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법인 11곳 흑자…치밀한 분석과 현지화 전략에 성과

“언제까지 제조업으로 먹고 살 거냐.” 가 2016년 언론 인터뷰에서 전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한국의 수출 품목 다변화는 수십 년을 따라다닌 과제다. 그나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여러 분야가 신(新)수출 성장동력으로 거론 중인 가운데, 한편에선 금융업으로 수출 상승을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있다. 지난해 국내와 해외에서 압도적인 실적을 보였다. 미래에셋운용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이 업계의 눈길을 끈다.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미래에셋센터원
순이익 전년보다 39.1% 줄었지만…굳건한 업계 1위

지난해 미래에셋운용의 매출액은 2745억원, 당기순이익은 6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 상승했으나 당기순이익이 같은 기간 39.1%씩이나 줄었다. 당기순이익 하락은 전년도 PCA생명 인수 시 발생한 380억원가량의 지분법이익이 감소한 여파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운용은 두 부문 전부 큰 차이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삼성자산운용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615억원, 473억원에 그쳤다. 업계 선두로 불리는 미래에셋운용의 입지가 얼마나 굳건한지를 보여준 기록이다.

그런데 업계에서 주목하는 대목은 따로 있다. 작년 미래에셋운용이 해외에서 거둔 성과다. 2018년 말 기준 미래에셋운용의 외국운용자산 수탁고는 32조원을 넘겼다. 수탁고는 수익증권을 매각한 후 환매되지 않고 남아있는 순자산가치를 뜻한다. 32조원 이상의 수탁고는 해외 진출 초기인 2011년과 비교했을 시 6배 넘게 증가한 규모다.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10조원 대를 돌파한 2015년과 비교해 봐도 3년 만에 3배 이상 뛴 결과다.

이런 호실적은 지난해 2월 미국 ETF(Exchange Traded Fund) 운용사 ‘글로벌X’를 인수한 데 따른 것이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글로벌X는 2008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회사인데 미래에셋운용이 인수할 당시 펀드운용자산만 99억8000만 달러(한화 약 11조원)에 달했다. 이 회사를 인수한 것을 두고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창업주는 지난 3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회사의 최근 결정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고 글로벌X 인수가 이런 성과를 홀로 견인했다고 볼 수는 없다. 2018년 미래에셋운용의 해외법인 11곳이 일제히 당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각 해외법인은 미국(LA·뉴욕), 영국, 홍콩,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몽골에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홍콩법인이 당기순이익 400억1600만원을 보여 최고 실적을 냈고, 뒤이어 미국 LA(111억3200만원), 인도네시아(98억8800만원), 베트남(96억8100만원), 뉴욕(36억200만원) 순이었다.

당기순이익과 별도로 사람들에 놀라움을 안긴 곳은 인도법인이다. 이곳의 수탁고는 4조4330억원을 나타냈다. 2013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1102억원에 불과하던 곳이 5년 만에 약 40배의 규모를 키운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운용은 해외 시장에 대한 치밀한 분석 및 현지화가 성과를 끌어올린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자체분석 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여타 금융사보다 해외진출 노력을 빠르고 적극 추진한 덕분에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면서 “특히 인도법인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상당수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철수할 때 자사는 오히려 시장의 성장성 분석과 함께 전체 인력 139명 중 1명만 한국인을 두는 등 현지화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 국내 운용사 최초로 캐나다 선두 ETF회사인 ‘호라이즌 ETFs’를 인수했다.
발 빠른 해외진출 노력으로 선진금융 시장에서 공고한 입지

실제로 미래에셋운용의 해외 시장 개척은 기민했고 전략적이었다. 회사 설립 6년만인 2003년 국내 자산운용사 중 처음으로 홍콩에 법인을 세웠다. 2005년에는 국내 금융사 최초 해외펀드인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스타펀드’를 출시했다. 대다수가 국내 투자에 집중할 때 한국 투자자에게 해외 분산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후 홍콩법인은 2008년 또다시 국내 자산운용사 중 처음으로 룩셈부르크에 역외펀드(SICAV)를 설정했다. 당시 해외 투자자에게 글로벌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최근 급성장한 인도법인의 설립 시기가 2006년이다. 인도에 발을 들였다가 현재까지 남아있는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는 미래에셋운용뿐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현지 대부분의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합작법인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사업에서 손을 뗄 때 미래에셋운용은 자리를 지켰다. 성장성 분석에 집중하며 수년간 투자를 이어갔다. 인도법인의 수탁고가 근 2년간 급격히 증가한 것은 이처럼 치밀하고 끈질긴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2008년 미래에셋운용의 또 다른 선택은 미국법인 설립이었다. 아시아 시장은 한국에서, 미주와 유럽시장은 미국에서 분석하는 이른바 ‘듀얼 운용 체제’ 마련을 위해서였다. 미래에셋운용은 특정 국가나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아닌 국제적 법인 네트워크를 통해 자산을 운용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당시 여느 자산운용사가 모방하기 힘든 운용방식이란 점에서 업계의 주목도가 굉장히 높았다.

미래에셋운용의 본격적인 금융영토 확장은 해외 ETF 운용사 인수를 통해 이뤄졌다. 2011년 캐나다의 ‘호라이즌’과 호주의 ‘베타쉐어즈’를 인수했다. 현재 두 회사가 운용하는 자산은 각각 7조8000억원, 4조3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2월에는 미국의 글로벌X를 인수했다. 미래에셋운용이 세계 ETF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시장을 공략함으로써 선진금융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것이다.

현재 미래에셋운용은 이들을 기반으로 8개국에 330여개 ETF 라인업을 구축했다. ETF 순자산 규모가 300억 달러(한화 약34조원)에 이른다. ETF 리서치 업체 ETFGI에 따르면 이 같은 ETF 순자산 규모는 세계 10위권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글로벌 ETF 네트워크가 견고해진 만큼 앞으로도 세계시장 공략과 금융수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자산 등에 대한 주도권 확보에도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창업주
미래에셋그룹 창업주의 의지

미래에셋운용의 해외 시장 개척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의 의지가 워낙 강한 까닭이다. 그는 한결같이 장기투자 원칙과 해외 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3월 글로벌 비즈니스에 전념하겠다며 국내 사업을 전문경영인에 맡기고, 현재의 홍콩법인 글로벌 회장 겸 글로벌경영전략고문에 취임한 이유도 이러한 소신 때문이다.

박현주 창업주는 지난달 직원들에 보낸 편지에서 “글로벌 비즈니스에 전념한다고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통해 전략적인 사고를 갖고 좋은 회사를 만들어 후대 경영인들에게 글로벌 미래에셋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로벌 미래에셋을 만들기 위한 투자를 앞으로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운용의 자신감…중국·동남아 시장도 기대

미래에셋운용의 다음 공략 시장은 동남아와 중국이다. 지난해 베트남투자공사와 공동으로 베트남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역시 국내 자산운용사 중 최초다. 미래에셋운용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지 사업 경험을 갖췄기 때문이다. 앞서 2006년 미래에셋운용은 베트남 사무소를 설립한 바 있다. 베트남 합작법인은 동남아 지역의 전통자산과 대체투자 분야를 아우르는 교두보 역할을 할 전망이다.

중국 시장에서의 활약도 기대감을 키운다. 미래에셋운용은 작년 11월 중국 현지에서 국내 자산운용사 중 처음으로 사모펀드운용사 자격을 획득했다. 이를 통해 향후 중국 현지의 기관 및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 본토 주식 및 채권투자 펀드의 판로가 열렸다.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RQFII) 자격을 가진 외국 금융회사, 그리고 선강통(선전증권거래소와 홍콩거래소의 교차거래 제도)과 후강통(상하이거래소와 홍콩거래소의 교차거래 제도) 투자자에 투자자문을 구할 수도 있게 됐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국제적 오피스 구축 등을 통해 이룬 장단기적 성과는 이제 회사의 신성장 엔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앞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견고히 해 세계시장 공략과 금융수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에서도 투자자들에게 저금리·저성장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투자솔루션을 제공해 미래에셋 브랜드를 분명히 각인시키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주현웅 기자



한국아이닷컴 주현웅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