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부동의 1위…미국과 중국 기술주가 ‘대세’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2011년 약 30억7000만 달러에서 2017년 227억1000만 달러로 6년 만에 7배 이상 급증했다. 그렇다면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거래하는 해외 주식은 과연 어떤 종목들일까.

제프 베이조스(사진)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아마존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거래하는 해외 주식으로 꼽힌다. 연합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대상은 몇몇 주요 국가에 집중돼 있다. 지난 8월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국가별 주식 보유 금액 비율을 보면 미국(48.5%), 중국(15.1%), 일본(14.6%), 홍콩(12.3%) 등 4개국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투자 대상 국가로 선호되고 있다. 이밖에 베트남도 근래 주목받는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올해 들어 지난 8월말까지 해외 주식 거래 대금은 225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래 대금 127억7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76%나 증가한 수치다. 해외 주식 투자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지표인 셈이다.

그렇다면 요즘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어떤 해외 주식 종목을 많이 거래하고 있을까.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증권정보포털(SEIBro)에서 지난 6개월간 거래 결제 금액이 가장 많은 해외 주식 톱10을 추려봤다.

그 결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1위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차이나 AMC CSI300 상장지수펀드(CHINA AMC CSI300 INDEX ETF), 텐센트 홀딩스, 알리바바그룹 홀딩스,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이 상위 5위를 형성했다. 또 넷플릭스, 엔비디아, 아이셰어즈 펀드(ISHARES T PLS ISHA), 페이스북, 테슬라모터스가 나란히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의 주식도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이다. 연합

차이나 AMC CSI300 상장지수펀드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펀드로서 중국 본토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또 아이셰어즈 펀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다. 이 2개의 펀드를 제외하면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해외 주식 톱10 종목은 모두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기간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아마존 주식을 6억7200만여 달러어치 매수하는 한편 5억900만여 달러어치 매도했다. 총 결제 금액은 11억8100만여 달러 규모에 달했다. 또 이 기간에 주식 매수 금액이 매도 금액보다 많은 종목은 아마존을 비롯해 차이나 AMC CSI300 상장지수펀드, 알파벳, 넷플릭스, 아이셰어즈 펀드, 테슬라모터스 등이었다. 반면 텐센트 홀딩스, 알리바바그룹 홀딩스, 엔비디아, 페이스북 등 4개 종목은 주식 매도 금액이 매수 금액보다 많았다.

거래 기간을 3개월로 좀 더 좁혀보면 톱10 판도에 일정한 변화가 보인다. 아마존이 여전히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차이나 AMC CSI300 상장지수펀드, 알파벳, 텐센트 홀딩스, 알리바바그룹 홀딩스, 넷플릭스, 아이셰어즈 펀드, 엔비디아,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가 톱10을 이뤘다.

테슬라모터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가 10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또 알파벳이 5위에서 3위로 점프한 것도 시선을 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3개월 동안 주식 매수 금액이 8300만여 달러로, 매도 금액 2800만여 달러보다 3배가량 많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 기간 동안 주식 거래 규모 1위 아마존의 매수 금액이 4억2300만여 달러로, 매도 금액 2억5000만여 달러보다 훨씬 많았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대목이다. 반면 중국의 대표 기술주 중 하나인 텐센트 홀딩스는 매수 금액이 6200만여 달러로, 매도 금액 1억4700만여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조함을 나타냈다.

알리바바그룹 홀딩스는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중국 기술주 가운데 하나다. 연합

최근 1개월로 거래 기간을 압축해보면 아마존, 차이나 AMC CSI300 상장지수펀드, 알파벳, 텐센트 홀딩스, 알리바바그룹 홀딩스가 상위 5위를 유지한 가운데 6~10위에서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6~10위를 살펴보면 애플, 엔비디아, AMD, 아이셰어즈 펀드, 마이크로소프트 순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은 매수 금액 2억2900만여 달러, 매도 금액 8500만여 달러로 매수 우위가 한층 더 강해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아울러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이 6위에 이름을 올린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마존과 애플은 시가총액 세계 1위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8위에 오른 AMD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 칩 등을 생산하는 반도체 기업이다. 컴퓨터용 그래픽 처리장치를 개발하는 엔비디아와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로 주목받는 회사 중 하나다.

<박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때 유의할 점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는 환율 리스크, 거래 수수료, 세금 문제 등 몇 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다. 국내 주식 투자와 달리 고려할 요소가 더 많다는 점은 투자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우선 해외 주식에 투자하려면 먼저 해당 국가 통화로 환전해야 한다. 특히 환율 변동이 투자 손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환율 변동이 다양한 거시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 증권사를 통해 해외 주식을 거래할 때는 거래금액의 0.25~0.5% 정도를 거래 수수료로 내야 한다. 수수료율이 국내 주식 거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환전 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환전 수수료는 국내 증권사 평균이 0.8% 정도다. ‘단타 매매’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구조다. 해외 주식 매매로 250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게 되면 양도소득세도 매겨진다. 양도소득세율은 22%이며, 정해진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납부세액의 20%가 가산세로 부과된다.



김윤현 기자 unyon21@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