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ㆍ패브릭아티스트 김성혜35년:IN MY LIFE’기획초대전, 9월1일~10월31일, 사천 리미술관

Sonido-No 220, 133×83㎝ Mixed media Textile, 2018
“어른의 시선은 어린아이의 시선과 하나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어른의 시선은 미래가 어린아이에게 자신을 처음 예고했던 순간을 향한다. …베를린에 관한 책은 도시, 거리, 공원 등 모든 곳이 충격을 추적한다. 어린아이는 성인이 되어 해독할 수 있을 때까지 이런 기억을 보존한다.”<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 그램 질로크(Graeme Gilloch)지음, 노명우 옮김, 효형출판사 刊>

화면은 소리의 느낌을 원형으로 표현했지만 그것을 해체시키고 있다. 통상 들리는 것을 음(音)이라 여기지만 안 들리고 보이지 않는 기류를 명제 ‘소니도(sonido,소리)’로 정했듯, 인생의 흐름이나 각자 살아가는 고통과 행복을 극복하는 과정을 함의해내고 있다.

면을 실제로 들여다 보면 빼곡한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실이 끊어지면서 올이 자연스럽게 풀려있다. 과정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살리면서 작업한 것이다.

이것은 원을 해체시키면서 다소 디자인적인 관점으로 보이기 쉬운 부분을 보완해주는 자연스러움으로의 승화이기도 한데 동시에 노자(老子)가 설파한, 힘쓰지 않아도 다스려지는 무위이화(無爲而化)처럼 본연적인 것이기도 하다. 원초적인 순환에 드러나는 첫 발자국 그 인간의 역사에 흐르는 참다운 소리와 다름이 없는 연유다.

(왼쪽부터)No 86~85, 86×61㎝, 2015(each)
“작은 음향들이 모여 소리가 되듯 우리가 살아가면서 들리는 것만 들으려하지 말고 못 듣고 흘려버리는 참된 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포착하여 표현하고 싶었다.”

대자연이 전시장되는 소망

작업은 캔버스 위에 한지를 먼저 바르고 그 위에 나이프나 가위로 자른 마대 천의 풀린 올을 부착한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느낌이 다른 실을 모아 머리를 땋듯, 꼬기도 한다.

“물감에서 느끼지 못하는 색감과 손끝에 전해오는 손맛의 미감이라고 할 만한 터치감이 매력적이다. 섬세하면서도 민감한 감각의 작업이다. 실이라는 자연재료가 주는, 인체와 가장 친화적인 소재와 색채가 전하는 풍성하고 푸근한 생명의 촉각성이 작업에 빠져 들게 한다. 회화를 기본적으로 했기 때문에 섬유임에도 느낌대로 잘 풀어져 나가고 있어서 작품을 하면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김성혜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공예학과 졸업했다. 1980년대 중반 태피스트리(tapestry,타피스트리)를 본격적으로 했고 94년 서울 영등포, 경방필백화점 문화센터갤러리에서 태피스트리 작품으로만 첫 개인전을 가졌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부터 유화작업으로 15년 동안 ‘일월도’와 ‘빛-소니도’연작을 발표해 콜렉터들로부터 호평 받았다. 그러다 2015년 금보성아트센터 초대전에서 처음으로 회화와 태피스트리를 접목한 작품을 선보이면서 패브릭아티스트로의 전기를 마련한다.

서양화가 김성혜(金聖惠)
이번 ‘회화·패브릭아티스트 김성혜35년:IN MY LIFE-그대로, 빛 해 달 소니도’기획초대전은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경남 사천시 소재, ‘사천 리미술관’에서 2개월간 열린다.

한편 “재료나 작업계획 등에까지 경계를 넘어서려 그동안 무척 애써왔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고 느낀다”는 작가에게 앞으로의 소망을 듣고 싶었다. “실내갤러리 보다 대자연이 곧 전시장이 되는 그런 공간작업을 하고 싶다. 풀밭, 숲, 나무, 돌, 계곡 등과 나의 작품이 함께 어우러져 호흡하는 전람회를 늘 꿈꾼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