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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조작' 여수산단 뿐일까

고질적인 대기오염 물질 조작…환경공단의 부실한 관리·감독
최근 여수국가산업단지 대기오염물질 측정치 조작 사건이 논란이 된 데 대해 업계에서는 “새삼스럽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대기업들이 다수 연루돼 있어 화제가 됐을 뿐 업체가 TMS(자동측정 기기) 등을 조작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속여 온 일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재발을 방지하려면 이를 관리·감독하는 환경공단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탓에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한 환경공단의 적극적인 정책 개편이 요구되는 이유다.
여수산단 뿐일까…곳곳서 오염물질 조작

2013년 9월 울산의 한 공업단지 내 폐기물 처리업체는 무려 8년간 굴뚝 TMS를 조작하다 적발됐다. 2016년에는 경기도 소재 대기분야 측정대행업자 등 15명이 허위 측정서를 발행해 구속 기소됐다. 2018년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는 경기도 소재 52개 사업장이 질소산화물(NOx) 등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사업장 환경관리 실태 단속에서 적발됐다. 이처럼 산업시설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 부실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해 8월부터 약 4개월 동안 환경부와 환경공단 등 관련 기관과 경기도 등 지자체 7곳을 대상으로 산업시설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이어 지난 3월 감사결과를 최종 확정한 다음 4월 17일 해당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산업시설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에 관한 총 35건의 위법·부당 및 제도 개선사항이 확인됐다. 또한 그에 대한 감시체계를 구축한 환경공단의 부실한 관리·감독도 문제로 지적됐다.

환경공단의 경우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에 부착된 굴뚝 TMS의 측정결과를 원격 관리하는 굴뚝원격감시체계(CleanSYS)를 구축·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산업 현장에서 측정된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분석하고 확정한다. 환경공단의 감시체계는 측정값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굴뚝 측정기기의 상태정보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검토해 측정결과의 신뢰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감사원이 작년 11월 12일부터 약 3주간 전국 621개 사업장의 측정기기 상태정보를 검토·분석한 결과 28개 사업장은 이상값을 전송 중이었고 8개 사업장은 상태정보를 아예 전송하지 않고 있었다. 이밖에 규정을 어긴 상태정보를 전송하고 있는 곳까지 합치면 전체의 35.9%가량이 부적절하거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정보를 보내고 있었음에도 환경공단은 이를 방치했다.

심지어 대기오염물질 배출 값을 ‘0’으로 신고해도 넘어갔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이 가동중지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사업장에서 배출시설 가동을 실제로 중지했다면 측정값은 ‘0’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럴 경우 환경공단은 해당 사업장의 운영 현황 등을 확인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이 정말 멈췄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 결과 환경공단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환경공단이 사업장의 대기오염 배출시설 가동중지 여부를 잘못 판단한 사례는 19건에 달한다. 그로 인해 사업장의 먼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약 40톤을 누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대해 환경공단측은 “감사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배출시설이 정상가동 중인데도 가동중지 상태로 잘못 인정하는 일이 없도록 업무프로세스 개선 및 직무교육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환경공단은 굴뚝 TMS측정값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조작행위도 적발에 실패했다. 전국 사업장 굴뚝의 95%가량은 ‘광투과 방식’을 통해 굴뚝 TMS 측정값을 도출한다. 이는 배출가스에 빛을 발사해 파악한 먼지농도(x)를 ‘상관관계식(ax+b=y)’에 대입해 최종 측정값을 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감사원이 TMS의 기울기 값(a)이 유독 작은 굴뚝 3개를 골라 수동으로 측정해 보니 TMS측정 값보다 최대 4배 이상 높은 수치가 나왔다.

TMS 기울기 값에 대한 조작이 있었던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환경공단이 먼지 측정자료의 신뢰도를 검증할 수 있는 상관관계식 관련 정보도 받았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은 까닭에 발생한 일이다. 환경공단측은 “감사 결과 먼지농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업체에는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며 “향후 광투과 방식을 통한 측정기기별 상관관계식의 현황 및 변경 이력을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처벌규정 강화 필요성

물론 이 같은 현실의 탓을 환경공단 쪽에만 돌릴 수는 없다. 가장 큰 책임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속이는 산업체에 있는 데다, 제도적인 허점이 이에 빌미를 제공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TMS 조작에 따른 처벌이 미약해 해당 규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로 최근 여수산단에서 약 4년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축소하는 등의 행위를 벌인 기업 15곳에 대해서도 200만원의 과태료 부과가 고작이었다.

전문가들은 산업시설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한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국장(변호사)은 “무엇보다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기준치의 상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또 현재는 기준치 이상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면 약간의 벌금을 내는 정도지만, 징벌적 요소를 더하는 식의 개정도 일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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