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주가 하락 지속... 외국인 1조 넘게 순매도

지난주(5/10~5/16)에는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피가 34.3포인트, 코스닥도 6.3포인트 떨어졌다. 지지난주에 시장을 강타했던 무역분쟁의 영향이 계속된 게 하락의 원인이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등 분쟁의 강도가 더 세져 낮은 주가만으로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었다. 14일과 16일에 인상적인 주가 움직임이 있었다. 14일은 전일 미국 시장이 3%에 가까이 하락해 약세가 예상됐지만 장 시작 이후 꾸준히 반등해 결국 전일보다 주가를 상승한 채로 마무리됐다. 반면 16일에는 별다른 악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도의 영향으로 종합주가지수가 25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외국인이나 기관의 매수매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될 경우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난 하루였다.

개별종목의 강세가 두드러진 기간이기도 했다. 코스닥의 상승이 거래소 보다 컸고 전기차, 5G 같이 한번 주가에 반영된 재료가 다시 등장했다. 외부 여건상 대형주가 움직이기 힘든 상태가 되면서 매수 대상이 축소된 게 개별주가 강해진 원인이었다. 가상화폐의 상승도 중소형주 상승에 힘을 보탰다. 주중 비트코인 가격이 1000만원에 육박했다. 올 들어 2배 이상 가격이 오른 건데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선호가 시장 전체를 지배했다.

관세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14일 코스피는 하락세로 장을 시작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18.77p(0.90%) 내린 2,060.24로 출발해 장중 2,06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연합

외국인이 1조 2896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내다팔았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가 1974억을 순매수해 균형을 맞추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둘의 매매가 달랐던 건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주가 하락이 컸고 원화도 약세였기 때문이다. 특히 16일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에 외국인 매도가 집중돼 현재 상황이 쉽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만들었다.

상황이 악화됐지만 타협을 위한 회담이 조만간 열릴 듯

10일 미국이 2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물렸다. 그동안 이들에게 부과됐던 관세율은 10%이다. 이미 동일 수준의 관세를 물고 있던 500억달러를 포함할 경우 25% 관세가 부과된 중국 제품의 규모는 2500억원으로 전체 대미 수출액 5395억달러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에 대응해 중국도 6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다음달 말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까지는 미국의 관세인상에 대해 중국이 즉각 보복조치를 단행하는 형태로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최악의 그림인데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조만간 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둘 모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은 일본과 미국간 무역분쟁이 왜 1970년대가 아닌 80년대에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70년대 일본 경제는 미국에 위협이 되기보다 도움이 되는 존재였던 반면 1980년대는 반대였다. 일본이 모든 면에서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면서 견제가 필요했고 이때부터 무역분쟁이 일어났다. 지금 중국 경제는 미국에 위협보다는 도움이 되는 존재다.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중국의 저가 상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둘 사이에 무한 갈등이 일어날 경우 미중 모두가 불편해진다. 다만 타결 시점은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한달 내, 또는 G20회담에서 정상간 전격적인 합의하는 형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짧아도 하반기는 되어야 합의에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기치 않은 변수가 많이 나와서 정상간 합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5G 서비스 도입에 따른 영향은 3G나 4G 때보다 훨씬 커

쏠리드, 서진시스템 등 5G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시장의 틀이 2000~2250을 벗어나지 않는 형태로 짜여지고, 특히 최근 주가가 2000을 향해 내려감에 따라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눈길을 끈 게 5G 종목이 상승한 원인이었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대형주 중에서는 업계 최고의 기업이, 중소형주에서는 성장성이 뛰어난 종목이 오르게 되는데 후자가 작동한 것이다. 5G의 경우 이미 사업이 시행돼 빠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주가를 움직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부터 국내 통신사가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자율 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등에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급행 차선(Fast Lane) 상품이 출시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그 동안 공언해 왔던 망 중립성 원칙을 후퇴하면서까지 5G 시행을 허용한 건 이 기술이 4차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기 때문이다.

아직 5G도입에 따라 통신부문에서 신규 매출이 얼마나 발생할지 또 이익은 얼마나 늘어날지 판단하기 힘들다.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얘기를 종합하면 2030년까지 자율 주행차 등 신규 사업부에서 연간 10조 정도의 매출이 발생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정도만 되어도 과거 3G나 4G를 도입했을 때보다 영향력이 큰 것이다. 당분간 5G가 시장에서 힘을 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건데 당분간 주가에 반영되는 과정이 이어질 걸로 전망된다.

● 프로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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