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코스피가 2000선을 아래로 급락한 2월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가 크게 하락

지난주(2/21~2/27)에는 주식시장이 140포인트, 6.4%나 떨어졌다. 24일 하락이 특히 심했는데 83.8포인트가 떨어져 근래 보기 드문 숫자를 만들어냈다. 주가가 이렇게 크게 하락한 건 코로나19의 확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루 최고 3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자 코로나19는 질병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경제적 우려로 발전했다. 선진국 주가 하락도 우리시장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21일 이후 닷새 동안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8% 하락했다. 2010년 이후 주가가 짧은 시간에 이렇게 급락한 경우는 네 번밖에 없었다. 2010년 주가가 1차 상승을 마치고 반락했을 때, 2011년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렸을 때, 2015년 버냉키 쇼크, 2018년 금리 인상 마무리 국면이 거기에 해당한다. 그만큼 흔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하락으로 연초 이후 미국시장의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됐다. 한달 반 동안 끌어올렸던 주가가 일주일 사이에 원위치가 돼 버린 것이다. 과거 예를 보면 2011년을 제외하고 급락 이후 주가가 빠르게 회복됐었다. 나흘간 크게 하락하고 이후 한 달간 4.3%가 올라 전체 기간 동안 2~3% 하락에 그쳤다. 이런 과거 예를 보면 조만간 미국주가가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분석에 대한 반론도 있다. 과거 주가가 급락했다 빠르게 반등한 건 대세 상승 중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시장의 토대가 튼튼하다 보니 주가가 쉽게 회복됐는데 이번도 그럴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이번에도 주가가 빨리 제자리를 찾느냐 아니냐는 시장 전망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는 주가 조정의 빌미일 뿐 실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더 문제가 되는 건 펀더멘털이다. 이번 하락으로 코스피가 작년 10월 이후 반등 추세에서 벗어났다. 선진국 시장도 마찬가지여서 추가 하락할 경우 2017년 말 급락 때처럼 상승 추세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코로나19로 실제 경기침체가 왔는지, 글로벌 주도주의 본격 조정이 시작됐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 코로나19로 국내외 경제가 침체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타격을 받은 게 분명하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모두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은 2조 6027억원, 기관투자자 역시 208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매도가 특히 심했는데 24일 이후 연일 7000억 넘는 주식을 내다 팔았다. 주요 매도종목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주식이었다. 지난 5월개월간 주가가 크게 상승했고 해외 반도체 주식이 하락한 게 주식을 내다파는 원인이었다.

코로나19의 시장 영향력이 2번째 단계로 넘어가

코로나19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두 번째 국면으로 넘어갔다. 첫 번째 국면이 질병 발생에 따른 막연한 공포가 주가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었다면 두 번째 국면은 실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시장이 갑자기 두 번째 국면으로 넘어온 건 코로나19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예상보다 많은 확진자를 낳았기 때문이다.

작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는 1조7000억달러로 세계 10위 정도다. 중국은 13조6000억달러, 일본은 4조9000억달러 이다. 세계 2위, 3위 10위인 3개국의 GDP를 모두 모으면 20조2000억달러로 미국의 국내총생산 20조4000억달러와 비슷해진다. 이 지점에서 주가 2차 하락이 시작됐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서구 선진국들은 코로나19를 대소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 경험으로 빠른 시간 내에 안정을 찾을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 중국 인근에서만 8만명에 가까운 확진자를 만들어내자 경제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아시아 3개국의 성장률이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 그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만약 어떤 일로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면 그 여파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로 퍼져 나갈 것이고 주식시장도 크게 하락할 것이다. 비슷한 상황이 아시아에서 벌어졌으니 경제가 심각한 국면에 들어갔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력은 주식시장에만 국한해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의 채권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고 달러화 강세를 가져왔다. 안전자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건데 그만큼 질병의 영향이 만만치 않을 거라 보고 있는 증거다. 엔화같이 전통적인 안전자산은 이번 상승에서 제외되는 등 시장은 철저하게 질병의 영향이 나타날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해 움직이고 있는 상태다. 우리 주식시장은 오른 게 별로 없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가가 떨어질 부분도 많지 않다. 선진국은 얘기가 다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미국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다. 질병에 대해 초기 반응만 있었을 뿐 그동안 하락한 부분이 거의 없었다. 높이가 높은 만큼 문제가 생겼을 때 떨어질 공간이 넓게 열려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19는 일시적인 재료이기 때문에 곧 사라지지만 선진국 주가 하락은 얘기가 다르다. 주가가 너무 높기 때문에 혹시 11년간 계속돼 온 대세상승이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엄중하다는 의미가 된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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