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지난주(3/15~3/21) 주식시장은 거래소가 코스닥보다 강했다. 오랜만에 나온 반전인데 거래소가 1.3%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1.6% 하락했다. 일중 변동에 비해 전체 시장의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소폭에 그쳤고 연속성도 확보되지 못했다. 그만큼 수급의 영향이 컸는데 주말에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장중 주가가 20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게 대표적인 예였다.

지난주 주식시장은 거래소가 상대적으로 강해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선진국보다는 못했다. 나스닥이 주중 나흘 연속 상승해 사상 최고점인 8100에 바짝 다가섰다. 이 상승이 유럽으로 넘어가 주요국 시장이 오르는데 역할을 했다. 미국 시장이 앞에서 뚫고 나가고 다른 선진국 시장이 뒤따르는 그림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흐름과 반대로 연준이 연중 금리 인상 계획을 철회한 20일에 여러 시장이 엇갈린 흐름을 보여 주가 동조화가 깨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주 7000억 가까이 주식을 내다팔았던 기관투자자는 이번 주에는 반대로 727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15일에 6283억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해 종합주가지수가 20포인트 상승하는데 기여를 했다. 외국인도 닷새 동안 1654억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주중 가장 큰 재료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였다. 발표문을 통해 올해 내에 금리인상은 없으며 금리의 중간값을 기존 2.9%에서 2.4%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앙은행의 자산축소 과정을 9월 말에 끝내겠다고도 얘기했다. 예상보다 훨씬 강한 완화정책을 내놓은 건데 앞으로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중단이란 재료와 인상을 할 수 없게 만든 경제 상황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걸로 보인다. 선진국 강세-신흥국 조정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3월 들어 ‘선진국 강세-신흥국 조정’ 양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주식시장도 신흥국의 영향을 받아 소폭 하락했다. 시장이 이렇게 된 건 자금 흐름이 변했기 때문이다. 1월까지만 해도 글로벌 자금 유입의 중심은 신흥국이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형펀드와 주식형 ETF로 매주 1~5억달러의 돈이 들어올 정도였다. 2월 들어 상황이 갑자기 변해 자금 유입은 고사하고 격주로 자금이 빠져 나가더니 3월에도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금 흐름이 이렇게 바뀐 건 신흥국 시장의 매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2월 이후 주가 상승은 미국과 유럽이 중심이었다. 그 사이 신흥국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상대적 격차는 돈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는데 1월까지는 신흥국이 상대적으로 강했기 때문에 자금이 신흥국으로 몰린 반면 2월에는 반대현상이 벌어졌다. 선진국 시장의 상승이 주춤해지기 전까지 현재 진행중인 자금 흐름의 방향이 바뀔 것 같지 않다.

시장 내적으로도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유리하다.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처럼 투자자 모두가 인정하는 주도주가 존재한다. 이들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매수가 진행될 때 주변종목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유럽은 경제 지표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3월 유럽경제연구센터(ZEW)의 심리지표가 0 부근까지 올라왔다. 아직 상승 전환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지만 바닥에 근접했다는 기대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신흥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중국시장만 강세였다. 2월에 20% 가까이 상승해 단숨에 3000을 회복하더니 그 기세가 3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이 빠르게 상승한 건 그 동안 시장을 압박했던 무역분쟁이 해결될 거란 전망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가 발표한 경기 부양 대책도 역할을 했다. 중국 정부가 4-5월에 2조 위안에 해당하는 기업 감세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용 감축으로 기업의 이익이 늘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건데 부양책이 나오고 중국 주식시장이 여기에 반응한 건 3년만에 처음이다.

중소형주 강세가 예상되나 위험 관리를 시작해야 할 시점

지금 우리 시장의 열쇠는 선진국 특히 미국시장이 쥐고 있다. 미국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을 경우 종합주가지수도 2250선까지 오르겠지만 미국시장이 최고치 경신에 실패할 경우 우리 시장의 반등도 2200 부근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어떤 경우가 됐든 상승 여력이 많이 남은 것 같지는 않다.

시장이 좁은 폭 내에 갇힘에 따라 중소형주의 강세가 계속될 걸로 전망된다. 대형주는 지수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올 들어 많이 오른 중소형주은 미세먼지, 온라인교육, 폐기물처리, 골판지, 공유경제, 5G, OLED 등 정책적인 지원이 예상되거나 이슈를 가지고 있는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재료의 영향이 강했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들 종목의 주도력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주가가 조정에 들어간 이후다.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등 주가가 생각보다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런 위험을 안지 않으려면 1분기에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거나 주가가 낮아 가격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보유 종목을 재편해야 한다. 정책이나 이슈 관련 종목도 비슷하다. 주가가 상승했어도 실적이 괜찮은 부류와 그렇지 못한 부류 사이에 차별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을 감안해 투자전략을 짰으면 한다.

● 프로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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