

*작품 캡션

‘화산의 선물’ Sukapura village, Probolinggo, East Java, Indonesia, 2013.

‘커피 체리를 딸 때마다’ Gayo Mountain, Takengon, Central Aceh, Sumatra, 2013.

‘칼데라를 달릴 때’Pananjakan, Probolinggo, East Java, Indonesia, 2013.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