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살리려다 서민 잡을라”…코스닥시장 정보 편차 심각

증권가에서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우려와 불만 나와

금융위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지수 올리기 정책 아냐”

거래소 노조 “한국거래소, 한국은행처럼 독립성 가져야”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해 증권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스닥을 활성화하겠다고 정책을 내놨지만, 전국적으로 투기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코스닥 활성화가 과연 적절한 정책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코스닥 시장이 정보대칭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불안이 생길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개미투자자들에게 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개미투자자들은 코스닥 기업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지적과 관련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 코스닥 지수 높이는 대책이 아니다”라며 “대책의 반 이상이 건전화방안”이라고 답변했다.

금융위에게 꼼짝 못하는 한국거래소

증권가 인사들은 한국거래소 내부에도 금융위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금융위 때문에 한국거래소가 정작 해야 할 일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금융위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잘못됐다고 보는 이들은 지금처럼 투기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는 코스닥 건전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한다.

금융당국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이 겸임하던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직을 분리 선출하는 방안을 5년 만에 다시 추진하려 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 운영 권한을 코스닥위원회에 줘서 코스닥을 살리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가 인사는 “코스닥위원회 구성을 보면 투자자 보호보다는 벤처업계나 상장기업 편을 들게 돼 있다”라며 “금융당국의 방안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사전에 예방하는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는 이유는 벤처 바람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벤처 붐을 재점화해서 고용을 늘리고 서민경제에 힘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스닥 활성화에 부정적인 이들은 이런 생각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눌러야 코스닥으로 더 많은 돈이 올 것이라고 금융당국이 생각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의 가상화폐 압박정책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이들은 생각한다. 어차피 국내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없다면 다른 나라로 가서 가상화폐 거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한국거래소가 가상화폐를 양성화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은 가상화폐를 양성화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 한국거래소가 파생상품 거래를 건전한 방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거래소의 독립성이 약하기 때문에 ‘금융위의 꼭두각시 신세’가 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文정부 금융정책 朴정책과 비슷”

금융권에선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이야기한다. ‘창조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코스닥을 활성화시켜 경제를 발전시켜 보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나 문재인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가 인사는 “지주회사 정책이나 코스닥 분리 정책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기에 창조경제를 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으면 정책 전환이 있어야 하는데 코스닥을 분리하려고 하고 있고, 지금은 나중에 떼어 내기 좋게 접어놓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3000억원에 달하는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를 만드는데 만만한 한국거래소, 예탁원, 한국증권금융, 코스콤 등을 동원한다고 한다”며 “민간기업 같으면 내놓겠는가, 최순실과 뭐가 다르냐. 미르재단이나 케이스포츠재단에 출연시키는 것과 똑같다”고 질타했다.

증권가에선 먼저 한국거래소가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한국은행이 독립성을 갖고 있듯 금융투자업계에선 한국거래소가 독립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금융위의 손아귀 안에 있어서 금융투자업계 발전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가 일각에선 코스닥을 놓고 금융위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암투가 진행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나온다.

금융위는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형태로 바꾸거나 코스닥을 한국거래소의 자회사로 만들어 자리를 늘리려 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또 중기부는 아예 코스닥을 자신들이 떼어 가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코스닥을 가져가서 별도의 증권시장을 연다는 이야기다. 이 방안은 특히 벤처업계가 크게 선호하고 있다. 상장이 편해지고, 돈 벌기 좋아지기 때문이다.

한 증권가 인사는 “현재 증시 주변에 벤처캐피털들의 돈 6조원이 조성돼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 중 1조원 정도만 투자된 상태인데 벤처업계가 원하는 것은 막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코스닥을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고 ‘묻지 마 상장’을 해서 자신들이 이익을 챙겨가겠다는 것”이라며 “코스닥 투자를 희망을 잃은 서민들이 하고 있는데, 이들을 자신들의 이익 회수기계로 만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낙하산 인사 관행 없애야

한 증권업계 인사는 현재 금융정책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인물이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라고 지목했다.

장 실장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을 심어 놓고 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의 상위기관이 금융위인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고려대 출신이다.

그는 “본래 장 실장은 학교 후배인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을 거래소 이사장으로 하려 했다”며 “그런데 청와대 문(文)캠프 세력의 반발 때문에 부산 출신인 정지원 현 이사장으로 타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거래소 노조도 금융투자산업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한국거래소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가 자본시장을 자신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면 안 된다”라며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시장 수요는 망가지든 말든 투자자는 보호하지 않고 기업만 상장시키겠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위는 보신주의적으로 행동하고 있으며, 한국거래소의 손발을 묶고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이 축소되고 전업증권사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금융위는 직무유기하지 말고 가상화폐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한국거래소 노조의 주장과 관련해 “최근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코스닥시장의 코스피시장과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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