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고객을 잡아라" 금융계 키워드는 '언택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뱅크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급부상한 가운데 대표적인 비대면 금융 서비스인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시중 은행들도 언택트 금융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는 언택트 금융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8월중 시행을 앞두고 있어 비대면 금융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이 고객의 신용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고객의 소득 및 자산규모 소비 등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앞다투어 언택트 금융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2.0’출시 및 제휴 신용카드 출시

카카오뱅크는 자사 앱 개편을 비롯해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출시, 주식공개상장(IPO) 등 금융플랫폼으로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다. 우선 가장 먼저 자사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개편한 ‘카카오뱅크 2.0’을 출시한다. 고객 앱 사용 데이터 분석을 거쳐 기존 1.0 버전보다 편의성은 강화하고, 사용성은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앱 로그인 후 가장 먼저 접하는 홈화면에 ‘계좌 편집 기능’을 도입하고, 통장 잔고를 숨길 수 있는 ‘금액 숨기기’ 기능 등의 화면 편집 기능을 추가한다. 사용빈도가 높은 ‘내계좌(자산현황)’은 홈 화면의 좌측 상단으로 재배치해 사용자들이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앱 개편과 함께 인터넷은행으로 최초로 신한, KB국민, 삼성, 씨티카드와 협업해 각각 다른 혜택을 제공하는 각 사별 1종, 총 4종의 제휴 신용카드를 출시한다.

고객 모집은 카카오뱅크가 담당하며, 발급 심사 및 관리는 각 카드사들이 맡는 ‘제휴 카드’로, 카드별 혜택은 카카오뱅크와 각 카드사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카카오뱅크 신용카드는 카카오뱅크 계좌 정보를 활용해 신청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통상 비대면 카드 신청은 6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앱에서 ‘제휴 신용카드 신청’을 누른 뒤 정보 입력 및 카카오뱅크 인증을 거치면 끝난다.

이와 함께 카카오뱅크는 대주주인 카카오 산하 기업들과의 연결망을 강화,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페이 연동을 강화하고 계좌 연결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등 단계적 서비스 연결 방안을 준비중이다. 또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승인을 받아 오는 2021년까지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비대면 금융환경에 최적화된 기술을 개발하고, 테스트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 차별화된 언택트 자산관리서비스에 집중

시중은행들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특히 차별화된 언택트 자산관리서비스로 비대면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KB국민은행은 자산관리 전용앱 ‘KB마이머니’를 전면 개편했다. 다른 은행 계좌 자산도 통합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오픈뱅킹으로 등록한 다른 은행 계좌는 물론 카드, 증권, 보험을 비롯해 국세청까지 총 85개 기관의 데이터를 반영해 자산을 분석 관리해준다. ‘기업여신 자동심사 지원시스템(Bics)’도 오픈했다. 이는 기업대출과 관련한 산업 및 업황 정보와 기업 재무 및 비재무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해 기업대출 심사가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의 신용등급, 대출기간, 담보 및 부실 패턴의 보유 여부와 차입금 규모의 적정성 등을 자동 점검할 수 있다.

신한은행도 모바일 앱을 자산관리서비스 중심으로 개편했다. ‘목돈마련 서비스’를 최근 새롭게 선보이는 등 고객이 자산현황을 편리하게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경제상황에 맞춰 투자상품 등을 추천하는 비대면 영업채널을 구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목표 만기일에 가까워질수록 안정적인 단기채권 비중을 확대하는 등 채권형 펀드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포트폴리오 변액 자동이체를 새롭게 업그레이드했다.

NH농협은행은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을 위한 화상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 농협은행은 최근 출범시킨 ‘NH올백자문센터’의 자산관리 화상시스템을 통해 전문적인 자산관리 상담을 제공한다. 고객은 세무, 부동산, 재무설계, 은퇴설계 등 분야별 전문가를 최대 3명까지 동시에 고를 수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모바일 앱을 통해 시범 공개한 자산관리서비스 기능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통합 자산관리 종합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 영업 문화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은 상반기 내에 비대면 기업대출 프로세스를 도입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개인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의 경우 신청과 기업 심사·평가, 서류 제출 등의 절차가 복잡해 은행 지점을 여러 차례 방문해야 했다”며 “비대면으로 기업대출을 신청하고 스크래핑 등의 기술을 통해 대출심사 서류 제출을 간소화할 수 있으며, 대출금 입금도 온라인뱅킹을 통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하나은행은 앱 ‘하나원큐’에서 ‘통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새롭게 제공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상황이 크게 악화하면서 재테크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고 있어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