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다시 여나

지난 8일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오른쪽 두번째)과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양측 대표단이 종결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아산, 1년 8개월 만에 이산가족상봉 재개로 활력
금강산 관광 재개는 '미지수'…북한 입장이 변수
5ㆍ24 조치 해제돼야 남북경협 활성화
남북경협주 반짝 올라 기대심리 반영

팽팽했던 남북 간 긴장이 다소 완화되면서 남북 경제협력 관련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대북정책의 중심에 서 있는 현대그룹이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7년 동안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강산ㆍ개성 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은 오는 10월 20일에서 26일 이산가족상봉이 확정되면서 실무 준비로 분주해졌다. 정치권 또한 야권을 중심으로 5ㆍ24 조치 이후 한동안 중단됐던 남북 경제 협력을 활성화하는 분위기다.

이른바 '남북경협주' 또한 기대심리를 반영해 상승하는 분위기지만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관광사업 재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당장 오늘 해가 비치더라도 내일 폭우가 쏟아지는 게 남북관계이기 때문이다.

야권·재계 남북경협 한 목소리

남북은 지난 8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무박 2일의 적십자 실무 접촉을 갖고 내달 20~26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나설 것을 합의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해 2월 마지막으로 개최된 이후 1년8개월 만에 열리게 된다. 상봉 대상자는 남북 각각 100명씩 총 200명 규모다.

북한의 지뢰도발로 극단으로 치달았던 남북관계가 지난 8ㆍ25 남북 합의 이후 차차 긴장이 완화되면서 정ㆍ재계에서도 남북경제교류 활성화를 다시 추진하는 분위기다. 우선 정치권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정책 간담회를 열고 남북경제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전경련은 남북경제교류 신 5대 원칙을 설명하기도 했다. 신 5대 원칙은 ▦정부 지침, 남북 대화 진전과의 조화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경제교류 ▦북한의 자기주도적 경제개발 ▦남북한 산업 장점의 보안 발전 ▦동북아 경제권 형성 북한 SOC 개발 등이다.

특히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남북 경제협력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달 16일 단기적으로는 남북 경제 공동체를 건설해 인구 8,000만명의 통합 시장을 형성하고 국민소득 3만달러를 형성하며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단일경제권과 간도, 연해주, 동중국해 연안까지 연결하는 동북아 역내 경제권을 형성해 잠재성장률을 3%대에서 5%대로 올리자는 내용을 담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지난 19일에는 현대아산 사옥을 방문해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등 임직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현대아산 직원들을 격려했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경제통일을 이루다 보면 언젠가 정치적 통일까지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며 "이러한 길을 현대가 열어 가는데 앞으로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갈 길 멀어"

금강산ㆍ개성관광 사업권자인 현대아산은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국내 건설 사업에 나서며 숨고르기를 해 왔다. 내부적으로는 금강산 관광 재개 후 바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시시각각 점검하며 '인고의 7년'을 보내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 7년 전인 2008년, 우리 측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을 맞아 숨진 불의의 사고 이후로 중단됐다.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렇게까지 금강산 관광 중단 시기가 길어질 줄 몰랐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 측은 피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있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을 재개시키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0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천안함 피격을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이라 규정짓고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5ㆍ24 조치를 직접 발표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은 방북 불허 지역에서 제외됐지만 대북 신규 투자 금지로 남북경협 기업의 도산 위기 등 부작용이 나오면서 경협 관련 기업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현대그룹은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이어온 대북사업을 재개하는 것에 온 계열사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정은 회장 또한 대북사업에 큰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금전적 손실을 넘어서 남북관계의 상징적 다리 역할을 해 온 현대로서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산가족 상봉의 주최는 한국적십자사지만 이산가족 상봉에 실무적 역할을 도맡고 있는 곳은 현대아산이다. 과거 열렸던 이산가족 상봉 때와 마찬가지로 현대아산 측은 시설 제공 및 실무적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열렸으나 2010년 5ㆍ24 조치 후 남북관계가 경직되면서 지난해 2월을 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산가족 상봉 일시와 상봉단 규모가 확정되면서 현대아산은 한국적십자사와의 소통을 통해 상봉에 관한 실무를 추진한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의 실무를 담당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상봉단 규모에 맞는 예산선정과 만찬을 위한 업체 선정, 시설 점검 등에 나선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관련 업계들은 7년간 많은 손실을 입었다. 강원도 고성군의 경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난 7년간 약 2,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 관광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분간 남북경협관련 기업들은 남북관계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북관계는 어제 좋다가도 하루아침에 어그러질 수 있는 것이다. 남북경협은 기업이 잘 해야 하기 보다는 외부 환경에 달렸기 때문에 우리도 예측하기는 힘든 상황"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금강산 관광의 경우 북한의 사과와 피격사건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재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관광을 통해 남북경협이 활성화 되려면 아직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남북경협 테마주 상승 언제까지

금강산 관광 재개까진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기대심리를 없앨 순 없는지 이른바 '남북경협 테마주'는 지난 8월 25일 이후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아산의 최대 주주인 현대상선은 9일 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1.54% 오른 7,260원을 기록했다.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비롯해 남북 관계가 '순풍에 돛 단 듯' 나아간다면 주가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아산이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남북관계 관련 호재가 있을 경우 현대아산의 대주주인 현대상선의 주식이 오르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현대상선 외에도 남북경협주로 분류되는 에머슨퍼시픽은 9일 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0.61% 상승했으며 개성공단 관련업체인 재영솔루텍 또한 전날보다 2.6% 올랐다.

이른바 '남북경협주'로 분류되는 주식 관련 게시판에는 앞으로 남북관계가 틀어지지 않는 한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개미 투자자'들의 희망 섞인 전망이 가능하다. 남북관계가 완화된다면 금강산 관광 관련주, 개성공단 관련주들이 직접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권사 관계자는 "남북 경협 테마주에 속한 종목들의 상승치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