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코스피가 나흘 연속 상승하며 2080대로 올라섰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93포인트(1.26%) 오른 2085.26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

1.7조 넘는 외국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

지난주(2/28~3/5)에는 주식시장이 30.3포인트 상승했다. 2월 28일 1980대까지 밀렸던 주식시장이 이후 나흘간 올라 결과적으로는 상승 마감했다. 주초 큰 폭의 주가 하락이나 이후 빠른 반등 모두 미국시장이 원인이었다. 코로나19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로 미국시장이 단기에 10% 넘게 떨어지자 주초에는 우리 시장도 떨어졌다. 상황이 곧바로 반전됐는데 주가 하락이 심해지자 파월 의장이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언급한 게 힘이었다. 그 덕분에 월요일에 미국시장이 5% 가까이 상승했고 일차 하락을 마무리 짓는데 성공했다. 이런 언급은 연준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로 가시화를 됐는데 미국시장이 이렇게 큰 변동을 보인 건 2011년 스탠다더앤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렸을 때 말고는 없었다. 시장이 질병과 함께 높은 주가에 대해 얼마나 크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 한 주였다. 외국인이 1조 7221억원, 기관투자자 역시 1915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의 매도는 미국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삼성전자가 주요 매도 종목에 들어갔는데 지난 5월개월간 주가가 크게 상승했고 해외 반도체 주식이 하락한 게 주식을 내다파는 원인이었다.

전격적인 큰 폭의 금리 인하로 주가 1차 하락을 마무리지어

미국 현지시간으로 3일 연준은 긴급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1.00~1.25%로 0.5%p 인하했다. 경제 위기 상황이 아닐 때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변경한 것은 1998년 롱텀캐피탈(LTCM) 파산 이후 처음이다. 파월 연준의장이 코로나19가 미국 및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태라고 언급한 걸 보면 긴급 인하의 표면적 이유는 글로벌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표면적 이유 외에 주가 하락도 역할을 했다. 2월말에 주가가 크게 떨어질 때마다 트럼프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종용했는데 그 압력도 어느 정도 작용한 걸로 보인다. 미국 금리 인하에 맞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정책 공조에 나설 것임을 언급했지만 금리 조정 외 다른 대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 어떤 방안이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자아냈다. 공조를 얘기하기는 했지만 유럽 선진국의 금리가 0% 여서 별달리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어 금리를 내린 당일 오히려 미국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달 28일 파월 의장이 긴급 성명을 통해 3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기 때문에기대감이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이다. 미국의 10년만기 국채금리가 1%를 하회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30년 금리도 1.60%대까지 하락했다. 작년까지 미국 금리 최저점은 1.35% 였다. 지난 10년 사이 미국금리가 이 부근에 접근한 적이 두 번 있었는데 한 번은 유럽 재정위기 때인 2012년이고, 또 한번은 브렉시트가 결정된 2016년이다. 둘 다 대형 경제 이벤트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았던 시기다. 이번 금리 하락의 원인이 코로나19 이니까 시장은 질병을 경제 위기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고 있는 셈이 된다. 특정 재료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재료가 시장의 기대보다 얼마나 강하고 전격적으로 발표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번 금리 인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켰다. 긴급 회의를 통해 통상적인 인하 폭의 두 배인 0.5%p의 인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빠르면 3월 정례회의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었는데 이제 시장 기대는 긴급 인하에 이어 3월 회의에서 금리를 또 내릴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아직 다른 선진국의 정책 공조가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보도에 따르면 ECB 역시 TLTRO 강화 등 추가 정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미국과 캐나다, 호주 이후 유럽과 일본 증 주요국 중앙 은행과 정부의 경기 부양책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행 역시 4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확률이 높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우리나라 단기금리를 일시적이나마 0%대에 들어가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금리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

문제는 효과다. 금리 인하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미지수다. 낮은 금리가 오래 계속되면서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연준이 작년 하반기에 금리를 세 번 내린 영향으로 시작된 주가 상승이 최근에야 끝이 났다. 금리 인하 효과가 6개월간 주가를 25% 끌어올리는 걸로 나타난 것이다. 2010년 1차 금융완화와 2013년 2차 금융완화 때 미국 주식시장이 2~3년에 걸쳐 각각 250%와 160% 상승했던 것과 비교된다. 그만큼 금리 인하의 영향력이 약해진 건데 연준이 다시 금리를 내리더라도 성과를 내기 힘들 걸로 보인다. 금리인하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처지가 비슷하다. 작년 7월과 10월에 한국은행이 두 번 금리를 내렸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소비나 투자에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상태에서는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도 기업 대출이 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다. 경기 침체기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경우 은행은 조달비용 감소보다 부실이 증가하는 역효과를 볼 수 있어 대출을 꺼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고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큰 폭으로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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