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ㆍ공동운용 확정, ‘허위’ 입증 자료들 나와

NH투자증권이 우리투자증권 시절 문제가 됐던 불완전 판매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우리투자증권 시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품에 대한 불완전 판매 의혹으로 촉발된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과 투자자들 사이의 300억원대 소송전이 치열한 법정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 측은 NH투자증권이 당시 상품 판매를 위해 투자자를 기만했다는 여러 유의미한 자료를 제시하며, 이 사건 쟁점인 불완전 판매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문제의 상품에 투자한 64명의 투자자들 사이의 소송전은 지난 200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이 ‘골든브릿지 특별자산 투자신탁 8호’라는 모집금액 650억원 규모의 부동산PF 상품을 판매했다.

이는 롯데건설이 시공할 예정이었던 경기도 의정부의 캐슬 스파월드의 개발에 따른 투자 펀드였다. 이 시설은 콘도와 온천, 실내외 워터파크 등의 시설을 갖춘 첨단 레저시설로 관심을 모았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으로 부동산PF 상품이 투자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던 당시, 우리투자증권은 이 상품의 목표 수익률을 연 8.2%로 잡아 광고했고 매년 결산마다 현금 이자 지급 그리고 펀드 상환 시 원금 상환이라는 조건도 내걸었다.

또 투자자들은 우리투자증권 상품 판매자들로부터 캐슬 스파월드 개발에 대한 인허가가 이미 완료된 상태이며, 롯데건설의 책임준공 이후 공동운용으로 매년 100억원대의 수익이 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사전조사를 통해 미분양이 예상될 경우 펀드 규모를 축소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미분양 위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제안했다.

설령 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한다고 할지라도 펀드가 최선순위 근저당권과 우선순위권을 보유하게 되기 때문에 원리금 회수에 큰 문제가 없다고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상품은 판매 첫날 모집금액 650억원을 모두 채워 단시간에 마감됐다. 투자자들은 연 8.2%라는 고금리와 더불어 이미 인허가가 완료돼 착공을 바로 앞두고 있던 점 그리고 롯데건설이라는 대형 시공사의 준공 후 공동운용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만기 시점이 다가오자 미국 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고, 국내에서도 금융위기와 함께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캐슬 스파월드의 시행사가 부도를 냈고, 롯데건설은 준공 승인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사를 완료한 후에 유치권을 행사 그리고 경매까지 신청해 사업이 사실상 좌초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10년 만기가 예정돼 있던 이 상품은 환매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고, 모집금액 650억원은 롯데건설의 공사비 회수와 NH투자증권 등에 배당금 회수로 소진됐다.

사실 당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건설 경기가 상당히 위축됐고, 여러 증권사들이 판매한 부동산PF 상품 투자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속출했다. 외부적 요인에서 비롯된 불상사였던 만큼 투자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손실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사건 투자자들 상당수는 우리투자증권이 당시 상품에 대해 허위ㆍ과장 광고를 통한 불완전 판매로 피해를 키웠다며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금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55곳의 새마을금고 지역 영업점 등의 투자자들은 지난 2016년 11월 우리투자증권과 합병된 NH투자증권을 상대로 3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지난 2005년 6월 우리투자증권이 판매한 ‘골든브릿지 특별자산 투자신탁 8호’는 현재 불완전 판매 논란으로 법적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

이미 금감원에서 한차례 분쟁조정을 기각한 만큼 이번 소송도 NH투자증권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 상황은 투자자들이 재판정에 나와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증언에 나서며 치열한 법정공방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우리투자증권 측이 투자자들을 기만했을 가능성이 높은 여러 정황들이 드러나며, NH투자증권 측도 진땀을 흘리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언급한대로 당시 NH투자증권 측 직원들은 투자자들에게 상품 설명을 하면서, 캐슬 스파월드에 대한 인허가가 이미 완료된 상태였다고 말했고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새마을금고 측 투자자 역시 그런 제안을 들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투자자 측은 NH투자증권 직원들이 캐슬 스파월드가 2005년 6월 상품 판매 시점에 이미 인허가가 완료됐고, 한달 후인 2005년 7월 착공에 들어가 2007년 12월 준공이 마무리되므로 분양까지 투자 위험이 높지 않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자 측이 확보한 당시 이 상품에 대한 심의록에는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34개월로 착공일은 약정 체결일로부터 6개월’이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판매 홍보에는 착공부터 준공까지 29개월이라는 기간이 제시됐고 착공 시기 역시 약정 한달 후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총 사업기간이 42개월로 착공시기 역시 약정 반년 후로 시기상으로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실제로 투자 당시 캐슬 스파월드 사업에 대한 건축 허가 즉 인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였고, 이것이 1년 가까이 늦어지면서 착공 및 분양도 늦어졌다. 이에 당초 예상 시기보다 1년이 늦은 지난 2006년 11월 20일에서야 준공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인허가가 이미 완료됐다는 점이 허위라는 것을 NH투자증권 측이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증거도 드러났다.

투자자 측이 제시한 자료 중 2005년 7월 말 NH투자증권 측의 회의록에는 ‘인허가 지연이 우려되지만, 이 사업은 의정부시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으므로 인허가에 큰 장애는 없을 것으로 전망됨’이라는 기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상품 판매 시점에 이미 인허가가 완료돼 공사 지연 등의 위험 요소가 없다고 했음에도, 위와 같은 증거들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등 외부 요인과 상관없이 NH투자증권 측이 투자자들을 이미 기만하려고 했다는 정황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투자자 측은 당시 골든브릿지 특별자산 투자신탁 8호에 가입한 가장 큰 계기 중 하나가 롯데건설의 공동운용 부분이었는데 이 역시 NH투자증권 측이 투자자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사진=연합)

실제로 투자 당시 롯데건설 측에서는 공동운용에 대한 의향서가 제출돼 있었을 뿐, 롯데건설의 공동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자 측이 롯데건설에 확인한 내용이기도 하다.

롯데건설 측은 투자자들에게 개장 이후 운용과 분양이 잘 되면 공동운용을 검토할 의향이 있다는 서면을 제출한 것일 뿐 처음부터 공동운용을 확정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NH투자증권 측은 당시 롯데건설 측과의 공동운용이 좌절될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NH투자증권의 불완전 판매를 입증할 유의미한 자료 제시와 증언에 나서며,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이 사건 법정공방의 향방을 더욱 알 수 없게 하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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