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한 두산인프라코어, 두산 밥캣 국내 상장으로 돌파구 찾아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 두산밥캣 연내 국내상장 추진두산밥캣 기업공개 작업 속전속결… 자금 조달 급한 탓"재무구조 개선 기대" vs "상장 지연·장기 이익창출 저하"

미국 노스다코다주 비스마크에 위치한 두산밥캣 액셀러레이션센터.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두산인프라코어가 자회사 두산밥캣의 연내 국내 증시 상장 추진을 발표했다. 지난 2일 주요 증권사와 투자은행을 대상으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했으며 늦어도 이번 주에는 주관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 입장에선 북미 건설 시장이 호전되고 있는 지금이 두산밥캣의 상장 적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인수 과정에서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한 두산그룹 전체를 흔들었던 두산밥캣은 지난해 386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견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증권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두산밥캣의 연내 국내 상장이 성공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8000억 원의 유동성을 수혈할 수 있다. 최근 신입사원 희망퇴직 논란과 신용등급 강등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은 두산인프라코어에 두산밥캣이 구원투수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때 불효자식에서 효자로

두산밥캣은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의 최대 기계제조사 캐터필러로부터 49억 달러(약 5조 원)에 인수한 소형 굴착기 제조사다. 주력 제품은 트랙로더로 해당 분야에서 50년 이상 세계 1위(시장 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있는 알짜배기 회사다.

그러나 인수 직후 두산밥캣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위기에 원인을 제공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이듬해까지 1조 24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차입 당시 채권단과 맺은 약정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가 10억 달러를 증자ㆍ대여 등으로 두산밥캣에 투입하게 했다.

이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리던 두산인프라코어는 결국 지난해 네 차례의 희망퇴직을 통해 전체 임직원의 20%를 내보냈다. 특히 4차 희망퇴직 때는 1~2년차 사원까지 대상에 포함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이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또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달 21일 신용등급 하락의 수모를 겪었다. 한국기업평가로부터 'BBB+'에서 'BBB'로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졌다. 등급 전망 또한 '부정적'으로 평가돼 주가 하락세가 한동안 계속됐다.

내우외환 속에서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2010년 말부터는 흑자를 내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액 4조 408억 원, 영업이익 3868억 원, 영업이익률 9.5%를 기록했다.

나아가 지난달 23일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을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두산밥캣 한 관계자는 "북미 주택건설 시장의 호조세를 감안할 때 기업가치 평가 측면에서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돼 본격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량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공작기계 매각까지 이뤄질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탄탄한 재무구조와 수익구조를 갖춘 우량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미국 대신 한국 상장 추진

두산밥캣의 상장은 예상된 결과지만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7년 인수 이후부터 줄곧 두산밥캣을 글로벌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미국 증시 상장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앞선 관계자는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을 인수할 때부터 계획됐던 것"이라며 "최근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데 부응하면서 동시에 국가경제에 기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주회사로서 약 20개국의 법인 및 지사를 관리하는 두산밥캣 본사가 한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효율적 관리를 하기에 좋고 상장 비용, 투자 유인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한국 시장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증시로 눈을 돌린 이유로 흥행과 시간, 만기채를 들었다. 그는 "미국 뉴욕 증시에선 농기구 제조업체에 불과한 두산밥캣에 냉담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내 증시 경우 두산그룹의 계열사로서 '재계 11위'의 후광을 입을 여지가 다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단 관심을 끌어야 공모가가 높아지는데 두산이라는 브랜드와 맞물릴 경우 흥행에 성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두산인프라코어가 당장 위기에 처한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연내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국내가 유리하다고 풀이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경우 최소 2년이 필요한 반면 국내에선 연내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의 국내 증시 카드를 꺼내든 것을 두고 "그만큼 자금 조달이 급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017년 하반기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이 1조 4000억 원에 육박한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만 8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유입에 유리한 판단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두산밥캣의 상장 추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윤관철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등을 고려할 때 3조8000억 원 내외에서 상장이 시도될 것"이라면서 "밥캣 상장을 통해 유입될 수 있는 유동성은 8000억 원 내외"라고 예상했다.

이어 "당초 글로벌 증시에 상장하려고 했던 것과는 의외의 결과지만 상장 소요 기간과 흥행 가능성, 상장 후 관리 등을 고려할 때 '유동성 유입'이라는 목적에는 보다 부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내년 영구채 상환의 이슈도 있는 만큼 공작기계 매각, 밥캣 상장을 통한 유동성 유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밥캣 상장까지 성공해 총 2조 원 이상의 유동성이 연내 유입된다면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재무 우려는 상당부분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8월 기업공개 전 투자유치(Pre IPO) 당시 밥캣은 3조50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며 "하반기에 두산밥캣 상장 추진이 가시화되면 재무건전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이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순차입금은 2조 원 이하로, 부채비율은 200%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며 "과도한 차입금에 따른 재무위험이 경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Pre IPO 성공은 장기 재무구조 개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됨과 동시에 영업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며 "밥캣 IPO 등으로 이어지며 올 2분기 말 6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총 차입금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완료되면 약 2조 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밥캣의 Pre IPO를 통한 자금과 추가로 조달될 자금을 이용해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말 281%에서 앞으로 259%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재무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분석했고,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밥캣 Pre IPO 자금으로 내년 회사채 상환을 위한 선제대응을 완료했다"고 평가했다.

연내 상장ㆍ장기 이익 불확실

일각에선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의 국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선 두산밥캣의 국내 상장이 연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윤관철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밥캣 상장 역시 지연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익창출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장지역이 변경됐을 뿐 두산밥캣의 상장 자체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며 "상장지역 변경이 지분매각 규모와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에 비교할만한 상장 건설장비 업체가 많지 않고 한국투자자들의 미국기업 시장에 대한 낮은 정보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매각 규모와 가격을 추정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두산밥캣 매각 규모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업가치 역시 큰 폭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또한 "고수익 사업부문(공작기계) 매각과 두산밥캣 지분율 하락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미래 지배주주 순이익 이익창출 능력에 대한 우려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며 "여러 사업부문의 지분 매각은 단기 재무 상태와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장기 이익창출 능력을 저하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와 같이 볼만한 근거가 없다는 게 두산인프라코어 측의 주장이다. 두산인프라코어 한 관계자는 지난 3일 <주간한국>에 "연내 상장을 목표로 잡고 있다. 여러 가지 조건을 감안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가들은 두산밥캣 상장 추진 소식을 듣고 빠르면 (오는) 8월에도 상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지연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시점을 언제 이후로 봐야하는지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분율 하락으로 인해 대주주(두산인프라코어)로 귀속되는 순이익 숫자는 줄어들 수 있으나 IFRS(국제회계기준)상 매출 및 영업이익은 상장되더라도 기존과 동일하게 모두 연결기준으로 합산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상장으로 인해 일부 주주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두산밥캣의 영업 및 이익 창출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표현 오류"라며 "주주의 변동과 상관없이 두산밥캣의 영업 및 이익 창출 능력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반박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