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5일장...
전남 구례로 가는 봄 길은 5일장 덕분에 더욱 들뜬다.
지리산에서 나는 약재에 온갖 산나물까지 쏟아져 시끌벅적한 봄 풍경을 만들어낸다.
200년 세월... 섬진강 뱃길 사연
옛 정취가 가득한 구례 장터는 200년 가까이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하동포구에서 시작된 섬진강 물길은 구례까지 닿았고, 조선시대 때는 섬진강 뱃길을 따라 타지 상인들도 이곳 구례 5일장까지 와서 물건을 거래했다고 한다. 봉동리 장터는 한때 구례 상설장쪽으로 터를 옮겼다가 1950년대 후반 다시 봉동리에 정착해 마을 주민들의 왁자지껄한 만남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구례 5일장은 과거에는 목기시장으로도 유명했다. 장터 초입 골목길로 들어서면 은은한 약재와 산나물 향기가 코를 감싼다. 구례 5일장은 예부터 지리산에서 나는 약재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산수유부터 당귀, 더덕, 칡, 생지황 등 약초들이 한가득이다. 듣기에도 생소한 약초를 넌지시 물으면 약재상 주인장은 큰숨 한번 몰아쉬고는 다락 깊숙한 곳에서 한줌 떡하니 꺼내다 준다. 여기에 봄이 무르익으면 지리산 일대의 기름진 땅에서 나는 고사리, 쑥, 냉이 등 산나물들이 곁들여져 골목길이 풍성해진다. 할머니들의 정성스런 손길에 한번씩 다듬어진 나물들은 한결 먹음직스럽다. 뜨내기 손님들이 이것저것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에는 수줍은 미소가 봄 햇살만큼이나 한가득이다.
약재상, 대장간 등 정겨운 볼거리
장터 구경을 끝냈으면 구례의 봄꽃을 만끽할 차례다. 3월중순이면 꽃망울을 터뜨리는 상위마을 산수유는 3월말까지 노란 자태를 뽐낸다. 오래된 사찰에서도 완연한 봄기운은 묻어난다. 지리산 자락의 화엄사는 백제 성왕때 창건된 1500년 세월의 고찰이다. 경내에는 국보 4점, 보물 5점 등의 문화재가 보존돼 있으며 템플스테이가 가능하다.
※여행메모 ▲ 가는 길=서울남부터미널에서 구례행 버스가 오간다. 자가운전의 경우 호남고속도로, 순천완주고속도로를 이용한뒤 화엄사IC에서 빠져나온다.
▲ 먹을 거리=섬진강 자락 곳곳에서 재첩국을 맛볼수 있다. 섬진강 간전교 지나 동방천 앞 다슬기 전문점은 토종 된장국과 다슬기 수제비가 별미다. 산동면에서는 ‘백제회관’의 산채정식이 먹을 만하다.
▲ 기타정보=토지면의 운조루, 곡전재 등 구례의 옛 한옥들은 봄이면 풍취를 더한다. 조선 후기 양반 고택의 멋을 잘 살려낸 운조루는 대청마루앞 동백꽃이 단아하다. 운조루 건너편, 높은 돌담과 대나무숲이 인상적인 곡전재는 하룻밤 묵어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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