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가격이 관건…M&A 가능성은 충분해”


SK텔레콤, KT와 이동통신 3사를 구축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미디어와 콘텐츠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투자은행(Investment Bank)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케이블TV와 IPTV(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제공되는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 위성방송을 아우르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SK브로드밴드를 제치고 KT에 이어 2위 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CJ헬로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13.1%(2017년 하반기 기준)로 30.5%인 KT, 13.7%인 SK브로드밴드에 이어 3위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 10.89%를 차지했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23.99%에 달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훨씬 커진다.

이동통신사들이 CJ헬로를 탐낸 것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2015년 CJ헬로의 인수 문제를 놓고 SK텔레콤이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SK텔레콤은 자회사인 유무선 인터넷 통신업체 SK브로드밴드를 통해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인수를 시도했고, 2015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의 합병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7개월이 흐른 2016년 7월 무산 소식을 전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이뤄졌고 인수합병 이후 방송ㆍ통신 분야에 대한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지분 인수 및 합병을 금지한 바 있다.

이후 2018년 1월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인수합병 추진설이 확산됐다. 당시 LG유플러스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조회 공시 요구를 받고 "케이블TV 업체 인수와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며 "CJ헬로 인수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월에도 이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CJ헬로 인수합병에 대해 극구 부인하지는 않았다. LG유플러스 내에 M&A(인수합병) 전담팀이 CJ헬로 인수 과정과 관련해 어떠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하현회 부회장이 취임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LG그룹 내의 '전략통'으로 불리는 하 부회장은 이전에 경영을 맡은 권영수 ㈜LG 부회장에 이어 CJ헬로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인수설과 관련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1~2주 단위로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 일일이 답변할 사항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양사 합병 시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23.99%

그간 시장에서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의 CJ헬로 인수합병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이동통신사와 유료방송사의 합병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시장에서 KT가 전체 시장의 30.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나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텔레콤은 CJ헬로와 같은 유료방송 업체가 인수 대상으로 매력적이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은 2016년 7월 CJ헬로를 인수하려던 시도가 한 차례 불발됐던 만큼 인수전에 나서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설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쏠리고 있다.

CJ헬로 역시 LG유플러스와 함께하는 것이 현 상황을 개선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CJ헬로가 지난 8월 발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2913억 원, 영업이익은 157억 원으로 매출은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8%나 하락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LG유플러스에 인수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특히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케이블TV 산업은 구조적으로 성장이 쉽지 않은 국면으로 진입했다”며 “소비자의 선택이 이동통신사의 초고속 인터넷 및 휴대전화와 결합된 상품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가입자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케이블TV 시장의 구조적인 한계로 CJ헬로의 이익 성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관련해 걸림돌도 있다. 1조 원 이상의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CJ헬로는 현재 약 1조 4000억 원의 기업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불어 CJ헬로가 직접 인수에 참여해 케이블TV 업체 딜라이브를 합병하고 몸집을 불린 뒤 더 비싼 값에 매각하려고 한다는 설도 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 문제도 인수합병을 위해 해결할 과제로 남아 있다.

CJ헬로 본사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해 있다.<사진=한경석 기자 >

CJ헬로 인수 성사의 핵심은 '가격'

그렇다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은 어떨까. 통신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합병설에 대해 "LG유플러스가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가격이 중요하다. 인수 가격 결정으로 인해 협상이 지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인수 가격이 핵심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연초부터 나온 얘기로 '검토 중'이라고 직접 발표를 한 상태이고, 인수 체결 가능성은 있으나 언제 어느 가격으로 인수가 결정될지는 불확실하다"며 "인수 가격 제시 금액 차이를 얼마만큼 좁히는지가 핵심이다. 어느 시점에 인수합병 발표가 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다고 보고,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할 경우 나머지 통신기업들도 M&A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산업구조 개편이 LG유플러스로부터 촉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100% 인수를 보장할 수는 없어서 인수를 한다, 안 한다 단정할 수는 없다"며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가정했을 때 예상되는 효과에 대해 전망하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CJ헬로 내 케이블TV와 관련해서 시너지가 있을 것 같다"며 "케이블TV 가입자 내에 LG 유플러스를 이용하지 않는 가입자들에 한해서 통신 서비스와 케이블TV를 결합해서 쓰면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LG유플러스의 가입자를 늘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수 가격을 결정하는 협상은 단순하지 않다. 접촉과 교섭에서 다루어야 할 중요 과제는 인수 가격, 지급 방법, 인수합병 방법, 자금조달 계획 등을 수립하는 일이다.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간의 접촉 방식은 누가 누구를 어떤 방법으로 접촉할 것이며, 접촉 대상자에 대한 전략은 무엇이며, 그다음 단계 접촉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준비가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접촉에서 인수합병 가능성이 있을 때 인수 기업은 비밀 준수 의무 협정에 서명하고 피인수 대상 기업으로부터 기업 평가를 위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이때 제공받은 정보의 비밀과 인수에 따른 진행 내용은 인수 과정이 완결될 때까지 비공개로 한다. 그리고 대상 기업과 입수합병 협상이 시작되면 인수 기업은 인수합병을 위한 추진팀을 구성한다. 구성 팀은 재무, 회계, 생산, 마케팅 등 기업 조직 내의 내용과 법률적으로 인수합병에 관한 전문지식과 인수합병에 관한 경험 지식을 갖고 있는 회계사, 변호사, 인수합병 전문 컨설턴트 등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구성된 인수 추진팀은 접촉에서 인수에 대한 논의가 진척됐을 때, 피인수 기업의 인수 가격, 인수 형태, 대상 기업의 기존 경영진의 처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교섭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단계를 거친다.

LG유플러스 TF팀 수 년 전 만들어져

국내 유료방송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한 관계자의 얘기도 들어봤다. "연예인 사생활에 대한 기사와 같이 소문만 무성하다"며 "결정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 저도 사실 언론을 통해 많이 접하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이 관계자는 "2017년부터 들어본 오래된 얘기라서 예의주시했다"며 "LG유플러스 측의 인수합병 TF(Task Force)가 2~3년 전 만들어졌고, 그 이후에 인수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CJ헬로는 CJ E&M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현재는 딜라이브 인수를 실사(實査) 중인 상황"이라며 "M&A 관련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는데 언론에서 앞서가며 보도를 한 게 아닌가 한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이 아직도 유효하다. CJ헬로가 인수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장 포화에 따른 무선 부문 매출 정체, 정부의 요금인하 압박 등을 겪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의 인수합병 논의가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고자 하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과연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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