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회사에도 공정위 칼바람공정위 본격 조사 나서 그룹 전체 확산될 전망내부거래로 총수 이득… 규제 대상 3곳 추가돼2곳은 내부거래 100%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현대그룹빌딩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일감몰아주기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격 시행됐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총수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 20%)를 넘게 보유한 기업이 200억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 내부거래를 할 경우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해당 법안이 시행된 건 지난해 2월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신규 내부거래에만 제동을 걸고 기존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1년간 적용을 미뤄왔다. 대기업들에게 '시정'할 시간을 준 셈이다. 이후 1년 사이 대기업들은 저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탈출을 위한 노력을 했다.

여기엔 계열사 간 사업구조를 재편이나 회사 청산,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불씨를 털어낸 건 아니다. 공정위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어디가 있을까. <주간한국>이 연속기획으로 진단한다.

그룹 계열사 공정위 조사

지난달 현대그룹 계열사에 공정위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부당이득 편취 의혹에 대한 조사를 위해서다. 시작은 불공정거래 정황이 포착된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증권이다. 이후 조사는 그룹 전체로 확산될 전망이다.

현대그룹 계열사 중 현대로지스틱스가 첫 타깃이 된 배경은 회사 매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감몰아주기법 규제 대상으로 거론돼 온 이 회사는 현대그룹과 총수가 보유하던 지분 88.8%를 매각하면서 올해 초 롯데그룹 계열사에 편입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내부거래 현황을 집중적으로 파악 중이다. 롯데그룹 계열에 포함되면서 공시를 통해 기존의 내부거래 규모를 파악할 수 없게 된 때문이다. 공정위는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전까지 현대그룹 계열사와 일감을 주고받은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확인이 가능한 2013년까지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액수는 규제를 넘어섰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11년 9.8%(총매출 7,861억원-내부거래액774억원) ▦2012년 10.1%(8,212억원-830억원) ▦2013년 10%(9,323억원-939억원) 등이었다.

현대증권 조사 'U&I' 겨냥?

현대증권에 대한 공정위 조사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현대증권은 현재 일본계 금융그룹인 오릭스로 피인수를 앞두고 있다. 매각작업이 완료될 경우 현대증권이 올해 그룹 계열사들과 주고받은 내부거래 물량은 공시를 통해 확인이 어렵게 된다.

그러나 현대증권은 일감몰아주기법 규제 대상이 아니다. 총수 지분율은 물론 내부거래 비율과 규모도 문제가 없다. 다만 현대증권에 대한 조사는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관련 주요 조사 대상으로 거론돼 온 현대유엔아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스템통합(SI)업체인 현대유엔아이는 총수와 자녀가 지분 72.81%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현대증권은 그동안 이 회사에 대부분의 전산용역을 몰아줬다. 최근에도 거액을 주고 주전산기 교체사업을 맡겼다.

물론 현대증권만 현대유엔아이에 일감을 몰아준 건 아니다. 그동안 그룹 전체 계열사의 절반 이상이 이 회사의 매출을 책임져 왔다. 지난해에도 현대상선과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엘리베이터 등 주요회사들을 비롯한 17개 계열사가 동원됐다.

현대유엔아이의 총매출 대비 이들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의 비율은 ▦2011년 66.4%(600억원-398억원) ▦2012년 64.4%(1,261억원-813억원) ▦2013년 56.7%(1,434억원-813억원) ▦2014년 55.9%(1,307억원-732억원) 등에 달했다.

신규 대상 추가 회사 3곳

이외에 경영컨설팅업체인 현대투자네트워크도 향후 조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총수와 자제가 지분을 각각 40%씩 모두 80%를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한때 매출액의 대부분을 그룹 계열사에 의존하다시피 해왔다.

당장 설립 첫해인 2008년과 그 이듬해인 2009년 매출 100%가 모두 '집안'에서 나왔다. 2010년 들어 내부거래율은 55.5%(13억5,000만원-7억5,000만원)으로 낮아졌지만 2011년엔 다시 매출의 100%(16억4,600만원)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그러나 이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의식한 듯 내부거래율이 부쩍 감소했다. 이때부터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12년 32.9%(11억1,000만원-3억6,600만원) ▦2013년 16.6%(48억9,900만원-8억1,700만원) ▦2014년 24.9%(38억7,700만원-9억6,600만원) 등을 기록했다.

현대그룹은 특히 일감몰아주기법 입법 이전인 2012년보다 규제 대상이 3곳이나 늘었다. 컴퓨터 주변기기 판매업체인 에이치에스티(총수일가 지분율 90%)와 택배송장용지 납품업체 쓰리비(100%), 의류도매업체 홈텍스타일코리아(99.8%)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가운데 홈텍스타일코리아는 내부거래가 전무했다. 반면 에이치에스티와 쓰리비는 지난해 올린 매출(각 69억8,800만원-32억8,300만원)의 100%가 계열사의 거래에서 나왔다. 따라서 이들 회사 역시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리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