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거래일인 2일 코스피가 큰 폭으로 떨어져 2180선이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50포인트(1.02%) 내린 2175.17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연합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가 늘어나 주가 하락

지난주(12/27~1/2)에는 시장간 움직임이 엇갈렸다. 코스피가 22.8포인트 하락한 반면 코스닥은 21.9포인트 상승했다. 거래일수가 사흘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과하고 코스닥이 3.4%나 오른 것이다. 가장 눈에 띈 날은 27일이다.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확정된 날인데 이론대로라면 주가가 50포인트 가까이 하락해야 하지만 반대로 6.2포인트 상승했다. 코스닥 역시 9.1포인트 올라 배당으로 인한 주가 하락을 당일 모두 메워버렸다. 일반적으로 배당락이 있는 날은 주가가 계산상 떨어지는 폭보다 적게 내려가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더 심했다. 배당락을 전후한 시기 주가 움직임에 따라 당일 주가가 결정되는데 12월 내내 주가가 상승해 배당락 당일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여기에 미국 시장 상승이 더해졌다. 26일 나스닥 지수가 처음 9000을 넘었다. 미중 무역합의에 대한 낙관론과 고용 지표 호전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나스닥이 9000을 넘음으로써 미국시장은 당분간 고주가 부담 외 상승을 막을 요인이 없음이 드러났다. 심리적인 호전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코스닥은 12월 내내 시장을 압박했던 대주주 양도세 과세가 거꾸로 작용했다. 과세를 피하기 위해 매도했던 사람들이 시한이 끝나자마자 매수에 나서 배당락에 따른 하락을 메웠다. 외국인이 2804억원, 기관투자자도 6209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은 2019년 마지막 거래일인 30일에, 기관투자자는 새해 첫날에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해가 바뀌면서 2019년 계획에 억매일 이유가 없어진 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를 촉발한 요인이었다.

주가 상승으로 투자심리 호전…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유망

지난해 11~12월은 온갖 호재가 주가에 반영된 기간이었다. 그래서 미중 무역협상이란 얘기만 나와도 주가가 오를 수 있었다. 1차 타협안의 내용이 이미 나와 얘깃거리가 없어졌지만 재료가 되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주가가 상승세를 탈 때 자주 관찰되는 모습이다. 주가가 올랐지만 기업실적이 뒷받침해주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올해는 작년보다 이익이 상당 폭 늘어날 거란 전망이 많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와 중국 모두 1년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오르고 있지만 내년 실적을 당겨쓰고 있는 상태여서 판단하기 힘들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EPS 전망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다 영업이익 전망이 후퇴하고 있다. 곧 작년 4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우리는 주가가 낮아 덜하겠지만 미국은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주가가 요동을 칠 수 있다. 주가가 실적 회복을 미리 당겨서 써버렸기 때문이다.

일부 지표에서 투자심리 과열 신호가 나오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콜옵션 거래량이 풋옵션 거래량보다 훨씬 많은데 투자 심리가 낙관적일 때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다. 우리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많은 경우 거래는 주가를 사전에 보여주기보다 사후에 검증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낙관 편향이 심할수록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건 매수에 참가할 수 있는 투자자중 상당수가 이미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금 가격 상승 역시 비슷한 경계 신호로 보인다. 주가가 자기 실력보다 높아짐에 따라 시장이 더욱더 유동성에 집착할 것이다.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덕분에 연준의 총자산이 8월 3조7000억 달러에서 12월에 4조1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매달 950억 달러씩 증가한 셈인데 자산 증가가 너무 빠르다. 유동성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총량과 증가액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 총량은 대단히 큰 상태여서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증가액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작년 12월의 자금 유입 속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유동성이 들어와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1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연준의 정책 변화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투자전략은 지수보다 종목에 집중하는 쪽을 택해야 한다.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유망해 보인다. 작년 12월 26일 이후 투신과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닥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코스닥이 의미 있는 시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게 1999년부터다. IT버블 때문에 높은 변동을 기록한 기간을 제외하면 코스닥의 1월 평균 상승률은 2.8%였다. 코스피에 비해 2.4%P 높은데 조사 기간이나 상대 격차를 고려할 때 의미 있는 수치다. 1월에 코스닥 등 중소형주가 강세를 기록하는 건 전년 12월에 있었던 양도소득세 과세가 거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월에는 그동안 팔았던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데 그 영향이 평균 2주 정도 이어졌다. 2014년과 2015년에 소형주의 수익률이 대형주를 압도한 적이 있다. 한국은행과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아직 경기가 돌아서지 않아 시장이 한정된 힘밖에 발휘하지 못할 때다.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다르긴 하다. 이미 경기가 좋은 상태인데 이 부분이 오히려 제한된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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