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증시와 환율 등 각종 거래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에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37포인트(0.31%) 내린 2066.55로 종료했다. 연합

지난주(7/12~7/18)에는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피가 14.0포인트, 코스닥도 11.9포인트 떨어졌다.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한 건 시장의 관심거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6월말 연준 의장의 의회 증언을 계기로 7월 금리 인하가 기정 사실이 됐다. 더 이상 얘깃거리가 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건데 이 부분이 계속 역할을 하려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이 서야 한다. 문제는 최근에 상황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가 7월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나면 올해는 물론 내년 말까지 추가 인하가 없을 거라 전망했다. 시장의 예상과 180도 다른 형태인데 이 전망대로라면 7월 금리 인하는 호재가 아니라 악재가 된다.

18일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했다. 경제 상황에 비춰 보면 예측 가능한 일이지만 결정이전까지 다수의 전망이 동결에 맞춰져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시장이 금리 인하가 어렵다고 본 건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태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국은행이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리를 내릴 경우 경기가 좋아진다는 확신이 없는 점도 고려의 대상이 됐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인하한 후에나 내리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빗나갔다. 일본의 무역제재로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게 한은의 행보를 빠르게 만든 요인이었던 것 같다. 금리를 내렸지만 주식시장은 별달리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금리 인하 발표 직후 한차례 등락이 있긴 했지만 곧 제자리로 돌아왔다. 외국인이 3349억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특별히 눈에 띄는 매수 종목이 없었다.

2분기 미국 기업실적 감익 전망... IT 이익 감소가 특히 커

우리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할 때 미국 주식시장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과거에 비해 동조화가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사상최고치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6월 하순 이후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순매수도 미국 주가 상승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 시장이 몇 가지 근심거리를 안고 있다. 우선 주가가 너무 높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7.1배를 기록하고 있는데 과거 평균치 13배보다 월등히 높다. 2분기 실적이 괜찮으면 문제될 게 없겠지만 사정이 녹록지 않다. 데이터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은 2 분기 미국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 감소할 걸로 예상했다. 1 분기의 0.3% 감소에 이어 2분기째로 실적이 줄어드는 것이다. 2016년 3분기에 미국 기업이익이 개선된 적이 있다. 감익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을 다른 결과여서 이를 계기로 주가 상승이 시작됐고 작년 초까지 반년 가까이 이어졌다. 아직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시장 전체 이익 감소보다 업종별 동향이 더 문제다. 시장에서는 2분기 미국 기업 이익 감소의 주범으로 IT를 꼽고 있다. 주당 순이익이 작년에 비해 11.9% 줄어들 걸로 보고 있는데 IT가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감안할 때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향은 우리 시장에도 미친다. 한국 주식시장의 주력은 여전히 IT이다. 시가총액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외국인 매수가 들어오는 핵심 종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 IT업종의 이익이 줄어들 경우 우리 시장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 반도체 주식 순매수

이익 감소와 일본의 무역 제제로 상황이 어려울 거란 예상과 달리 외국인이 반도체 주식을 계속 사들였다. 지난 4주간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1조 7300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었는데 시장 전체 순매수액이 1조 5000억원이니까 나머지 종목에서는 2300억의 순매도가 이루어졌다는 의미가 된다.

역사적으로 외국인이 한 달 사이에 반도체 주식을 시가총액의 0.3% 넘게 순매수한 경우가 많지 않다. 2016년 8월과 2018년 3월 두 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2016년은 주가가 3만원에서 57000원까지 오른 반면 2018년은 5만원을 넘지 못하고 후퇴했다. 앞의 경우는 반도체 호황으로 이익이 개선될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뒤는 실적 개선이 이미 가시화돼 더 이상 이익 개선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현재 상황을 굳이 따진다면 2016년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직 실적 개선이 가시화된 건 아니지만 앞으로 좋아질 가능성이 있어 외국인이 반도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걱정되는 부분은 기대한 만큼 이익이 나오지 않는 경우와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이다. 미국 IT업종의 2분기 실적 전망이 좋지 않다. 반도체를 수요하는 곳의 사정이 좋지 않은데 반도체만 좋아질 수는 없다. 주가가 외국인 매수라는 수급에 의해 움직이는 것도 부담거리다. 업황이 개선돼 이익이 늘어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주가에 미치는 충격이 커지게 된다. 추가 상승을 기대해 외국인 매매에 동참하기 보다 지켜보는 게 맞다. 역사적으로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2년도 되지 않아 새로운 상승이 시작된 경우가 없었다. 지금은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고 1년밖에 되지 않았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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