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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크라이슬러-르노 합병 제안…성사 땐 세계 3위 자동차 기업 탄생

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 기업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프랑스 자동차그룹 르노에 27일 공식적으로 합병을 제안했다. 두 기업이 합쳐질 경우 독일 폭스바겐, 일본 도요타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새로운 자동차 업체가 탄생할 전망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생존을 위해 대규모 합종연횡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합병 시, 세계 3위 자동차그룹 탄생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합병으로 새로 탄생하는 기업의 경영권은 FCA와 르노가 50%씩 나눠 가질 예정이다. 합병 과정은 약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FCA는 “합병기업은 전동화, 자율주행을 포함한 기술혁신을 주도해 빠르게 변하는 자동차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며, 합병을 통한 시너지는 55억유로(7조3288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와 FCA는 많은 자동차 브랜드를 갖고 있다. 르노는 르노삼성차와 루마니아의 자동차 업체인 다치아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르노와 닛산은 상대의 주식 보유를 통한 제휴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맺고 있다. 닛산은 고급 브랜드로 인피니티를 갖고 있다. FCA는 알파 로메오, 크라이슬러, 닷지, 피아트, 지프, 란치아 등 자회사를 갖고 있고, 마세라티, 마그네티, 마렐리 등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번 합병 제안 배경은 세계 자동차업계가 떠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돌파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업계는 미국과 중국의 신차 수요 둔화,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자동차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피아트와 르노는 유럽시장에서조차 현대자동차에 뒤처지고 있다. 전기자동차 투자에 뒤처진 피아트는 르노의 도움이 필요하고, 북미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르노는 피아트가 확보한 시장이 필요하다. 지난해 FCA와 르노는 전 세계에서 약 870만 대를 팔았다. 지난 24일 기준으로 회사 가치는 326억유로(약 43조2800억원)에 달한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폭스바겐(1083만 대), 도요타(1059만 대)에 이어 세계 3위다. 여기에다 르노와 연합체인 닛산-미쓰비시 판매량까지 합하면 약 1500만 대로 압도적 1위가 된다. 세계 최대의 ‘매머드급 자동차 그룹사’가 탄생한다는 얘기다. 기존 3위 미국 제너럴모터스(GM), 기존 4위 현대·기아차(739만 대)의 순위도 한 계단씩 밀린다.

시장에서는 자동차 업계 기술 변화와 경쟁 환경 때문에 합병이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연구원은 “합병이 되면 합병회사는 중저가부터 럭셔리 세단, RV의 전 브랜드를 소유하고 FCA가 강점을 가진 미국, 남미, 유럽뿐만 아니라 르노가 강점을 가진 유럽, 러시아를 커버할 수 있다”며 “이번 합병 제안은 산업 내 2군으로 분류되던 업체들이 수요 증가가 둔화된 시장에서 미래 자동차로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시 CO2 규제 등 환경 규제 리스크를 분산 시킬 수 있고 전기차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합병 시너지가 발현되기까지는 4~6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르노, 닛산 설득에 총력

문제는 지난해 11월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일본에서 체포되면서 연합의 양대 축인 르노와 닛산이 어긋나고 있다는 점이다.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추진하던 곤 회장이 퇴진하면서 닛산은 기술 협력 및 개발 비용의 부담 배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닛산은 1999년 경영위기 당시 르노의 출자(지분 43.4%)로 기사회생했다. 르노는 20여년 간 닛산, 미쓰비시와 자동차 3사 연합을 맺고 기술협력, 전기자동차 공동개발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닛산의 글로벌 판매량(541만대)은 르노보다 많고 영업이익도 2배가 넘는다. 닛산은 르노 지분의 15%를 갖고 있지만 의결권은 없다. 곤 회장 체포 이후 닛산은 동등한 경영권을 요구해 왔다.

르노가 FCA와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닛산은 동맹 탈퇴를 포함한 향후 대응방안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닛산은 이번 합병이 성사될 시 득실이 존재한다. 프랑스 정부가 보유한 르노 지분 15%를 통해 닛산에 간접적으로 미치던 통제권을 약화시킬 수 있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닛산의 ‘독립성’ 논의는 잠정 중단될 전망이다.

르노삼성, 노사 정상화가 우선

합병 시, FCA-르노-닛산은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 FCA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지프와 럭셔리차 알파로메오, 마세라티 등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픽업트럭 관련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닛산은 아시아권, 특히 중국에서 지난해 165만대를 판매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연구원은 “합병회사는 중저가부터 럭셔리 세단, RV의 전 브랜드를 소유하고 FCA가 강점을 가진 미국, 남미, 유럽뿐만 아니라 르노가 강점을 가진 유럽, 러시아를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르노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는 부산 공장에서 FCA의 물량을 추가로 확보해 다양한 차종을 위탁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눈치다. 닛산의 SUV 로그가 부산 공장에서 연간 10만 대 규모로 위탁 생산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르노삼성 노사 정상화가 이뤄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노조는 다시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기에 사측도 공장 일시 가동중단 조치를 취하며 맞서고 있다. 파업의 장기화로 9월 말 위탁생산이 종료되는데도 대체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고, 고용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합병이 될지 안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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