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정의선 부자 32년 ‘대물림 사랑’

남녀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양궁 종목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 4개를 석권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 양궁의 이같은 쾌거는 비인기 종목임에도 32년간 꾸준히 이어온 현대차그룹의 지원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1985년 정몽구 회장이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후부터 올해 양궁협회장에 재선임(2005년~현재)된 정의선 부회장까지 현대차그룹은 대를 이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누적 금메달 2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 여자단체전 8연패, 전종목 금메달이라는 성과는 정몽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선수-코칭스태프의 피나는 노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현대차그룹과 양궁의 인연은 정몽구 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몽구 회장은 LA올림픽 양궁여자 개인전에서 양궁선수들의 금빛 드라마를 지켜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하고,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현대정공에 여자 양궁단을 창단하고, 이어 현대제철에 남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985년부터 1997년까지 4차례 대한양궁협회장에 이어 1997년부터 지금까지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직을 역임하면서, 32년간 양궁 인구의 저변 확대와 우수인재 발굴, 첨단 장비의 개발에 이르기까지 450억원 이상의 투자와 열정을 쏟았다.

특히 대한민국 양궁이 현재 세계 최정상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힘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 대물림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2005년부터 부친에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오며, 대한민국 양궁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펼치고 있다. 지난 27일 치러진 양궁협회장 선거에서도 정 부회장은 투표 참가자 전원의 찬성표를 획득하며 12대 양궁회장으로 재선출됐다.

정의선 부회장의 재임 기간 중 양궁선수단은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으로 많은 국제, 대륙, 연맹 대회에서 세계 최정상의 성적을 거두어 왔다.

정 부회장은 <한국 양궁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도록 지시하고 그에 따라 중장기적인 양궁 발전 플랜을 세워 시행하며 양궁 꿈나무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육성, 양궁 대중화 사업을 통한 저변확대, 지도자/심판 자질 향상, 양궁 스포츠 외교력 강화 등의 성과를 얻으며 경기력 뿐 아니라 행정 및 외교력 등 한국 양궁의 내실 있는 발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대표팀 선수들의 선전과 사기 진작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 이번 리우 대회에서도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최신 기술을 양궁 장비 및 훈련에 적용하도록 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센터와 양궁협회의 협업을 통해 육안으로 알 수 없는 활 내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활 비파괴 검사’,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 불량 화살 분류에 도움을 주는 ‘슈팅머신’,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뇌파 측정 훈련’을 통해 선수단의 준비를 도왔다.

지난 7월 2~3일에는 양궁 대표단이 소음과 관중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아 대 넥센의 야구경기에 앞서 실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 관중 앞에서의 연습으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중압감을 이겨내고, 심리적 안정을 얻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또 결승이 펼쳐지는 일몰 시간대의 리우 양궁장 상황을 최대한 반영, 경기장의 라이트를 켜고 진행해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은 6일 오전 리우에 도착하자마자 당일 열린 남자 단체전부터 챙겼으며, 13일 남자 개인 결승전까지 주요 경기마다 관중석에서 열띤 응원을 펼쳤다.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는 아시아양궁연맹 회장 자격으로 직접 시상자로 나서 여자 대표 선수들에게 금메달 기념품을 전달했다.

아울러 선수들을 위해 준비한 트레일러 휴게실, 한식당 등 운영현황을 살피고, 방탄차 등 선수들 안전 대비 준비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대표팀의 의견을 반영해 트레일러 내부를 변경했으며, 휴게실과 물리치료실, 샤워실을 모두 갖춰 대회 기간 중 선수단이 최상의 컨디션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경기장 이동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사설 경호원을 고용하고, 방탄차(투싼,맥스크루즈)를 제공했다.

또한 대회 기간 동안 경기장 인근 식당을 빌리고, 상파울루에서 한식 조리사를 초빙해 언제든지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점심에는 한식 도시락을 만들어 경기장 및 선수촌으로 전달했다.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포상도 양궁대표단이 사상 첫 전종목 석권을 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1986년 아시안게임 1억 7000만원을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 대회 4억원, 2008년 베이징 대회 6억 5000만원, 2012년 런던 대회 16억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8억 8000만원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단과 코치진에게 총 60여 억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했다.

선수와 코치진의 노력, 국민적 성원,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후원 등에 힘입어 한국양궁은 지난 1984년 LA 대회부터 2016년 리우 대회까지 금메달 2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를 획득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지난 1978년 방콕대회를 시작으로 2012년 인천 대회까지 금메달 32개, 은메달 15개, 동메달 10개를 차지하며 세계 최강자 자리를 확인했다. @naver.com

[사진설명]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후 열린 양궁인의 밤 행사에서 양궁 대표팀 선수단을 격려하는 정몽구 회장(왼쪽)과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딴 여자 대표팀을 시상하는 정의선 부회장(오른쪽)



이승택기자 seung3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