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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도 줄고 생산성도 떨어지고…한국경제 곳곳에서 '경고음'

OECD·KDI,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또 하향
한국 경제의 위험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밖에선 OECD, 안에선 KDI 등 여러 기관이 일제히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수출증가율 하락과 함께 기업의 투자·고용이 위축됐고,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낮은 노동생산성도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갖은 요인으로 세계 경제 성장이 대체로 둔화할 전망이라지만, 한국은 그 중에서도 특히 상황이 나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OECD 등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권고한 가운데 국내의 경제구조를 신속히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왼쪽), 정규철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KDI 2019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KDI는 이날 "국내 경제는 2019년에 내수·수출 모두 위축돼 2.4% 상장할 것"으로 예상했고 "2020년에는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2.5% 내외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KDI “韓경제성장률, 2.6%→2.4%로 하향”

국내 경제성장 전망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예상했다. 작년 11월 2.8%에서 지난 3월 2.6%로 낮춘 후 두 달 만에 또 0.2%p를 낮춰 잡은 것이다. OECD는 또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이 얼마나 싸늘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한국의 경제 전망만 난망은 아니다. OECD는 2018년 세계경제가 3.5% 성장했으나, 올해에는 3.2%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세계교역은 3.9%에서 2.1%로 큰 폭 위축을 예상했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했고,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등에 따른 관측이라고 OECD는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한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여러 OECD 국가들의 경우 올해 전망이 성장 혹은 유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2.6%에서 2.8%로 상향 조정됐다. 유로존도 1.0%에서 1.2%로 0.2%p 올랐다. 중국은 6.2% 성장률이 그대로 유지됐고, 일본은 낮아졌지만 0.8%에서 0.7%로 낙폭이 0.1%p에 그쳤다.

한국이 유독 부진한 성적을 거둔 이유는 여럿이 거론된다. OECD는 글로벌 교역 둔화 등에 따른 수출 감소, 제조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투자 및 고용위축 등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해 중반 정점을 찍은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면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현저히 낮은 노동생산성도 지적했다.

이 가운데 낮은 노동생산성의 경우 매우 심각한 문제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한국 노동생산성은 OECD 상위 50% 국가의 절반 수준이다. 그나마 이전에는 이런 문제를 장시간 노동으로 메꿨으나, 주52시간제가 도입된 가운데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에 견줘 노동생산성 향상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주어졌다. 그 중에서도 제조업의 절반 수준인 서비스업 및 중소기업 생산성 제고가 중요하다고 OECD는 조언했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며 ‘일자리 정부’를 표방 중인 상황에서, OECD는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창출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동생산성 증가가 동반되지 않는 이상 추가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한국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재부가 공개한 번역본에서 해당 내용이 사라진 것. 이에 “정부 기조에 어긋나는 내용을 기재부가 고의로 누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재부는 “보도참고자료는 보도편의를 위해 요약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정부 정책과 맞닿아 있는 확장적 재정정책 필요성 등은 고스란히 담은 탓에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자연히 비판의 화살은 정부로 향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등 혁신 확산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며 올해 경제 성장률을 2.6~2.7%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OECD의 전망대로라면 상황은 최악을 맞이할 위기에 놓였다. 이번 전망은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어려웠던 2012년(2.3%) 이래 가장 나쁜 결과다.

위기감이 더해지는 이유는 국내 기관의 분석도 OECD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9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4%로 하향했다. 이에 대한 원인도 지속되는 투자 감소세와 소비 성장세 둔화, 수출 감소 등 OECD와 결이 같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대내외에 포진했다.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로 수출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는 경제성장률 하락과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실질구매력이 악화해 낮은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설비투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며, 건설투자는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지속돼 역시 악화할 듯하다.

KDI도 대폭 상승한 최저임금과 낮은 노동생산성을 문제로 꼽았다. 보고서는 “대내적으로 노동시장정책 변경에 따른 단기적 부작용 등이 하방위험으로 작용한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정책 변경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노동생산성에 관해서는 “1인당 경제성장률이 노동생산성의 기여도가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2000년대에 비해 1.4%p 낮은 2.4%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용과 근로조건의 안전성 및 유연성을 균형 있게 추구해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해소를 위한 개혁조치가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전망의 최대 변수는 미·중 무역갈등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추가적인 거시정책 여력이 제한된 상황, 중국은 경기대응정책을 시행하고는 있으나 어떻든 무역분쟁이 심화하면 국내 수출이 상당한 영향을 입을 것이란 게 KDI 분석이다. 이상규 KDI 연구위원은 “2017~2018년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뒷받침해 온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크게 줄었는데, 그 회복 시기와 정도에 따라 전망이 큰 폭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OECD와 KDI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단기 대책으로, 경제 구조개혁을 장기 대책으로 공통되게 권고했다. 다수 국가의 재정정책 기조가 현재 완화 추세이며,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적절한 조치라는 게 두 기관의 시각이다. 그러면서도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의 재배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는 체계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OECD는 “최근 디지털시대에 대응해 노동자 기술교육, 인프라구축, 민간투자 촉진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KDI는 “형평성과 효율성을 균형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면서 “우리 경제의 비효율적 요소들에 대한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형평성과 효율성을 균형적으로 향상시키는 방향의 구조 개선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한편, 국내 주요 기관들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정부 전망치보다 낮게 잡았다. 기관 별로 ▲한국은행 2.5% ▲국회예산정책처 2.5% ▲현대경제연구원 2.5% ▲LG경제연구원 2.5% ▲한국금융연구원 2.4%를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우 2.6%를 예상했지만, 이곳은 통상 경제 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있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 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췄다.
  • OECD와 함께 국내 주요 기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5% 내외로 전망했다.
불황에 가계도 ‘흔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소득분배는 ‘역대급’ 최악의 결과를 나타냈다.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심각한 빈부격차를 보였다는 의미다.

이 기간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7%나 떨어졌다. 처분가능소득에서는 82만3000원으로 8.1% 감소했다. 반면 5분위는 전년보다 각각 10.4%, 9.1% 증가한 932만4000원, 450만6000원을 기록했다. 실업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산층 확대를 목표로 한 소득주도성장이 되레 1분위 계층의 취약성을 가중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의 배경이다.

올해도 양상은 비슷하다. 지난 1분기 소득격차는 정부재정 투입으로 소폭 줄였지만, 시장의 실제 상황은 어지럽기만 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올랐다. 가뜩이나 급격히 느는 가계대출이 사회 문제로 꼽히는 가운데 그 빚마저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가 최근 배포한 자료를 보면 금융권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말 기준 0.75%다. 이는 작년 말 대비 0.12%포인트 오른 수치다. 특히 지방 소재 저축은행의 경우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6.12%에서 7.75%까지 증가했다. 대출규모만 보더라도 개인사업자대출 규모가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겼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경제 적신호가 켜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등 당장의 구체적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조짐을 보이거나 실제로 실패하면 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상승폭이 낮아지는(KDI 전망 올해 0.7% 상승)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금리 부담이 있다”며 “이는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그에 따른 문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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