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경기 둔화 우려로 주가 하락

지난주(3/22~3/28)는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6%와 3.2% 떨어졌다. 주가가 하락한 건 선진국 경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미국 연준이 3월 회의에서 올해중 금리 인상이 없을 거라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금리 인상이 없다는 사실보다 미국 경제가 당초 얘기했던 것조차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는 쪽으로 해석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나고 이틀 후에 나스닥이 2.5% 하락했는데 이 흐름이 다른 시장까지 전해졌다.

인상적인 종목이 많았던 기간이었다. 삼성전자가 4만 7000원 부근까지 올랐다가 회사에서 1분기 실적이 좋지 않다고 사전 공지하면서 다시 하락했다. 기업이 스스로 실적이 좋지 않을 거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27일 있었던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대주주 연임이 부결됐다.

우리 시장에서 처음 발생한 일이었는데 해당 그룹 주식 대부분이 상승했다. 이번 조치로 지배구조의 투명화가 이루어질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대표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셀트리온의 경우 지지선이던 20만원대가 붕괴되자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보기에 따라서는 바이오의 2차 하락이 시작된 걸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두 기업의 주가 하락이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주 7000억 가까이 주식을 샀던 기관투자자가 이번 주에는 반대로 9363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22일날 기관과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극명하게 갈렸는데 당일 기관은 5000억 가까운 매도를 외국인은 5000억 넘는 매수를 기록했다. 3월들어 기관의 매매 패턴이 주단위로 바뀌어 이들의 시장 지배력이 외국인을 압도했다.

금융완화정책보다 경기 둔화의 영향력이 더 커

주식시장에서는 경기 둔화 신호로 두 사례를 꼽았다. 하나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강화이다. 3월초에 유럽은행이 금리 인상 시점을 연말로 미루고, 대출 강화 프로그램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뒤이어 미국 연준도 금리를 동결하고 현재 시행중인 중앙은행의 자산축소 프로그램을 9월에 끝내기로 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정책 전환이었다.

코스피가 경기침체 공포에 급락한 3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KEB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런 전환은 주가에 상당한 호재가 된다. 유동성이 늘어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주가가 높고 시장이 너무 오랫동안 저금리와 고유동성에 길들여진 상태여서 금융완화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금이 들어와야 한다. 이미 자산분배가 끝난 돈으로 가격을 올리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진국 중앙은행의 결정은 유동성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유동성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추가로 쓸 수 있는 정책도 많지 않다. 금융위기 직후만 해도 다수의 새로운 정책이 나와 상당히 효과를 봤다. 지금은 정책이 나와 봐야 과거 시행했던 것의 복사판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정책이 나오더라도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힘든 만큼 금융 완화정책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후에는 예외 없이 경기 둔화

또 하나의 경기 둔화 신호는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다. 지난주에 미국의 3개월만기 국채 수익률이 10년만기 국채 수익률보다 높아졌다. 시간이 길수록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아야 하는데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1980년 이후 미국시장에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다섯 번 있었는데, 이런 현상이 나오고 1~2년 후에 예외 없이 경기가 둔화됐었다. 이런 경험 때문에 미국 경기의 호시절이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금리역전을 과거와 같은 선상에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이번 금리 하락이 양적 완화 시행 과정에 미국 중앙은행이 장기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여 유통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나온 현상으로 보고 있다. 과거처럼 경기가 나빠져서 금리가 내려간 게 아니라 채권의 규모가 줄었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진 만큼 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상황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려면 사전에 기업이나 가계의 과도한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GDP 대비 설비투자나 주택투자 규모를 보면 이런 전조가 없었다.

경기 과열이 없었던 만큼 둔화 폭도 크지 않을 걸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주가 하락은 단순히 경기 둔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가가 높은 게 훨씬 더 큰 문제다. 월 중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지만 주변 상황이 이렇게 높은 주가를 받쳐줄 정도가 못 된다.

작년 하반기 주가가 사상 최고치 때에는 경기가 좋고 돈도 많았었다. 미국의 기업실적이 20% 넘게 증가하는 가운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확실한 주도주도 있었다. 금리를 인상하는 와중이었다는 점이 다소 걸리긴 하지만 경기에 대한 기대가 커 문제되지 않았다. 지금은 경기가 약하다. 금리는 작년보다 더 높다. 시장을 받쳐주는 요인이 과거보다 못한 데 주가는 높다. 여건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계속 올라갈 수는 없다. 지금은 높은 주가 부담이 경기 둔화로 포장돼 있지만 시장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약세 요인이 다 드러날 걸로 보인다. 당분간 힘든 상황이 이어질 걸로 보이는 만큼 방어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 프로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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