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소식으로 코스피가 급등 출발한 13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28포인트(1.28%) 오른 2164.63으로 개장한 후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합

다양한 호재로 주가 크게 상승

지난주(12/6~12)에는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코스피가 76.6포인트, 코스닥도 19.3포인트 올랐다. 코스피가 5일 연속 올랐을 뿐 아니라 이틀이나 1% 넘는 상승을 기록해 근래 보기 드문 모습을 만들어냈다. 몇 주간 문제됐던 선진국 주가 상승-우리 주가 하락은 이번 주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양한 요인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12일에 외국인이 오랜 매도를 끝내고 매수에 나서 수급이 급변했다. 외국인 매도 때문에 선진국 주가가 오르는 와중에도 우리 주가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미중 무역협상 1차 타협안이 조만간 만들어질 거란 기대도 주식시장에 힘이 됐다.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긴 하지만 시장은 미국과 중국 어디에서도 타협과 관련해 나쁜 소식이 나오지 않는 것 자체를 호재로 받아들였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마침내 1차 합의에 도달했다. 12월 미국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미국 경제가 양호한 흐름을 계속하고 있다는 얘기도 주가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금리를 동결했지만 애초에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이제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 없이도 버틸 수 있다는 해석이 내려져 시장의 긍정적 흐름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컸다.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가 오랜 하락을 끝내고 상승으로 반전한 점이나 미국의 실업률이 60년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점이 대표적인데 펀더멘털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외국인이 5851억원, 기관투자자가 7277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12일에는 외국인 매수가 5000억원을 넘어 11개월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당 일이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어서 차익거래가 늘어난 영향 때문이지만 이 수요를 제외하더라도 2000억 넘는 매수가 이루어져 주가 상승에 역할을 했다. 그 덕분에 순매수가 몰린 삼성전자 등 IT관련 주식이 한 주 내내 크게 올랐다.

북미 관계 악화, 내년 초부터 영향이 나타나겠지만 큰 악재는 아닐 듯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결과를 예측하는 방법은 두 개다. 하나는 관련된 모든 사안을 다 집어넣고 생각해 보는 거다. 다양한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핵심적인 상황만 남기고 모든 걸 없애 버리는 거다. 명쾌한 결론을 얻을 수 있지만 의외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대처할 방법이 없다. 북한 관련 문제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 볼 때에는 뒤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생각하기에 따라 나올 수 있는 경우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북한이 정한 협상 마감 시한이 가까워지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핵협상이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말하는가 하면 미국은 유사시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느끼는 불안에 비해 주가 하락은 크지 않았다. 북한 문제가 악화되더라도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재료 자체가 오래돼서 신선함이 떨어지는 점도 역할을 했다. 남북 경제협력은 우리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테마다. 1987년 무역-건설-금융으로 구성된 이른바 ‘트로이카’ 주식에서 테마가 시작됐으니까 이미 33년이 넘는다. 한 테마가 30년 이상 지속되다 보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다 겪게 된다. 그래서 서해에서 교전이 났을 때나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에도 주가가 하락하지 않았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북한을 둘러싼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주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보다는 내년 초에 생길 수 있는 문제이지만 대비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정부가 선정한 소재부품장비 관련 강소기업이 유망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미래 신산업 창출에 기여할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데 지원대상 55개 강소기업이 선정됐다. 나머지 45개 기업은 2020년 추가 공모를 통해 채울 계획이다. 이중 코스닥 업체가 16개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각 기업들에 R&D, 벤처투자, 사업화 자금, 연구인력, 수출, 마케팅 등 5년간 182억원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형주는 테마를 만들어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대형주보다 규모가 작아 여러 종목을 움직이기 쉽고, 매수를 하는 쪽 입장에서도 한두 종목만으로는 필요한 거래량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테마가 만들어지느냐는 사전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가장 설명력이 높은 부분은 정부정책이다. 정책의 방향이 어떤 쪽으로 정해지면 해당 분야에 기술과 자금의 지원이 집중돼 빨리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정부의 지원이 성장성이 높은 곳에 집중됐다는 사실도 성장성을 공인해 줬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동력으로 만들어진 테마는 시장 내부에서 만들어진 테마보다는 주가가 느리게 움직인다. 지원대상이 정해질 때, 기술 개발이 가시화될 때 등 기업내용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 상승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대신 상승이 오래 지속된다. 시장 내부에서 만들어진 테마는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급등했다 급락했다는 거듭하지만 정책이 주제일 경우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정된 소재부품장비 관련 코스닥 강소기업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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