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통행세 등 진위 공방공정위, 한화S&C 부당이익 제공 관련 조사 중한화투자증권 외 한화 전 계열사 조사 확대 요구한화그룹 "사실과 달라 당황스럽지만 소극적 대응"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총수 일가의 부당이익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한화그룹 본사 전경.
지난 6일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화그룹의 한화S&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화S&C는 그룹 내 39개 계열사의 전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전산시스템업체다.

공정위는 한화S&C가 한화투자증권의 전산장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부당이익을 챙겼는지 조사 중이다. 뿐만 아니라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한화그룹 전 계열사를 상대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한화그룹과 공정위 간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고 있다.

'몸통 조사' 한화그룹 계열사 확대 가능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6일 국감에서 한화S&C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해 "예비조사 단계며, 혐의가 있으면 적극 조사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논란의 정황 증거를 공개했다.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전산시스템업체를 한화S&C에서 IBM으로 바꾸며 30억여 원의 비용감소 효과를 얻어 '통행세' 혐의를 받고 있다. 통행세란 거래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이 없음에도 수수료를 주는 등 부당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민 의원은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에 의해 한화투자증권의 전산시스템업체가 한화S&C에서 IBM으로 바뀌자 관련 비용이 300억 원에서 121억 원으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비용절감의 공을 세운 주진형 사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새 사장이 선임되며 사실상 경질됐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주진형 사장이 김승연 회장과 승계 절차를 밝고 있는 김 회장 아들들의 눈 밖에 난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한화S&C를 통한 김승연 한화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수조원대 재산을 상속ㆍ증여하고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핵심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한화S&C와 100억 원 이상 거래하는 한화그룹 계열사는 총 9개다. 한화건설이 23.5%(503억 원)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한화생명보험 14.9%(318억 원) ▦한화첨단소재 9.9%(211억 원) ▦한화 8.5%(182억 원) ▦한화갤러리아 7.1%(152억 원) ▦한화케미칼 6.9%(149억 원) ▦한화손해보험 6.6%(141억 원) ▦한화 호텔앤드리조트 5.7%(122억 원) ▦한화투자증권 5.6%(121억 원)로 그 뒤를 잇는다.

민 의원은 6일 국감에서 한화S&C의 총수 일가에 대한 부당이익 혐의 조사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그룹 전체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한화S&C의 계열사 내부거래는 39개 계열사에 걸쳐 있고 금액은 2139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는 이 중 5.6%(121억 원)에 불과한 한화(투자)증권만 조사했는데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한화건설, 한화생명, 한화첨단소재 등 나머지 계열사에 대해서도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화 "사실과 다르지만 소극적으로 대응"

한화그룹은 한화S&C의 일감 몰아주기 및 통행세 논란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부분이 많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감 및 일부 보도에서 논의된 몇 가지 사례들은 근거가 없는 허위이며 사실이 아닌 이유를 들어 이를 하나하나씩 반박했다.

한화그룹 측은 주진형 사장이 전산시스템업체를 한화S&C에서 IBM으로 바꾸며 거래규모가 감소했다는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일단 한화투자증권의 내부거래규모가 2013년 300억 원에서 지난해 121억 원으로 줄어든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한화그룹 측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2012년 푸르덴셜투자증권과의 합병 과정에서 전산시스템통합 사업으로 2012년과 2013년에 한화S&C와의 거래규모가 일시적으로 급감했다. 이후 전산시스템이 구축되자 자연스럽게 거래규모가 감소했다는 게 한화그룹의 설명이다.

또한 지난해 전자금융감독 규정 시행에 따라 한화투자증권이 한화S&C의 외주인력 절반을 내부직원으로 의무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화S&C와의 거래규모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한화투자증권은 전산장비의 납품과 관련해 경쟁 입찰을 하고 있으며 2013년 이후 한화S&C와의 거래량은 미미하다고 전했다.

이어 한화S&C가 IBM보다 30억 이상을 부풀려 전산장비를 한화투자증권에 납품했다는 사실은 터무니없는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한화투자증권에서는 한화S&C와의 거래를 IBM으로 변경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한화S&C의 비용과다청구는 아예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한화그룹은 한화S&C의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해 기준 52.3%로 동종업계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인 67%보다 현저히 낮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산시스템업체인 삼성SDS, LG CNS, SK C&C, 포스코ICT의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83.2%, 45.0%, 46.4%, 75.9%로 알려졌다.

한화그룹과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국감 사태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화그룹 한 관계자는 <주간한국>과의 통화에서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많지만 국감에서 논의된 사안이라 아직까지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된 주진형 사장과 관련해서는 "주진형 사장이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 그 전에 후임 사장의 적응을 배려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미리 선임했을 뿐"이라며 "주진형 사장이 국감에서 '내부 인사와는 관련해서 말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마치 경질 논란을 시인한 것처럼 해석돼 버려서 본인도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