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호재와 기관투자자의 매수에 힘입어 주가 크게 상승

오랜만에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지난주(8/30~9/5)에 코스피가 71.3포인트, 코스닥도 33.1포인트 올랐다. 8월 30일 상승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 영향으로 미국 시장이 1.3% 오르자 국내시장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8월내내 주가가 하락해 낮은 수준이 됐다는 점도 역할을 했다. 9월 4일은 홍콩 행정장관이 범인 인도법을 철회하겠다고 밝혀 홍콩 주가가 4% 오른 영향 때문이었다. 이렇게 주가가 다양한 요인 때문에 올랐다는 점도 지난주의 특징이었다. 더 인상 깊었던 곳은 코스닥이다. 600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상승해 바닥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8월 이후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4500억원어치 주식을 내다팔았다. 기관 역시 3000억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면 개인이 85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함으로써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코스닥이 620대까지 올라왔지만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매수 주체가 나와야 한다. 개인투자자는 외국인이나 기관에 비해 매매의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면 다시 매도로 바뀔 수 있다. 코스닥 620이 개인투자자만의 힘으로 올릴 수 있는 한계선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중 추가관세 강행 영향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하락 출발한 2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9월 5일 상승은 반도체의 영향이 컸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투기적 수요로 반도체 현물가격이 24% 상승했지만, 펀더멘털상 변화가 없어 8월에도 고정가격이 하락했을 거라 전망했었다. 8월 중순 이후 현물가격이 다시 하락으로 돌아섰고 반도체 재고가 여전히 많아서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고정가격 11개월만에 하락을 멈췄다. 시장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또 올 들어 월별로 12%씩 하락하던 서버용 반도체 가격도 8월 들어 2% 하락에 그쳤다. 이제 반도체 경기 전환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를 갖게 만들기 충분했다. 당일 삼성전자 주가가 3.6% 상승해 전체 시장을 이끌었다.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외국인은 368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주중 3일간 9000억 가까운 매도가 나온 결과다. 기관투자자가 이 매도를 받아냈다. 주중 1조 1222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여 근래 보기 드문 매수규모를 기록했다. 페시브 펀드와 관련한 증권사의 매수와 연기금의 역할이 컸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을 넘은 후 기관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반등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주중 상승으로 7~8월 주가 하락의 절반 정도가 메워졌다. 반등기간도 하락기간과 유사해졌다. 반등 폭과 반등 기간을 고려할 때 기술적 반등국면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8월은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금리 인하에 따른 실망감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흔든 시간이었다.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주가가 움직였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 경우 주가는 짧고 강하게 반응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주가가 하락하던 며칠간 세상이 들썩일 정도였다. 2010년 이후 공포심에 의해 주가가 움직인 경우가 두 번 있었다. 2011년 8월이 첫 번째 사례다. 거래일수 16일만에 종합주가지수가 21% 하락했다. 미국의 정부부채 한도를 늘리기 위한 협상이 민주, 공화 양당의 기싸움으로 난항을 거듭하는 와중에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게 원인이었다. 시간이 지나 합의를 통해 부채 한도를 늘리고, 다른 신용기관들이 미국 국채에 최고 신용등급을 계속 부여했지만 주가는 그런 결말에 나기 훨씬 전에 반등을 시작했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공포 심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2013년 5월이다. 버냉키 연준의장이 빠른 시간 내에 양적 완화 종료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얘기한 게 원인이었다. 거래 일수 18일만에 종합주가지수가 2000에서 1780까지 11% 하락했다. 금리도 요동을 쳤는데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1.6%에서 2.7%까지 올랐다. 이런 시장 반응 때문에 양적 완화 종료가 상당 시간 미뤄졌지만 주가 하락은 그 전에 마무리됐다.

이제 공포로 인한 주가 하락이 일단락됐다. 약세를 유발했던 요인이 해결돼서보다는 주가 하락으로 심리적 부담이 줄어든 게 상승 요인이 됐다. 이번에도 시장은 악재가 사라질 때를 기다리기보다 주가가 적정한 수준이 됐을 때 먼저 반응을 시작한 것이다. 반등이니만큼 반등에 맞는 전략을 구사했으면 한다.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계속 오른다고 생각하지 말고 주식을 줄이는 쪽을 생각해 봐야 한다.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미국 제조업이다. 산업생산이 감소하고 자동차, 기계 등의 생산이 줄면서 가동률이 낮아지고 있다.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 역시 2 개월 연속 하락했고 일부 기업은 투자 계획을 줄이는 등 침체가 심해지고 있다. 제조업이 특히 약한 건 무역분쟁의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이어서다. 그 다음은 소비다. 최근 미국 상류층의 소비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무역분쟁으로 관세가 15%만 높아져도 미국 가구당 600달러 가까운 부담을 새로 안게 된다. 현재까지 미국 경제는 나쁘지 않지만 생각만큼 좋지도 않다. 문제는 주가다. 주가가 너무 높아 경제가 어지간히 좋지 않는 한 현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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