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은 생과일주스 전쟁 가열한 잔에 '1500원 생과일주스' 속출… 기존 업체 위협쥬씨, 떼루와, 쥬스식스 등 전문점 '가격·맛' 승부"B급 과일ㆍ한철 장사"vs"고객의 선택"… 과다 경쟁

지난 10월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쥬스식스 팝업스토어에 생과일주스를 구매하기 위한 줄이 늘어서 있다. 사진=KH컴퍼니 제공
"헉 이제는 주스까지" "대용량이 트렌드긴 하네요" "저가 대용량이 또 하나의 시장 다양화인 듯" "요즘 과일 가격 장난 아닌데" "설탕물이겠군요" "우리 가게 근처에는 오지 마라" "저가형 매장을 오픈하는 게 시장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최근 프랜차이즈 창업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화두는 '1500원 생과일주스' 브랜드다. 바나나, 사과, 오렌지, 키위, 파인애플, 토마토 등 10여 가지의 과일이 단돈 1500원에 주문 즉시 갈려서 나오자 신선한 맛과 착한 가격에 불티나게 팔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쥬씨, 떼루와, 쥬스식스 등 가격 대비 높은 만족도를 내세운 저가 생과일주스 전문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두고 4000~5000원의 가격대를 형성했던 기존 생과일주스 업체들이 고민에 빠진 가운데 저가 생과일주스 열풍을 둘러싼 업계의 동향을 살펴봤다.

가격파괴 생과일주스 등장

'싸고 큰' 생과일주스는 음료 시장의 핫 이슈로 거듭났다. 저가 생과일주스 브랜드들은 일반적인 테이크아웃 용기인 M사이즈(350ml)를 1500원, 대용량인 XL사이즈(1L)를 2800원에 판매해 생과일주스 시장에서 짧은 시간 동안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2009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 처음 문을 연 쥬씨가 꼽히고 있다. 소규모의 생계형 점포에서 시작한 이곳은 인근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끌며 입소문이 나자 올해 5월부터는 가맹사업을 시작해 6개월 만에 전국 160곳에 가맹점을 설치했다.

떼루와는 쥬씨에 앞서 2009년 저가 생과일주스 전문점을 프랜차이즈화했다. 호텔 주방장과 베테랑 바리스타가 개발한 프리미엄 생과일주스 레시피를 강조하는 이곳은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후발주자인 쥬스식스는 생과일주스 업계의 리딩 컴퍼니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할리스, 카페베네 신화에 이어 망고식스를 성공시킨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물류 시스템과 점포 관리 노하우를 전수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측했다.

이와 같은 저가 생과일주스 브랜드들은 '가격은 낮추고 질은 높이고'를 강조한다.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고가의 생과일주스 못지않은 신선한 과육 자체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과실 퓨레 사용을 지양하고 신선한 생과일을 사용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저가 생과일주스 A브랜드의 관계자는 "본사에서 가락시장 새벽 경매를 통해 과일을 대량 구매해 단가는 낮추면서 신선한 과일을 구매하고 있다"며 "지역 특산의 과일 경우 해당 농장과의 계약을 계속적으로 늘려 단가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일의 배송은 주 3회에 걸쳐 이틀간 판매할 수 있는 분량을 제공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당일 배송을 했으나 전날 점주의 발주량을 파악하기 힘들뿐더러 점포를 전국으로 늘리다보니 한계가 있어 여러 번의 테스트 결과 주 3회로 정착해 과일의 신선도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생과일주스 시장 휩쓴 소문

저가 생과일주스를 바라보는 동종 업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일단 시중에 유통할 수 없는 과일을 대량 구매해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부패 등으로 인한 비위생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이와 관련해 앞선 관계자는 "저가 생과일주스라고 해서 완전히 부서졌거나 판매할 수 없는 과일을 사용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며 "경쟁 업체에서 B급 과일을 사용한다고 업계에 알려진 적이 있는데 B급 과일 자체가 유통 시장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약간 스크래치가 있어서 상품성이 떨어진 경우는 확보해 원가를 보완하는 데 사용하지만 전체 과일 사용량의 20~30프로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개는 계절에 앞서 산지 농장과 계약을 미리 체결해 필요한 양을 확보함으로써 점주의 가격 부담을 줄여준다"고 덧붙였다.

저가 생과일주스 브랜드들은 여름 한 철 장사라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점주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이 커피 등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더라도 고객들은 커피 전문점의 음료를 선호한다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이에 앞선 관계자는 "점주의 원재료 구매 및 보관 부담이 있는 카라멜 마끼야또 등은 제외하고 품질 좋은 원두를 통해 추출하는 아메리카노와 라떼만 판매하고 있다"며 "커피 브랜드보다도 더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가 생과일주스 B브랜드 관계자는 "자몽티, 레몬티 등 겨울 메뉴를 판매해 부담을 덜고 있다"며 "사계절 내내 운영할 수 있게 하는 플러스알파를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메뉴 개발을 하고 있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저가 생과일주스 브랜드의 확산 과정이 저가 커피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제기했다. 가격 파괴와 과다 경쟁으로 몸살을 앓은 커피 업계와 같이 생과일주스 시장 또한 시장 교란으로 인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를 두고 A브랜드 관계자는 "당분간은 양분화된 고가 브랜드와 중저가 브랜드 사이의 갈등이 업계 분위기를 이끌어가지 않을까 싶다"며 "그러나 결국은 고객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된다. 고가든 중저가든 고객이 어느 생과일주스를 마셨을 때 만족했느냐가 중요하다"고 추측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