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인천공항 위험물 터미널 '잡음' 내막

인천공항 '텃세' 속 '생존 투쟁'
중소기업 위험물터미널 운영에 '텃세'
서정 "공항공사마저도 조합사 편들어"
공항공사 "서정과 항공사 간 문제"
  • 서정인터내셔날 직원들이 지난달 24일 인천 중구 운서동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서정인터내셔날 제공
지난달 24일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공사(공항공사) 청사 앞에서 한 중소기업 직원들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5월 공항공사로부터 위험물터미널 사업권을 따낸 서정인터내셔날(서정)의 직원들로 공항공사의 비논리적인 관리 방식을 항의했다.

지난달 말부터 서정 직원들은 서울 광화문ㆍ청와대, 대전 정부대전청사 등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서정 측이 "위험물 관리 체계 개선은 (공항공사가)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일부 대기업의 이익 때문에 미루고만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첨예하게 맞서는 서정과 공항공사 양쪽의 입장을 살펴봤다.

다윗과 다수의 골리앗 간 싸움

서정은 지난 4월 인천공항 내 위험물터미널 운영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했다. 위험물터미널이란 폭발성, 인화성, 유독성, 부식성, 방사성, 산화성 등의 위험물을 관리 법령에 따라 별도로 취급, 관리하는 항공 터미널 시설을 말한다.

위험물터미널 운영사업자는 항공기 계류장 내 에어사이드(항공기 주차장)를 통해 위험물을 위험물터미널로 운송받아 외부로 넘기는 역할을 한다. 공항공사 측은 위험물터미널 운영사업자 모집 공고를 내며 5년 계약 동안 연간 5억 8450만 원의 매출액을 자랑했다.

문제는 서정이 85억 1000만원으로 사업권을 입찰받으며 시작됐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항공 계열사), 한국공항(대한항공 계열사), 동보공항서비스(동보항공 계열사)는 각각 61억 원, 39억 5000만원, 79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생짜배기 신입'이 항공 터미널 사업에 뛰어들자 국내 항공사, 터미널 내 화주 등 기존의 조합사가 '텃세'를 부렸다는 게 서정 측 입장이다. 서정 측 관계자는 "서정에 압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다른 기업의 터미널 사업 투입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사들은 서정의 운영권 회수를 목적으로 위험물을 일반터미널로 운송하고 있다"며 "계류장 진입은 조업사만 허가받기 때문에 서정은 에어사이드를 통해 항공사로부터 위험물을 위험물터미널로 직반입하거나 화주를 고용해 일반터미널에서 위험물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합사의 일반터미널 이용량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전 사업자인 아시아나에어포트가 위험물터미널을 운영했을 당시에는 월 평균 600t에 불과했던 일반터미널 사용량이 서정이 위험터미널을 운영하자 2배에 가까운 1150t으로 증가했다.

위험물을 일반터미널에서 위험물터미널로 운반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오롯이 서정의 몫이다. 앞선 관계자는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운반비용의 경우 1건당 20~30원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정은 159원을 견적받아 위험물터미널을 운영할수록 손해"라고 토로했다.

서정은 이러한 조합사의 '텃세'에 굴복해 한동안 위험물을 일반터미널에서 경유해 위험물터미널로 반입했다. 그러나 매월 3억 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견디다 못해 조합사 측에 항의하자 서정의 일 평균 위험물 처리량은 20t에서 200kg 미만으로 감소됐다.

조합사 '텃세' 눈감는 공항공사

서정은 조합사들의 횡포를 눈감아 주고 있는 공항공사의 편들기 만행에 분통을 터뜨렸다. 서정 측 관계자는 "공항공사에 중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공사 측은 이를 중재할 능력과 의무가 없다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 서정 하나'라는 말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서정 측은 공항공사가 조합사들의 불법적인 위험물 처리 문제를 수수방관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편을 들기 위해 위험물터미널의 역할을 축소했다고 전했다. 입찰 및 운영계약서에는 '터미널'이라고 명시돼있음에도 이제 와서 공사 측은 이를 '단순 창고'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서정은 공항공사가 국제항공운송협회의 9단계 규정 대신 6단계로 축소한 위험물안전관리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허술한 위험물 관리는 결국 항공사 등 조합사와의 유착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공항공사의 불법이라는 게 서정 측 주장이다.

현재 서정은 공항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이다. 위험물터미널 모집 공고를 통해 보장한 연간 5억 8450만 원의 매출 대신 '단순 창고' 사업에 뛰어든 대가로 입은 12억 원이 넘는 손해를 공항공사 측에 묻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앞선 관계자는 "공사에 여러 차례 (조합사와의) 협상에 응할 생각을 전하며 합리적인 정리를 요청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미 회사 상황은 어려워졌고 많은 부분을 잃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위험물터미널 입찰 공고에는 '인천국제공항 위험물터미널'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공항공사가 항공사를 비롯한 조합사와 하나가 돼서 위험물터미널을 창고라고 주장하고 입찰 공고와 다른 내용으로 낙찰자에게 혼란을 준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서정이 불분명한 부분 이용해"

서정 측의 '편들기' 주장에 공항공사는 서정과 조합사들의 이권 다툼이기 때문에 공항공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항공사 측 관계자는 <주간한국>에 "서정이 적자 비용을 보수하려고 일부 법규상 불분명한 부분을 통해 계속 움직임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정은 예상 가격(매출) 5억 8000만원에 입찰을 들어왔다"며 "그러나 서정이 예전 입찰가보다 3~4배 비싼 가격에 입찰을 받고선 위험물을 일반화물에서 분류하는 비용과 운반비용을 낮춰달라고 항공사 측에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정하고 항공사 간의 계약인데 공항공사가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서정이 중재요청을 했다고 하는데 (공항공사가)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도, 단독기구도 아니다보니 (항공사 측에) 비용을 낮춰달라고 양해를 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아시아나에어포트가 이전에 했던 운송비에서 몇 배로 (서정에) 높였다고 하는데 항공사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공항공사가 해결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며 "공항공사는 관리감독을 하는 기관도 아닐뿐더러 실제로 비용을 (서정의 주장대로) 대폭 인상했는지도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항공사는 서정이 조합사와의 갈등 문제에 애꿎은 인천공항의 안전 문제를 걸고 넘어진다고 주장했다. 앞선 관계자는 "서정은 위험화물과 일반화물이 비행기에 같이 실려서 터미널에 반입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고위험 화물은 아예 비행기에 실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비행기에 반입되는 위험 물질은 기준을 준수한 소량이고, 다른 공항들도 인천공항과 똑같은 절차를 거친다"며 "비행기에 반입할 수 있는 물질이므로 일반화물터미널에서 다룰 수 있다. 서정은 위험물질을 일반화물터미널에서 다루는 게 위험하다고 말하는 데 공항공사는 법규를 따르고 있고 정부에서도 이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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