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7.21포인트 하락한 2017.34로 장을 마감한 1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

지난주(7/26~8/1)에는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피가 57.1포인트 2.8% 떨어지는 동안 코스닥도 30.2포인트 4.6% 하락했다.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던 건 미국이 금리 인하를 발표하기 전에 주식을 정리하자는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해당 재료를 가지고 주가가 크게 상승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기대를 충족시키기 힘들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선진국 시장이 이런 견해를 순차적으로 반영했는데 처음에는 우리 주가가 하락하더니 회의가 열리기 이틀 전에는 유럽 주가가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매수가 계속됐지만 주가를 올리는데 실패했다. 반도체 주식의 이익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외국인 매수가 소용이 없었다. 결국 수급이 변하면 주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주중에 그 전단계가 진행됐다. 중소형주는 하락이 더 심했다. 2분기 실적이 기대를 채웠거나 작년보다 좋아진 회사들도 있었지만 눈길을 끌지 못했다.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하는 와중이어서 개별 종목의 하락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이번에는 하락을 막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이들 종목의 실적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 시장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기업이익이 좋은 종목들을 중심으로 다시 오르는 국면이 벌어질 것이다. 그때가 기업실적이 반영되는 시점이다.

220개 넘는 기업이 2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결과는 예상대로 좋지 않았다.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5%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44%와 35% 줄었다. 1분기에 비해서도 영업이익이 0.5%, 순이익은 11%가 줄어 아직 이익 감소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경제와 기업실적 사이에는 경제 변수가 먼저 하락한 후 1~2분기 정도 지나 기업실적이 줄어드는 관계가 있다. 경제 상황이 지금 같아서는 당분간 실적 회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16억과 2398억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두 주체 모두가 주식을 사들인 것에 비해 주가 약세가 너무 심했다. 반도체 주식 매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지지 않자 주초에 기관투자자도 매수에 가담했지만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펀더멘털 부진이 수급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 한 주였다.

시장 기대 요인 약화. 기다리는 전략 필요

미국시간으로 지난 수요일 열린 연준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0.25%p 인하를 결정했다. 만장일치로 의사를 결정하던 다수 예와 달리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10명의 위원 중 2명이 인하에 반대했다. 예정보다 2개월 빨리 대차대조표 축소 작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전체적인 성명서와 기자회견의 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파월 의장이 무역 분쟁과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하방 위험을 막는 게 이번 금리 인하의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보험적인 성격이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이런 언급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조치가 장기적인 인하 사이클의 시작이 아님을 강조해 시장의 기대를 꺾기 위해서다. 지난 6월보다 금리 인하의 근거가 강해지긴 했지만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연내 3번 이상 인하가 이루어질 거란 기대를 눌렀다. 이런 노력으로 FOMC 회의 직후 연내 추가 2회 이상 인하 기대 비율이 58%에서 47%로 하락했다.

이번 인하를 하기 전에 연준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미국 경제만 보면 금리를 인하할 상황이 아니다. 1분기 성장률이 3.1%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성장률도 2.1%를 기록했다. 연속 두 분기에 걸쳐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놓았다. 완전 고용도 달성됐다. 이런 상태에서 마냥 금리를 내릴 수는 없다. 금리 인하를 시작할 때 ‘보험성 인하’라는 말을 붙였지만 그보다는 정치적 압력이 역할을 한 것 같다. 연준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의 기대가 갑자기 높아져 0.5%p 인하에 이어 연내 두 번의 추가 인하 예상까지 나오자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연준이 시장의 기대에 벗어나는 결정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시장의 기대를 냉각시켜야 될 필요가 있었는데 수요일 회의에서 이 둘이 결합된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던 날 미국 시장이 1% 넘게 하락했다. 예상했던 결과다. 금리 인하 이후 시장이 만족할만한 회견을 하기 어려운 입장이었기 때문에 주가 조정이 불가피했다. 우리 시장은 그래도 선방했다. 미국시장 하락에도 불구하고 1일 우리 시장이 0.4% 하락에 그쳤다. 금리 결정이 나기 이전에 주가가 하락한 영향이 컸던 것 같다 . 이제 종합주가지수 2000을 지켜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우리만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우리 시장이 계속 하락하다 보니 ‘해외시장이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우려가 커졌다. 주가 하락의 첫째 원인은 경제와 기업실적 부진이다. 여기에 새로 시작된 완화정책이 시장에 힘이 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더해지면서 하락이 빨라졌다. 시장의 기대가 부담요인으로 바뀐 것이다. 작년 12월처럼 선진국 시장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우리 시장이 견뎌내는 상황이 온다면 모를까 그럴지 않을 경우 2000선 밑으로 내려가는 것도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다. 섣불리 매수에 가담하기 보다 기다리는 게 맞는 전략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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