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꿈꾸는 ‘쇼핑의 신세계’

콘텐츠 결합한 유통사업으로 오프라인 시장에 새 바람

스타필드, 삐에로쇼핑 등 신개념 쇼핑 열어…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도 성공적

  • 스타필드 하남 외경.<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놀이와 체험, 즐거움을 가미한 새로운 쇼핑 패러다임을 열어가고 있다. 그가 꿈꾸는 ‘쇼핑의 신세계’는 과연 사업적으로 얼마나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구상하는 쇼핑의 ‘신세계’가 점차 무르익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스타필드(Starfield)다. 스타필드는 신세계그룹의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운영하는 복합 쇼핑몰이다. 온라인 쇼핑몰에 빼앗겼던 쇼핑 인구를 다시 끌어들이고자 체험형 전문매장으로 꾸며졌다. '쇼핑 테마파크'가 스타필드의 콘셉트다. 그래서 스포츠 놀이시설과 가상현실(VR) 체험관 등 비(非) 쇼핑 공간에 많은 공을 들였다.

기존 쇼핑몰이 공급자 중심으로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에 그쳤다면, 스타필드는 소비자 중심의 체험형 특화 매장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정 부회장은 ‘매장에 머무는 시간이 매장에서의 소비 비용과 정확하게 비례한다’는 미국의 소비심리 분석가 파코 언더힐의 연구를 근거로 사업을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개점을 앞두고 “우리의 경쟁자는 야구장과 놀이동산”이라며 흥미로운 말을 남긴 바 있다. 쇼핑을 즐길 잠재적 고객들이 주말에 야구장이나 놀이동산으로 몰린다는 점을 문제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2016년 9월 스타필드 하남점, 같은 해 12월 스타필드 코엑스몰점, 2017년 8월 스타필드 고양점을 잇달아 열었다. 타 지역 고객 유치와 더불어 대규모 지역민 채용 방침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스타필드 하남 내부.<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스타필드 하남점의 개점 후 1년간 방문객 수는 2500만 명에 달한다. 평균 방문객 수는 하남점의 경우 주중 4~5만명, 주말 9~10만명이며, 고양점은 주중 3~4만명, 주말 8만명, 코엑스몰점은 주중 6만명, 주말 6만명으로 집계됐다. 또 2017년 5월 스타필드 코엑스몰점에 들어선 ‘별마당 도서관’은 개관 1년 만인 지난 5월 2100만 명의 방문객 수를 기록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 하남시에 사는 30세 여성 이미경(가명)씨는 스타필드 하남점을 자주 찾는 단골 고객이다. 이씨는 “스타필드에서는 일렉트로마트, 스포츠몬스터, 영화관 등 놀이와 관련된 매장과 쇼핑, 먹거리를 두루 즐길 수 있다”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키즈 카페와 수영장, 찜질방이 공존하는 아쿠아필드, 넓은 주차공간 등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매주 혹은 매월 테마를 정해 체험할 수 있는 작은 행사장을 마련하고 이벤트가 진행된다”는 점도 스타필드 하남점의 장점으로 꼽았다. 다만 “할인 행사나 브랜드 세일이 잘 홍보되지 않는 점은 불편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를 전국 각지에 출점시켜 나갈 계획이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청라 국제도시에서는 부지 정비 공사가 진행 중이며, 경기도 안성에서는 건축 허가를 취득하고 8월 착공할 예정이다. 경남 창원, 충북 청주, 서울 위례〮마곡, 울산 등지도 스타필드 출점을 계획 중인 지역이다.

  •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
정 부회장은 최근 일본의 유통매장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 쑈핑’을 열어 유통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돈키호테는 1989년 덤핑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으로 시작해 현재는 일본 유통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종합할인매장이다. 덤핑 및 반품 상품,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늘려 가격을 낮추고 다양한 제품을 복잡하게 진열하는 ‘압축 진열’과 야간 영업 등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 경제가 20년이 넘는 장기 불황을 지나는 동안에도 성장을 거듭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

2017년 돈키호테가 일본 전역의 368개 매장에서 올린 매출은 8288억엔(약 8조4400억원)에 달한다. 주목할 것은 돈키호테가 ‘편의성+가격+즐거움’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펀&크레이지(Fun & Crazy)’를 콘셉트로 특이하고 재미있게 상품을 구성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삐에로 쑈핑과 닮은 대목이다.

정 부회장은 돈키호테의 성장 비결을 확인하고 지난 6월 스타필드 코엑스몰점에 삐에로 쑈핑을 선보였다. 삐에로 쑈핑은 단순히 구매보다 ‘쇼핑 경험’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 경향을 고려해 기존 유통채널에선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쇼핑 공간을 표방한다. 1호점은 6월 10일 개점 이후 11일 만에 자체 추산 누적 방문객 11만 명을 기록했다. 연내에 3호점까지 열 계획이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스스로 콘텐츠를 많이 키우려고 하는 것이 정용진 부회장이 지향하는 신세계의 장점으로 보인다”며 “다만 정용진 부회장의 시도가 혁신이라기보다는 해외에서 잘되는 걸 들여오는 것에 치중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로 무장한, 세상에 없는 일류기업을 만들겠다”며 “체험하고 체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스타필드 코엑스몰점에 자리한) ‘별마당 도서관’처럼 문화예술이 가미된 콘텐츠를 꾸준히 연구하고 개발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SNS.<사진=인스타그램>
그는 평소 SNS를 통해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이를 통해 대중과 멀게만 느껴졌던 재벌 이미지를 탈피하고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유통업계에서 개성 있는 트렌드세터(trendsetterㆍ새 유행을 정착시키는 사람)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대표 SNS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팔로워가 16만 2000명에 달하고 개인적인 일상을 담은 사진들도 확인할 수 있다.

‘정용진의 사람’으로 불리는 김범수 레스케이프호텔 총지배인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모든 분야에서 세상에 없던 것들을 만들고 있다”며 “ ‘세상에 없던’이 신세계그룹 내부에 DNA처럼 박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범수 총지배인은 외식, 여행 등을 소개하는 ‘팻투바하(Pat2Bach)’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하루 방문자 수 20만명을 넘겼던 파워 블로거 출신이다. 그런 그를 정 부회장이 직접 스카우트했다. 수제맥주 카페 데블스 도어를 비롯해 올반 등 신세계의 외식 브랜드와 파미에스테이션ㆍ스타필드 등이 김범수 총지배인의 손을 거쳤다. 그는 정 부회장이 해외 출장을 갈 때 늘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정체된 가운데 돌파구를 찾기 위해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도 선보였다. 트레이더스는 2010년 개점 이후 7년 만에 매출이 30배 이상 늘어나 지난해 1조 5214억 원을 기록했다.

정 부회장의 또 다른 신사업이자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번째 독자브랜드 호텔인 레스케이프도 7월 19일 개장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웨스틴조선호텔, 웨스틴조선호텔 부산, 포포인츠바이쉐라톤 서울 남산 등 3개의 호텔을 운영하다가 첫 독자브랜드 호텔인 레스케이프를 내놨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파리를 모티브로 한 부티크 호텔로 유럽식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정 부회장은 레스케이프 호텔을 비롯해 인근 신세계 면세점, 백화점 등과 연계해 ‘신세계 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신세계 면세점 VIP 회원과 레스케이프 VIP 회원 간 혜택을 공유하는 프로그램도 설계 중이다.

또한 정 부회장의 이마트는 ‘남자들의 놀이터’ 일렉트로마트의 캐릭터 ‘일렉트로맨’을 소재로 한 히어로 영화 제작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1년여 준비 끝에 일렉트로맨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제작을 결정하고, 영화 제작을 담당할 특수목적회사인 ‘일렉트로맨 문화산업전문회사(유한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이 밖에도 정 부회장은 이마트 자체 식품브랜드인 ‘피코크’를 해외에 진출시키고 제조업에도 뛰어드는 등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2013년 3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피코크는 2014년 750억원, 2015년 1270억원, 2016년 1600억원, 2017년 2400억원을 기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오프라인 할인점을 제외한 이마트의 다른 사업부문이 양호한 개선 추세에 있다”며 “이마트몰, 트레이더스, 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수익성이 모두 개선되고 있고, 스타필드 역시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00억원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hanks30@hankooki.com

<박스> 신세계 남매경영, 동생이 오빠보다 낫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인터뷰

신세계그룹은 크게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으로 나뉜다.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이 백화점 사업 부문을 챙기고 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정용진 부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스타필드와 관련해 “복합쇼핑몰사업에는 기본적으로 1조원 이상 투입되는데, 투자한 것에 비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스타필드 투자금도 펀딩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어서 스타필드가 엄청 잘되더라도 여기저기 수익이 분배되는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용진 부회장의 신사업 실적이 뛰어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온라인이면 온라인, 복합 쇼핑몰이면 복합 쇼핑몰 뭐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온라인 강화에 집중한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지혜 연구원은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총괄사장에 대해서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정유경 사장이 면세점 사업과 화장품 사업을 강화했고, 신세계 백화점에서 변화의 시도에 대한 성과가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의 남매 경영에 대해 “지금은 정유경 총괄사장의 경영이 잘되고 있다고 본다”며 “면세점 베팅도 성공적이었고, 면세점이 신세계 백화점이라는 회사를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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