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표 거취 ‘안갯속’…‘중국생명’ 되나

구 대표 연임 안 되면 중국인 사장 단독체제 될 수도

육류담보대출 문제 등으로 연임 쉽지 않을 듯

저축성 보험 크게 늘려…재무건전성 악화될 수도

동양생명 최고경영진이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된 이후 여러 가지 말들이 보험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동양생명은 7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뤄젠룽 부사장을 공동대표이사(사장)로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뤄젠룽 부사장이 사장으로 진급하면서 구한서 대표와 공동대표이사 체제를 갖췄다. 동양생명은 앞으로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책임경영과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도모할 예정이다.

동양생명 측은 구한서 대표와 뤄젠룽 대표 투톱 체제를 통해 경영시너지를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보험업계에선 부정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구한서 대표 연임되려나

구한서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26일까지다. 동양생명 경영진은 중국인들이 장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6월 30일 이사회 의장은 중국인 야오 따펑이다. 야오 따펑의 임기는 내년 9월 15일까지다.

부사장은 짱커로 임기는 야오 따펑과 마찬가지로 2018년 9월 15일까지다. 올해 6월 30일 기준으로 동양생명의 핵심 경영진은 이사회 의장 1명, 대표이사 1명, 부사장 2명이었다.

한국인 경영진은 구한서 대표 한 명뿐 이었다. 보험업계에선 구 대표 연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 사장이 연임되지 않을 경우 뤄젠룽 사장이 단독대표가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나온다.

뤄젠룽 사장이 단독대표가 될 경우 동양생명 핵심 경영진은 전원 중국인으로 바뀌게 된다.

구한서 대표는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하기 이전인 2012년 7월부터 사장직을 맡았다. 그는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가 선임한 경영자다.

보고펀드는 동양그룹이 자금난에 빠졌던 2010년에 동양생명을 인수했다. 2015년에는 중국 안방홀딩스에 회사를 팔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육류담보대출 사기가 터지면서 약 38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안방보험과 보고펀드가 충돌했다.

안방보험은 자신들이 인수할 때 육류담보대출 손실을 숨겼다고 주장하면서 유안타증권, 보고펀드,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다.

안방보험이 육류담보대출 책임을 구한서 대표에게도 물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연임이 쉽지 않게 된다.

저축성보험을 확대한 이유는?

최근 동양생명의 특징은 저축성 보험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동양생명은 2015년 9월 안방보험으로 인수된 이후 저축성 보험 매출을 크게 늘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저축성 보험 수입은 2015년 말 2조2161억 원에서 지난해 말 4조5932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동양생명은 29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동양생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261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21.7% 늘어난 것이다.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5% 늘어난 1780억원을 냈다.

동양생명은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면서 자산규모를 확대했다. 그렇지만 2021년에 도입될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기준 시대에는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면 팔수록 보험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부채가 늘어나므로 증자 등의 자본 확충도 필요하게 된다.

업계 인사들은 동양생명이 현재 지급여력비율(RBC)을 지키려면 약 1조원 이상의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또 동양생명이 굳이 저축성보험을 대량으로 판 이유에 대해선 안방보험의 사업방식을 살펴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안방보험 사업방식의 특징은 은행을 통해 저축성 보험을 대량으로 팔아 자산을 크게 불린 다음,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고위험-고수익) 투자처에 투자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이 경영하게 된 이후로 해외 투자를 늘렸다. 그렇지만 동양생명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떨어지는 추세다.

운용자산 이익률은 기업이 자신의 운용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동양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 이익률은 2.77%였다. 전년 말(4.33%)에 비해 1.56%포인트 하락했다.

보험업계에선 동양생명이 안방보험이 자금력이 있어서 자본 확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축성 보험을 크게 늘렸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인사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저축성 보험에만 집중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가 지나치게 커져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호성 기자

사진 설명 : 동양생명 빌딩 (사진=곽호성 기자)

뤄젠룽 동양생명 공동대표는 누구인가

보험업계에서 30여 년 동안 일한 보험전문가

뤄젠룽 대표는 30여년 간 국내외 보험사에서 일한 보험전문가다.

뤄 대표는 여러 업무에 대한 전문성 및 노하우 등을 갖추고 있고,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양생명 부사장 최고운영책임자로 부임한 이후 글로벌 경영철학을 적극 도입했고 한중 양국 문화를 빠르게 융합시켰다.

또 회사 영업실적 개선, 고객서비스 지표개선, 창사 이래 2년 연속 최고의 영업부문 이익 창출에 기여했다.

뤄 대표는 1957년생으로 중국 샤먼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샤먼대 대학원에서 기업관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2005년 6월에는 안방손해보험 푸젠지사 총경리 겸 화남지역 고문, 광둥지사 총경리를 맡았다.

2011년 2월에는 안방손해보험 총경리 보조를 역임했고 2014년 3월에는 안방생명보험 부총경리가 됐다.

2015년 9월에는 동양생명보험 COO(Chief Operating Officer, 부사장)가 됐으며 2017년 9월 동양생명 공동대표이사(사장)가 됐다.

보험업계에선 내년 3월에 구한서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면 뤄 대표가 단독 대표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뤄 대표가 단독 대표가 되면 동양생명의 문화가 더욱 중국형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사회의장-사내이사-사외이사를 합친 동양생명 경영진은 총 9명이며, 이 중 5명이 중국인이다. 공동대표 2명 중 1명이 중국인이며, 부사장도 중국인(짱커)이다. 이사회 의장도 중국인(야오 따펑)이어서 핵심 경영진은 대부분 중국인이다.

곽호성 기자

사진설명 : 뤄젠룽 대표 (사진=동양생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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