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호득…‘산 산 물 물’개인전, 4월 21일까지, 갤러리 분도

'산 산 물 물', 130.5×194㎝(2p) 캔버스에 아크릴,2017

「그러나 운하는 바다로 가볍게, 조용히, 평안히 흘러간다. 이제 더는 운하도 경계도 레귤레이션도 없다. 강물은 자신을 활짝 열고 전 세계의 물과 대양에, 그 깊은 곳에 사는 피조물들에게 자신을 내 맡길 뿐이다. 마린은 시에서 노랬다. ‘주여, 나의 죽음이 거대한 바다로 들어가는 강물의 흐름 같게 하소서.’」<다뉴브(DANUBE), 클라우디오 마그리스(Claudio Magris)선집1, 이승수 옮김, 문학동네 刊>

손바닥을 펴기도, 손가락의 반복으로 그려진다. 손의 크기가 정해져 있다는 단조로움을 보완해주는 것은 화면 아래 물길처럼 풀어지는 여백이다.

처음엔 의식적으로 한 것이지만 작가가 “다시 그리라 해도 못 그릴 아주 성공적인 그림”이라고 말한 것처럼 나중엔 완전한 몰입의 내면세계 상태에 치우쳐 순식간에 그린, 산과 물이다.

'산-아득', 117×80cm(2p), 2017
‘산-아득’은 산수화법의 사실화구도법을 완전히 무시한 관념적 평면화작품이다. 모든 것을 품은 무엇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주관선상의 독창성으로 화이트컬러로 입체드로잉 해 먹이나 다른 물감으로 입혀 그것이 골짜기로 들어가 명암이 되도록 하였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튀어나온 것이 더 밝다. 골 선을 수묵화에서 먹으로 짙게 하는데 희게 되는 것이 입체감으로 노출됐다.

“퇴직 후 줄곧 경기도 여주작업실에 묻혀 지낸다. 이젠 조금 더 목표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쪽으로 몰아갈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도 새로이 살아난다. 나의 그림이 심플하고 더 이상 발전할 데가 없다고 하지만 경지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에 안주할 수 없다.”

남 눈치 안보고 산다는 것의 기적

김호득 화백은 1986년 관훈미술관에서 다소 늦게 첫 개인전을 가졌다. 먹과 채색, 아크릴 등 재료를 자유롭게 운용한 10년 동안의 작업을 한꺼번에 전시했다. ‘새롭다’, ‘특이하다’ 등의 반응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회화와 동양화를 전공했던 영향이 컸다. 경계라고나 할까, 한군데 소속되어지지 않은 애매한 지점에서 자신을 이끌어 간 산물이었다.”

1997년도는 그에게 기념비적인 전시로 기억된다. 금호미술관, 학고재, 아트스페이스서울 등 세 곳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열었는데 광목에 수묵을 집중적으로 그린 계기가 되었다. 이후 2009년 경북 영천 시안미술관1~3층 전관에서 평면과 설치작품으로 전시했다.

특히 3층엔 20m 대형수조에 먹물을 담아 천정에서 아래로 한지를 길게 늘어뜨려 조명을 비추면 벽에 물결영상이 일렁이는 설치작업으로 ‘함축과 응축의 동양적자연성을 드러냈다’는 극찬을 받았다.

김호득(金浩得) 화백
김호득 작가는 서울대학교 회화과 및 동대학원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영남대학교(1991~2015년) 교수를 역임했다. 1993년 제4회 김수근문화상 미술상, 2004년 제15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이번 ‘산 산 물 물’개인전은 대구시 중구 동덕로, ‘갤러리 분도’에서 3월 26일 오픈해 4월 21일까지 열리고 있다. 1~3층까지 수묵화, 수조설치작품, 캔버스 아크릴 작업으로 총 25여점을 선보인다.

한편 봄비가 쌀쌀한 바람을 동반한 날씨였다. 경기도 광주시 소재 화백의 자택 인근서 만나 장시간 인터뷰했다.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어떻게 보면 남의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었다는 것만도 기적이다. 작가가 재료비정도만 들어와도 굉장히 다행스러운데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는 조절이 됐다. 살면서 항상 흔들렸지만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에 스스로 대견스럽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