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조치가 의심됐던 일부 저비용항공사 대처… 책임 면할까

성탄연휴 악몽으로 만든 인천공항 초유의 항공대란 사태

티웨이항공, 항공기 출발 지연 원인 초기 파악 제대로 못해

일부 항공사들, 몬트리올 협약 제19조 제대로 지켰나

2017년 성탄연휴에 발생한 인천공항 항공대란을 두고 다양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17년 12월 23일 인천공항 내 항공기 지연 및 회항이 속출했던 항공기 상황판.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2017년 성탄연휴를 해외에서 즐기려고 했던 이들에게 악몽을 선사한 인천공항 초유의 항공대란을 두고 잡음이 여전하다. 당시 항공대란으로 인한 피해를 겪지 않았던 이들 중에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으로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해 승객들 사이에서는 저비용항공사(이하 저가항공사)를 중심으로 한 일부 항공사들이 과연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이용객들의 손해를 최소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7년 성탄연휴 첫날이던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은 시설 내 방송 및 언론보도 등을 통해 당일 항공기들의 무더기 지연·결항 소식을 알렸다.

인천공항 초유의 항공대란으로도 불리게 된 당시 사건은 오전부터 공항 인근에 안개가 짙게 끼면서 비롯됐다.

실제로 당일 23일 오후 12시부터 2시경까지 인천공항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영종대교 휴게소에서는 상당히 짙은 안개가 주변을 뒤덮고 있었고, 이 안개는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인천공항 내에서는 당일 오전 6시경 가시거리가 400m 미만으로 기록됐고, 관련 규정에 따라 ‘저시정 경보’가 발효됐다. 이 저시정 경보는 당일 오전 10시 30분경 가시거리가 50m까지 떨어지면서 오전 11시 30분까지 유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출발 예정시간보다 6시간을 넘겨도 출발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던 항공기들이 속출했다. 심지어 인천공항에 착륙 예정이던 일부 여객기는 안개로 인해 착륙 허가가 나지 않으며, 공항 인근 상공에서 상당 시간을 맴돌아야 했다.

특히 성탄연휴가 겹치면서 공항에는 기존보다 더 많은 이용객들이 몰렸고, 항공기 지연으로 출국심사를 마친 이들이 오도 가도 못하며 불만과 한숨 소리만 더욱 커져갔다.

이날 오후 1시경, 인천공항 측은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출발·도착 예정이던 항공기 약 110편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또 오전 6시경 저시정 경보가 발효됐지만, 오후부터 ‘정상운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출발 및 착륙을 못한 항공기들이 운항 순서를 기다리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운행을 할 수 없었다. 이날 항공대란은 25일까지 지속되며 사흘간 무려 1400여편의 항공기가 운항에 차질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2월 23일 오후 2시경, 안개가 짙게 낀 인천공항 인근 영종도 휴게소. (사진=한민철 기자)
당시 공항 또는 항공기 내에서 발이 묶였던 이들은 항공기 지연에 기존 일정들이 전부 뒤틀리며 성탄절 연휴를 망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규모 역시 현재까지 추산되지 않고 있다.

이번 항공대란 피해를 입은 이용객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지만, 항공사 또는 인천공항 측에 보상 요구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항공 부분을 보면, 천재지변으로 인한 항공기의 결항 및 지연의 경우 항공사 등에 보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돼 있다.

항공대란의 원인은 안개 즉 천재지변이었고, 엄밀히 말해 항공사나 공항 측의 과실로 볼 수 없었다.

때문에 당시 피해를 입은 공항 이용객들의 분통에도, 성탄 연휴 항공기 이용과 관련이 없었던 이들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항이니 어쩔 수 없다”라며 “안전이 최우선, 항공기 출발을 강행해 사고가 나면 누구를 탓할 것인가”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에 피해 당사자 대부분은 과연 당시 항공대란을 천재지변의 문제로만 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가항공사 이용객들의 이런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운 상태다. 이날 안개로 인한 항공기 지연·결항에 대한 저가항공사들의 부족한 대처가 더욱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출발지연 원인 제대로 파악 못했던 티웨이항공

지난 23일 오후 12시 25분 일본 후쿠오카국제공항을 출발해, 오후 1시 45분 인천공항에 도착 예정이었던 국내 대표 저가항공사 티웨이항공의 여객기(TW292편)는 탑승 약 2시간 전, 항공기 출발지연 소식을 최초로 알렸다.

이용객들이 공항에서 발권을 하며 티웨이항공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던 출발지연 사유는 ‘항공기 시스템 에러’였다.

그런데 출국심사 이후 기존 항공기 출발시간을 앞둔 상태에서는 목적지인 인천공항에 안개가 생겼다고 말을 바꾸며, 출발이 지연될 것이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날 후쿠오카공항에서 티웨이항공 여객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승객들은 항공기가 언제 출발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공항 내에서 머물 수밖에 없었다.

항공사 측은 승객들에게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1000엔(한화 약 1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했다.

그러나 승객들이 원했던 항공기의 정확한 출발예정 시간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단지 티웨이항공 관계자들은 인천공항 상황에 대해 안개로 인해 항공기 출발이 지연된다는 똑같은 답변만을 반복했고, 승객들로부터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이날 티웨이항공 여객기 TW292편은 최초 출발예정 시간이었던 12시 25분보다 무려 7시간 30분 이상 지연된 오후 8시가 돼서야 인천을 향해 출발했다.

이 항공기는 오후 9시 30분경 인천공항에 착륙했지만, 항공기가 승객들을 내릴 지점에서 순서를 기다리기 위해 또 30분가량을 활주로 주변에서 맴돌았다.

이들 승객이 항공기에서 내린 뒤 마주한 것은 항공대란으로 뒤늦게 인천공항에 도착, 입국심사를 위해 길게 늘어선 세계 각국의 승객들이었다. 외국인 승객들은 그 긴 줄에서 심사를 기다리며 또 30분가량을 허비해 겨우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악몽 같은 시간에서 벗어난 당시 티웨이항공의 승객들은 안개로 인한 지연은 어쩔 수 없지만, 티웨이항공 측의 대처가 상당히 아쉽다고 지적했다.

우선 다른 경유지가 있는 것이 아닌 보통 1시간 20분을 운항하는 인천공항과 후쿠오카공항 간 단일노선 항공기가 상당 시간 출발이 지연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문제라는 목소리다.

또 인천공항의 안개로 인한 저시정 경보가 오전 이른 시간에 발효된 상태였다면, 인천공항으로 향하려던 항공기 승객들에게 미리 문자메시지나 기타 연락수단으로 이에 대해 알려야 마땅했다는 주장이다.

만약 안개가 출발지연 사유였고 승객들이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인천공항 주변의 안개가 쉽게 수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접했다면, 입국심사 전 항공권을 취소하는 이들도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티웨이항공 측은 최초 출발지연 사유를 ‘항공기 시스템 에러’로 알리며, 대부분의 승객들에게 항공기 출발예정 시간보다 그리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오해를 유발한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당시 후쿠오카공항의 상태는 안개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때문에 이곳 공항에서 항공기가 이륙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오후 4시경부터 인천공항을 향할 예정이었던 일부 메이저 항공사들의 승객들은 탑승을 시작했고, 이들 항공기는 인천이 아닌 김포공항으로 목적지를 변경해 이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국내 항공사들 중 후쿠오카공항과 김포공항을 잇는 단일노선을 가진 곳은 없지만, 당시 티웨이항공 여객기 TW292편이 김포공항으로 목적지를 바꿔 운항했더라도 불만을 가질 승객들은 없었다.

더 이상 출발 지체하는 것보다는 목적지를 변경, 특히 승객들이 대부분은 인천으로 도착하더라도 서울 방면으로 진출하려는 이들이 많았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목적지 김포공항은 훨씬 나은 선택지였다.

2017년 항공대란 시기 저가항공사 티웨이항공의 부족한 대처를 두고 "안개 탓만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티웨이항공 제공, 연합)
그러나 티웨이항공 측은 오후 8시 출발 직전에서야 항공기가 인천공항이 아닌 김포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항공기가 운항을 하는 중에도 이들 승객들은 자신들이 인천으로 향하는지 김포로 향하는지 목적지를 알 수 없었다.

결국 인천공항에 착륙했지만 김포공항으로 목적지를 바꿀 수 있었다면, 항공사에서 보다 미리 결정을 내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특히 도착 전까지 목적지를 특정하지 못하며 승객들을 공항에서 맞이할 사람들이 어느 공항에서 기다려야 할지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티웨이항공 측은 항공대란이 수습돼 갔던 지난 25일에도 후쿠오카행 항공기가 연속으로 지연 운항했다.

이날 오전 10시경에 출발예정이었던 티웨이항공기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또 오후 6시 30분에 출발예정이었던 항공기(TW293편)는 인천공항 홈페이지 운항정보에서도 출발시간을 변경하지 않았지만, 탑승 후 20분 이상 출발이 지연돼 승객들은 마지막까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탑승 1시간 전까지 티웨이항공 측에 전화를 걸어 해당 항공기의 결항 여부를 문의했지만, 티웨이 측은 “출발 직전까지 알 수 없다”는 애매한 입장이었다.

이번 항공대란 이후, 일각에서는 티웨이항공의 해당 사례처럼 유독 저가항공사에서 항공기 지연이 많았고, 승객들의 불만이 보다 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저가항공사는 메이저항공사보다 비상시 운항을 대신해 줄 대체항공기가 부족하며, 활주로 안개 발생 시에도 대처할 수 있는 베테랑 조종사들의 수 역시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숙련된 조종사들이 풍부한 메이저항공사들 먼저 이착륙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이번과 같은 항공대란 사태가 일어나면, 비상 충원돼 24시간 근무 체제에 돌입해야 할 승무원과 조종사 및 기타 인력수가 메이저항공사의 경우보다 부족해 항공기 지연 및 승객들의 불만을 더욱 키웠다는 목소리다.

이는 매번 저가항공사에 대한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부분이지만, 자체적으로 획기적 개선을 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번 항공대란에서도 기존과 같은 문제를 반복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날씨 탓만 하지 말고… 몬트리올 협약 19조 제대로 지켰는지 따져봐야

지난 2015년 11월 28일 오전 8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9시 20분 후쿠오카공항에 도착 예정이었던 대한항공 여객기 KE787은 이륙 직후 항공기 배면의 빈 공간(Wheel Bay Space)으로 접혀 올라가야 할 주요 착륙장치(Landing Gear)인 바퀴 다리 부분이 정상적으로 이동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해 인천공항으로 긴급 회항한 일이 있었다.

대한항공 측은 대체 항공기를 제공했고, 오전 10시 51분이 돼서야 인천을 다시 떠나 기존 시간보다 2시간 52분 늦게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했다.

때문에 승객들은 시간적·경제적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고, 일부 승객 중에는 대한항공의 과실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이가 있었다.

당시 대한항공 측은 몬트리올 협약의 조항을 들어 당시 지연에 따른 자사의 책임이 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 소위 몬트리올 협약은 지난 2007년 12월 29일부터 국내에서도 발효됐다. 그 중 제19조에서는 항공여객운송의 연착에 대한 책임에 대해 설명이 돼 있는데, 여기서는 ‘운송인이 자신과 그 사용인 및 대리인이 항공기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했거나, 그 조치가 불가능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경우 그 책임을 면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국제공항에서 대기 중인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은 기사에 언급된 사연과 관련없음* (사진=한민철 기자)
당시 대한항공 측은 회항의 원인이 됐던 기체 결함을 미리 발견할 수 없는 상태였고, 회항사태가 발생하자 곧바로 대체 항공기를 투입하는 등 항공사가 가능한 조치를 모두 취했다.

대한항공 측이 대체 항공기로 마련해 후쿠오카에 보낼 수 있었던 항공기는 총 29대로 충분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기내 방송을 통해 항공기 교체 예정 그리고 회항의 원인에 대해 처음부터 제대로 알렸고, 목적지였던 후쿠오카공항 측에 연락을 취해 열차·버스 등 지상 교통에 관한 협조 요청을 다했다.

결국 법원은 당시 대한항공이 운송인으로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했고, 몬트리올 협약 제19조에 따른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반면 이번 항공대란 사태로 인한 일부 저가항공사들의 경우 과연 몬트리올 협약 제19조처럼 항공기 연착에 따른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최대한의 조치를 한 것인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천재지변에 따른 항공기 지연은 신이 아닌 이상 해결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들 저가항공사는 항공편의 기존 목적지를 인천공항과 가까운 김포공항으로 바꾸는 등 출발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거나, 승객들이 늦은 도착으로 목적지에서 겪을 교통편에 대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등 합리적 조치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항공대란 사태에 있어 단순히 천재지변에 모든 탓을 돌릴 것이 아닌, 저가항공사를 중심으로 한 전 항공사들이 몬트리올 협약 제19조에 제시된 합리적 조치를 취했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