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쇄신 시동’ 한진, ‘명분 약화’ 3자 연합

한진그룹 유휴자산 매각 속도…조현아측은 행보마다 논란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한 달이 채 안 남았다. 조원태 회장측과 3자 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의 공방전은 격화하고 있다. 다만 양측의 분위기가 다르다. 재무구조 개선 등 쇄신에 본격 시동을 건 조원태 회장 쪽과 달리, 3자 연합은 각 행보마다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3자 연합의 리스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반(反) 조원태 세력이 정기 주총보다는 임시 주총을 노리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우호지분 확보’ 조원태, 자산매각 속도

한진그룹이 유휴자산 매각에 나서며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달 27일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의 매각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매각 자문 제안 요청서(RFP)는 부동산 컨설팅사, 회계법인, 증권사, 신탁사, 자산운용사, 중개법인 등 각 업계를 대표하는 12개사에 발송됐다고 알려졌다.

한진그룹이 내놓은 유휴자산은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6642㎡) 및 건물(605㎡) ▲대한항공이 100% 보유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5만3670㎡), 건물(1만2246㎡)이다.

이는 앞서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한 실천의 일환이다. 해당 사업들은 수익성이 장기간 악화한 탓에 이전부터 주주들의 매각 요구를 받아 왔다. 예컨대 대한항공이 2011년 자본금 6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왕산레저개발의 경우 조현아 전부사장이 경영한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못 냈다. 되레 영업 손실 폭만 매년 키워왔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파라다이스호텔 부지의 매각을 조속히 완료함과 동시에 재무 구조 및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것”이라며 “모든 사항을 차질 없이 이행함으로써 주주 가치를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원태 회장측은 이밖에 행보도 대체로 순조로운 양상이다. 이미 한진그룹 내부의 지지를 견고히 했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사 중 한 곳인 델타항공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20~21일 한진칼 주식 59만1704주를 추가 매입했다. 이로써 조원태 회장측의 지분율(39.25%)은 3자 연합(37.08%)를 재차 앞서게 됐다.

이런 가운데 한진그룹 직원들은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에 나섰다. 대한항공 사내 익명게시판에서 불씨가 지펴졌다. 직원들은 3자 연합을 두고 “이들의 공통분모는 그저 돈일뿐”이라며 “오로지 차익 실현이 목적인 투기 세력, 유휴자금 활용처를 찾던 건설사, 상속세도 못 낼 형편이었던 전 임원들”이라고 규정했다.
  • 강성부 KCGI 대표.
‘조현아 딜레마’에 빠진 3자 연합

KCGI가 중심이 된 3자 연합은 좀처럼 힘을 못 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있다. 과거 한진 임원들의 갑질 등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한 KCGI다. 그런 곳이 땅콩회항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지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지분은 늘렸으나 명분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것이다.

한진의 노조 및 전직 임원들이 3자 연합에 반대하는 주요 원인에도 조현아 전 부사장이 꼽힌다. 대한항공 노조는 최근 “3자 동맹은 허수아비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고 자기들 마음대로 회사를 부실하게 만들고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자기들의 배만 채우려는 투기자본과 아직 자숙하며 깊이 반성해야 마땅한 조 전 부사장의 탐욕의 결합일 뿐"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도 조현아 전 부사장은 불확실성 요소다. KCGI가 작년에 제시한 ‘한진 그룹 신뢰회복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 그가 얼마나 적극적인 지지의 뜻을 갖고 있는지 사실상 알 길이 없다. 3자 연합은 당장의 계약관계로 맺어졌을 뿐,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재무구조 및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자 연합의 대외적인 메시지를 떠나서, 중립주주 관점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건설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점은 약점이 될 수 있다”며 “최근 반도건설이 적극적 순매수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KCGI, 조현아 전 부사장이 어떤 공통적 이해관계가 존재하는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3자 연합, 임시주총 노리나

3자 연합이 장기전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난달 20일 강성부 KCGI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임시주총은 없다”면서 “정기 주총에서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으나, 실제 보인 모습들은 조금 다르다. 최근 반도건설이 5.02%의 지분을 추가 매수한데 이어 ‘기타금융’으로 분류된 곳이 0.54%를 더 샀다. 기타금융을 KCGI 자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들 지분은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이 없다. 때문에 정기주총 이후 임시주총을 통해 양측이 재차 갈등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특이한 점은 장기전에선 반도건설이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기타법인 순매수 수량의 대부분이 반도그룹의 것”이라며 “단기시세 차익 실현이 아닌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실제 강성부 KCGI 대표는 기자회견 때 “3자 간의 계약은 긴 시간 맺어져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때문에 반도그룹의 최근 적극적 순매수가 훗날 KCGI 물량까지 인수할 형태로 전개될 수도 있다. 반도그룹은 계열사를 동원할 시 약 1조원 수준의 자금을 끌어올 여력을 갖췄다. 이런 반도그룹의 행보가 KCGI의 엑시트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바라보는 재계 시각의 배경이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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