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조선 ‘소폭 회복’ 건설·자동차 ‘부진’

2020년에도 한국의 산업전망은 ‘불확실성의 지속’으로 요약된다. 정보통신기술(ICT) 등 일부 분야에서는 다소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다른 산업분야는 국내외 수요 부진과 공급 경쟁이 지속되며 대내외 변수에 흔들릴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관별로 차이가 크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을 1.8%, 메릴린치는 1.6%로 각각 예산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무디스 역시 같은 수치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높고 공급체인에서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경제 성장의 둔화 흐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비롯 ICT ‘회복’

내년 전반적으로 수출 경기는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반도체와 조선, 기계업 등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건설과 자동차, 철강업 등은 침체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2020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2020년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의 경기 회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ICT 생산액이 올해보다 2% 증가한 328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락세를 타던 반도체 가격이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다시 상승하고, 5G 서비스가 본격 상용화되면서 이를 자율주행ㆍ원격로봇 등 신기술에 접목하려는 시도와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낸드플래시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 가격 회복, 세계 주요국의 5G 본격 도입, 클라우드 컴퓨팅 및 IoT(사물인터넷) 투자 증대 등에 힘입어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스마트폰은 5G 스마트폰 수요 확산, 폴더블 및 프리미엄폰 카메라 경쟁 등의 변화로 시장 회복이 기대된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OLED 패널 시장 확대로 인한 회복이 기대되나, 중국의 OLED 패널 투자 확대 등 글로벌 경쟁 심화가 우려된다.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후폭풍,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진출은 복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에서 결정되는 지적재산권 이슈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지연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계 산업 역시 최근 소재, 부품, 장비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ICT산업 등의 회복을 타고 수주가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각국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 있고,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조금씩이나마 완화되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조선업도 환경규제 강화를 계기로 경쟁 관계인 중국 조선업계가 기술력 한계에 다다르면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보유한 LNG 선박 수주 등이 증가, 제한적으로나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신규 수주, 건조 단가 및 수출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개선되지만 그 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세계 교역 부진으로 감소했던 선박 수주는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증가하여 89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등하고 있는 선박 수주의 영향으로 2020년 선박 수출은 2019년 대비 15.0% 증가한 267억달러로 예상된다.

건설·자동차·철강은 '침체'

다만 자동차와 건설 산업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수요 부진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의 경우 주요국의 완성차 공급이 포화 상태인데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출이 줄어드는 흐름이고, 내수 또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신차효과와 더불어 원화 약세 및 친환경차 수요 증가세가 유지된다면 둔화 폭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 경기는 공공ㆍ토목 부문 수주가 일부 증가하지만 내수 부진과 각종 규제의 영향으로 민간ㆍ주택부문 수주는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는 공급 과잉으로 인해 세계 경기 회복의 수혜를 크게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철강은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이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고, 석유화학 분야도 중국이 자체 공급 능력을 확대하고 있고 중동ㆍ미국산 생산량이 증가해 수출 반등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디스는 이에 따라 내년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무디스에 따르면, 현재 24개 한국 민간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개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내년 일부 개선될 여지는 있으나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화학과 IT 업종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 화학, 정유 업종의 경우 경기둔화와 업황 침체 영향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무디스는 “한국의 많은 기업이 2018년 이후 공격적 투자와 기업 인수를 해왔고, 특히 정유, IT, 반도체 업종에서 공격적 투자를 많이 했는데, 이 부분이 재무구조 개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수출 경기 회복을 위해 수출 품목 및 시장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통상마찰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며 “민간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 환경 개선에 정책적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